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교원 감축과 농촌의 절박함

  • 입력 2022.11.06 18:00
  • 기자명 김승애(전남 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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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애(전남 담양)
김승애(전남 담양)

쌀값 폭락으로 뒤숭숭한 농촌지역에 염장을 지르는 소식이 날아와 농촌 주민들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바로 초·중·고 교사의 수를 학생 수 비율로 줄이겠다는 윤석열정부의 교육정책 때문이다. 그동안은 보편적으로 학급 수를 기준으로 교사 수를 조정해 왔는데 학생 수를 기준으로 조정하여 경제적 효율을 말하는 것이다.

그동안 전남교육청은 농촌지역 적은 수의 학생들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고자 농촌유학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학군조정을 통해 학생들이 골고루 입학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정부는 학령인구의 감소를 이유로 들면서 전국 초·중·고 교사 3,000명(전남은 중·고등교사 279명, 초등교사 50명) 감축을 발표했다. 이런 정책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7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지금처럼 교원 수 줄이기 정책을 윤석열정부 계획대로 5년간 지속한다면 시·읍 단위 학교를 제외한 모든 학교가 폐교될 것이며, 지역소멸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생 수가 적은 작은학교는 교사의 수가 줄고, 교사의 수가 적으니 수업의 질이 떨어지고, 수업의 질이 떨어지면 학생의 수가 더 줄어들 것이다. 그러다 보면 농촌 학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도 작은학교 교사들은 힘들다. 학교가 작다고 기본 업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에 1인당 중복되는 업무를 해내고자 힘들고, 농촌지역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순회교사가 되어 수업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어떤 중학교는 수학선생님이 안 계시게 되어 1학년은 A학교에서, 2학년은 B학교에서, 3학년은 C학교에서 수학교사가 순회교사로 수업을 오게 생겼다고 한다. 또 어느 학교는 담임이 순회교사여서 어느날은 조회, 종례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고등학교는 더욱 심각한데, 선택과목 전공선생님이 부족해서 수업을 받을 수 없어 가고 싶은 대학에 진학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정상적인 교과운영이 어려워진다면 농촌에 젊은 인구가 늘어날 수 있을까?

안정적 수업을 이유로 면단위 학교에서 읍에 있는 큰 학교로 몰린다면 또 과밀학급이 되어 수업의 질을 염려스럽게 할 수 있다. 학령인구가 줄어든 만큼 학부모들은 질 높은 수업을 요구하고 있는데, 교원 수의 감축은 이를 역행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당장 내년은 크게 눈에 띄지 않고 좀 더 불편한 수준이겠지만 이대로 5년이 간다면 어떻게 될까.

또 한편에서는, 어렵게 공부해서 임용고시까지 통과한 우수한 청년들이 교사 임용이 안 되어 고통을 겪을 것이다. 이들은 불안한 기간제 교사로 있다가 가능하면 안정된 직장을 위해 큰 도시로 떠날 것이다. 농촌에 청년이 돌아오길 바란다면 교육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고, 학령기 자녀를 둔 청년들이 이주를 해 와야 한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교육열이 으뜸인 우리나라에서 어떤 부모가 농촌의 학교를 찾게 될까. 이러다 마을에서 학교가 사라진다면 머지않아 마을도….

교원감축이 어찌보면 지금 농촌의 어르신들에게는 와닿지 않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농촌은 초고령사회로 넘어가고 있기에 학령기 아이가 없는 본인들이 관심을 두기 어려운 화두이다. 하지만 조금만 넓고 멀리 생각해보면 좋겠다. 다시 아이들의 떠들고 노는 소리가 들리고, 해질녘 저녁을 먹이려고 ○○야~! 부르는 엄마들의 외침이 들리는 농촌, 아이들도 청년들도 어르신들도 어울려 사는 농촌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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