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희망을 일구는 사람들

  • 입력 2023.01.01 18:00
  • 기자명 김승애(전남 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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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애(전남 담양)
김승애(전남 담양)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다. 숫자의 힘이 이렇게 큰지 몰랐다. 그저 오늘의 해가 지고 내일의 해가 뜨는 것일 뿐인데 2022년에서 2023년이 된다는 규칙을 만들어 놓으니 그동안의 힘든 일은 뒤로한 채 무언가 새로운 출발점에 선 듯 가슴이 뛴다. 뉴스를 보고 있으면 세상이 어디로 갈지 미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고 투쟁하는 동지들이 있고, 지역에서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짜내는 희망일꾼들이 있기에 우리의 새로운 1년에 기대를 품게 된다.

‘전남교육실천회의’라는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최근 몇 년간의 전남 22개 시·군 신생아 출생현황과 입학생 현황을 정리해 보았다. 내가 사는 담양의 경우, 2015년 신생아는 334명인데 2021년에는 신생아 155명, 입학생 227명이 되었다. 결론은 107명이 지역을 떠났고 출생은 179명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광주광역시 인근이라 이 정도이다. 광역시에서 먼 곳인 해남의 경우, 2015년에 839명이 태어나 2021년에 374명이 입학을 했고, 신생아는 544명 줄어든 295명이 되었다. 22개 시·군 중 2021년도에 100명도 안되는 출생을 한 곳은 곡성 44명을 비롯 보성·함평·구례 네 군데나 된다. 또한 전남에서는 2022년 한 해 동안만 해도 초등학교 4곳과 중학교 1곳이 문을 닫았다.

6년 사이의 변화가 보통이 아니다. 그 원인은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것이다. 그 많은 돈과 정책을 쏟아부었건만 어찌되었든 결과는 인구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 층 인구의 변화를 가늠하는 척도와 같은 신생아 출생 수와 입학생 수를 보니 교육하기 힘들고 기타등등의 정주여건이 녹록지 않은 것이 확인된다. 그러다보니 인구를 기준으로 정책과 예산이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농촌은 더더욱 살기 어려워지고 있다.

인구절벽의 위기를 넘어보고자 수많은 사람들이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여러 가지 정책을 만들고 있다. 한 예시로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명시된 생활인구제도 도입을 통해 활력을 찾으려는 시도가 있는데, 강진의 ‘푸소’ 프로그램과 강원도의 ‘워케이션’, 공주의 ‘온누리공주시민제도’ 등이다. 정주여건을 개선하는 제도의 하나로 청주의 ‘DRT’ 제도나 여성농민을 존중하는데서 만들어진 ‘여성농민 행복바우처카드’ 확대 운동도 있다. 주민들은 각종 돌봄사업과 새마을운동에 버금가는 마을운동으로, 폐교 위기가 닥친 마을에서는 작은학교 살리기 운동으로, 농민들은 농업·농촌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농민수당 확대나 거주수당 도입 운동과 함께 농민으로 살아남기 위한 각종 투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만병통치약 같은 정책은 없으나 어디서 잭팟이 터질지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다양한 활동과 정책이 펼쳐지고 그것이 성공하길 바라며 헌신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것 같기도 하고,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믿고 앞만 보고 가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보편적 복지가 확대되고 생활기반이 탄탄해져서 정주여건이 나아지는 방향을 기대하고 있다. 정책의 중심이 사람이 되어서, 사람 중에 지역을 지키고 사는 원주민들이 우선되고, 완전한 둔각 역삼각형 구조에서 제일 아랫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정책, 그리고 농업의 경제적 가치를 떠나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한 가치를 높이 사는 방향 말이다.

무엇보다도 희망을 일구는 사람들, 공무원과 농민, 시민활동가까지 우리 모두 지치지 않도록 서로 배려하는 따뜻한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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