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섬진강 마을영화제는 곡성군 기후정의행동이다

  • 입력 2022.10.02 18:00
  • 기자명 박진숙(전남 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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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숙(전남 곡성)
박진숙(전남 곡성)

지난달 23일부터 25일까지 곡성군 마을 이곳저곳에서는 ‘지구별을 지키는 마을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섬진강 마을영화제가 열렸다.

봄부터 시작하여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태풍이 우리 들녘을 헤집고 갈 때까지 우리는 섬진강 마을영화제를 위한 준비를 해왔다. 마을교육자치와 주민자치를 키워내고 있는 ‘함께마을교육사회적협동조합’과 곡성군 교육 문화운동을 끌어오고 있는 ‘곡성교육희망연대’, 밥카페를 운영하는 ‘농업회사법인 미실란’, 김탁환 작가님이 운영하는 ‘생태책방 들녘의 마음’이 연대하여 실무진을 이루고 기지재단과 미래교육재단, 곡성군이 협력하여 만들어낸 연대사업이었다.

우리는 작은 공동체가 되어 각자의 공간에서 축적해온 경험과 실력을 차곡차곡 모아서 영화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사무처를 두고 프로그램팀과 기획홍보팀, 지원팀을 꾸려내었다.

서울이나 부산 등 큰 도시에서는 환경영화제가 몇 차례 열리고 있고, 올해 강릉에서는 기후영화제가 열린다고 한다. 생태환경을 주제로 한 전남지역의 영화제는 곡성 섬진강 마을영화제가 처음이니 그 의미가 크다.

섬진강 마을영화제는 ‘우리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해 답을 찾는 유쾌한 여정이었다.

첫 상영작은 곡성군작은영화관의 활성화와 지역주민들과 공감을 위한 시간으로 계획하여 <타사투더>를 상영하였는데, 작은영화관의 만석과 함께 감상평이 줄줄이 이어지는 큰 호응이 있었다.

둘째 날부터가 본격적인 영화제인데, 참가자들이 곡성역에 결집하여 섬진강습지까지 걸으며 섬진강에 깃든 모든 생명체와의 공존의 의미를 찾는 플로킹을 하였고, 공유공간인 ‘멜롱살롱’에서 청년농부들의 유기농공동체 방문기인 <파밍 보이즈>를 함께 보았다.

비빔밥으로 저녁을 먹고 개막식을 연 후엔 개막작인 <그레타 툰베리>를 보았다. 이날은 세계기후행동의 날로 서울에서 대규모집회가 예정되어 있는데도 함께 참여하여 힘을 보태지 못함에 대한 미안함을 갖고 피켓을 만들고 구호를 적어서 참여자 모두가 곡성 기후정의행동으로 “지금당장 탈성장!”을 외쳤다.

마지막 날엔 지역민이 운영하는 까페 ‘낭만가옥’에서 <오시카무라에 부는 바람>을 보며 마을공동체의 의미를 다져보고, <미싱타는 여자들>을 폐막작으로 상영하고 이어 감독과 출연진들이 함께하는 대화모임이 이어졌다.

지구생태계와 마을공동체를 위한 주옥같은 다큐영화들을 함께 보고 생태적 각성을 촉구하는 곡성 문화운동이자 기후정의 운동의 중심축이 섬진강 마을영화제가 되길 기대하면서 영화제의 막을 내렸다.

2박 3일간의 영화제 내내 내 머릿속에 맴돌고 있던 화두는 기후위기와 농업이었다.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생태전환의 당사자로 자랑스런 농사를 지어오던 우리의 논을 정확한 근거도 없이 온실가스 배출의 원흉으로 몰아가며 농의 가치, 쌀의 가치를 더 하락시키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의 무책임한 시선이 많이 서운하다.

정작 대규모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자본에게는 온갖 특혜를 주면서 소비를 미덕으로 욕망하는 사회를 위한 녹색성장만을 외치는 정부의 기후위기 대책에 농민으로서 분개한다. 기후위기에 가장 민감하게 피해를 입는 당사자이니 이를 극복할 대안을 논할 사람은 농민이어야 한다. 농민은 기후불평등 해결과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당사자로서 논의 테이블에서 당당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

기후정의를 위한 곡성 사람들의 목소리는 섬진강 마을영화제에서 시작되었다. 내년 섬진강 마을영화제에서는 이 목소리가 더 커지고 큰 파장이 되어 성장이 아닌 공존을 모색할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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