[농민칼럼] 축산물 시장 차별화, 소비자를 먼저 깨우자

  • 입력 2022.10.30 18:00
  • 기자명 이한보름(경북 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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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보름(경북 포항)
이한보름(경북 포항)

최근 축산물 트렌드의 가장 큰 화두는 차별화다. 수입산과 국내의 구도뿐만 아니라 국내산 축산물 사이에서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상품과의 차별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축산물 시장에서 한우산업은 차별화를 가장 먼저 추진한 축종이다. 1990년대 후반 한우 등급제의 도입은 국내산 쇠고기와 수입산 쇠고기로 인식되던 정육 시장을 한우와 수입육의 구도로 바꾸면서 소고기 산업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에 변화를 가져왔다. 소비자의 소득 수준 향상과 고객 니즈 변화를 한우 고급화 전략을 통해 정면으로 돌파하였고, 그 결과 수입육과 차별화된 프리미엄 소고기 시장을 개척하게 되었다. 물론 황우 중심의 한우 개량 전략으로 인해 육질과 육량 부분에서 상당한 성과를 이루었지만, 흑우나 칡소 등의 고유 품종이 농민들에게 외면당하면서 품종의 다양성을 상실하는 반작용도 생겨났다.

한돈의 경우 차별화보다 생산성 향상을 통한 농가 수익성 확대를 목표로 산업을 발전시켰다. 근대화된 양돈산업이 시작된 1970년대 말부터 생산성 향상을 위해 수십년간 많은 노력을 해 왔고, 그 결과 산업 전반의 규모화를 이루어 냈지만 양돈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생산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돈선진국의 종돈과 생산시설·생산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지만, 짧은 시간 모든 농가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구조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며, 우리나라 기후의 특성, 숙련된 현장인력의 원활한 수급, 환경문제로 인한 생산비 상승 등의 다양한 허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차별화 포인트를 찾지 못해 활로를 찾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한우산업과 한돈산업 모두 해당 산업의 미래를 확보하기 위해서 생산성 향상과 함께 산업의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는 듯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추진해온 생산성 중심의 산업 전략을 갑작스럽게 다양성으로 수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차별화된 사육방식이나 품종으로 축산물을 생산하더라도 기존 관행 방식에 비해 높아진 생산비를 회수할 만큼 충분한 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은 또 하나의 큰 허들로 작용하고 있다. 2014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동물복지 인증제도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설문조사만 봐도 축산물의 차별화에 대해 소비자를 인식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쉽게 알 수 있다.

2021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실행한 ‘2021 식품소비행태조사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식품 표시 인증 마크별 구입 경험 유무에 관한 조사에서 동물복지 인증 축산물 구입 여부 질문에 응답한 4,186명 중 구입 경험이 없는 사람이 32.6%로 나타났으며 구입 경험은 있으나 올해 구입한 적 없는 사람이 29.8%, 올해 구입한 적 있으나 한 달 이내 구입 경험은 없는 사람이 27.4%, 한 달 이내 구입 경험 있는 응답자가 10.3%로 동물복지 인증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아직은 전반적으로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도 인지도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동물복지 인증제를 알고 있냐는 설문에 606명의 응답자 중 잘 알고 있다는 사람이 10.8%, 들어본 적이 있다는 사람이 38.8% 모른다는 사람이 50.4%로 여전히 동물복지 인증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시스템이나 제도가 한 번에 자리잡기는 쉽지 않다. 끊임없이 홍보하고 교육하여 대중들의 인식에 각인이 되어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보장 역시 없다. 하지만 다양한 축산물의 생산이 왜 중요한지, 그 가치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며 이런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생산자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이 기꺼이 소비해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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