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경주에서 정월 대보름이 되면 달집태우기와 쥐불놀이를 하며 첨성대 근처에서 즐겁게 놀았던 기억이 오래도록 남아 있다. 둥근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면서 본 아이들의 쥐불은 둥근 원을 그리며 쉼 없이 돌아가는데 신비롭기까지 했다.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달집도 쥐불놀이도 사라진 도시의 정월 대보름은 오곡밥과 나물을 먹는 그저 그런 날이 되어 버렸다.음력 새해의 첫 보름인 대보름은 기이 제1편에 신라 21대 소지왕(재위 479~500년)의 ‘사금갑’이라는 전설에서 임금을 구해준 까마귀에게 해마다 찰밥을 준 것에서 유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울산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농지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사료를 포함한 곡물자급률이 고작 18%인 나라에서 대통령이 직접 식량 생산의 근간인 농지를 더 줄이겠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농지이용 규제 합리화’라는 이름으로 밝힌 정부의 계획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현재 농지전용 절차를 거쳐 설치하는 수직농장, 이른바 식물공장 시설을 지목변경 없이 설치할 수 있게 한다는 것, 두 번째는 농업진흥지역의 3ha 이하 소규모 농지는 규제를 해제하겠다는 것이다. 농업진흥지역 내 3ha
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준비로 정치권이 연일 시끄럽다. 각 정당 마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인재를 영입하거나 언론의 관심을 받기 위해 분주하다. 각종 감언이설이 난무하지만 선거의 핵심은 정책공약이다. 승리를 위해 어떠한 정책공약을 준비했는지, 이 공약이 가질 파급력을 모두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선거를 앞둔 시기에 쏟아져나오는 ‘선거용’ 개발정책이 이번에도 예외 없이 등장했다. 아무리 표를 쫓는 것이 정치권의 심리라고 하더라도 기후위기 시대의 전 인류적 과업인 환경보전을 내던져 버리는 개발정책은 쉽사리
일본에서는 2008년 처음으로 전략작물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세계적으로 불안정했던 식량 수급과 가격폭등 상황을 겪으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최근 전 세계적인 식량 수요 증가와 국제정세의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다시 전략작물 정책이 등장하고 있다. 식량안전보장을 강화하고 식량자급률을 함께 올리겠다는 목표로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절박한 상황을 반영해 2023년 5월에 발표된 일본 식량·농업·농촌백서에서는 식량안전보장 강화 문제가 특집으로 다뤄지기도 했다.전략작물 관련 정책으로 대표적인 것은 논을 활용한 직접지불교부금(직불금
지난해 말부터 1월 초까지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 농식품부)는 예비타당성 면제로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사업이 확대됐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여성농민의 고질병인 근골격계 질환 예방 체조 보급 및 질병 연구 등을 위해 그간 현장에 존재했던 농업안전보건센터는 여성농민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폐업해 버렸다.농식품부가 올해 관련 예산을 예산안에 책정했지만, 기획재정부와의 최종 협의 과정에서 해당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이다. 농촌진흥청의 농업인 재해·안전 예방사업과 겹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농진청도 관련 연구를 하고 있고, 농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입틀막은 ‘입을 틀어막다’를 줄인 말이다. 요새 온라인엔 ‘입틀막’이 들어간 뉴스 헤드라인이 가득하다. 최근 가장 ‘핫한’ 단어. 지난 16일 카이스트 졸업식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 졸업생이 “R&D 예산 복원하라”라고 외친 순간 대통령 경호처 경호원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그의 입을 틀어막은 뒤 사지를 들고 밖으로 끌고 나간 사건 때문이다.그러든 말든 이날 윤 대통령은 졸업생들에게 “마음껏 도전을 이어갈 수 있게 정부가 힘껏 지원하겠다”라고 축사를 건넸다. 역대 정권 최초로 R&D 예산을 대폭 삭감
2023년 국제정세를 살펴보면, 몇 가지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그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이 바로 전쟁의 일상화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전 양상을 띠면서 벌써 3년째로 접어든다. 그리고 미국의 지원에 힘입은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전쟁이 확장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 모든 전쟁에는 미국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중동권의 전쟁에는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전쟁의 참화는 참전 중인 군인들의 피해보다는 민간인. 특히 여성과 아이들에게는 상상할 수도 없는 끔찍한 참혹함을 주기에 그 어떤 경우에라도 전쟁은 즉각 중단돼야 하는 것이
지난달 25일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끝났다. 이성희 현 회장은 퇴임을, 당선자 강호동 신임 회장은 취임을 앞두고 있다. 농협중앙회장이 교체되는 이 시기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퇴임공로금’이다.급여를 받는 대부분의 직장인은 1년 이상 일을 하다 그만둘 때 퇴직금을 받는 게 제도화돼 있다. 장기근속 정년퇴직이라면 최대의 퇴직금을 받는 게 일반적인데, 그동안의 노력과 공로에 대한 보상이자 새 출발을 격려하는 의미 등이 퇴직금제도에 담겨있는 것이다.농협중앙회장은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 지난 2005년 7월 농협법이 개정돼 농협
농지은행 사업은 2005년 도입된 정부의 핵심 농지관리 제도라 할 수 있다. 농지은행 제도는 농지법에 근거해 농지의 효율적 이용관리, 규모 확대, 경쟁력 강화 등을 목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시행되고 있다. 국가는 생산기반인 농지를 보전, 유지시켜 안정적인 식량생산을 이끌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농민이 농지를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하지만 각종 개발사업을 위한 농지전용이 만연화되고, 농사짓는 농민이 아닌 사람의 농지소유 비율은 날이 갈수록 커져 농지가 그 목적에 맞게 제대로 이용되지 못하
한 국가의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농업부문은 생산과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하락한다. 일종의 시장경제 법칙이다. 시장경제체제에서 생산요소들은 생산성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하려고 한다. 동일한 투입량으로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토지도, 노동도, 자본도 생산성이 낮은 농업부문에서 벗어나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제조업으로, 서비스업으로 점진적으로 이동하게 된다.1970년대 말 시작된 개혁개방의 대전환을 통해 중국이 거둔 경제성장 실적은 우리가 받았던 성장의 기적이라는 칭송을 뛰어넘는다
멀리까지 내다보고 깊게 생각하는 것과 흐린 정신으로 가볍게 움직이는 것, 두 종류의 태도가 있다. 자녀에게 심모원려(深謀遠慮)와 경거망동(輕擧妄動) 중 무엇을 가르쳐야 하냐고 부모에게 묻는다면, 당연히 심모원려를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가르칠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다.아파트나 주식의 가격 상승과 하락에 일희일비하고, 플랫폼에 막 도착한 출근길 전차를 놓치지 않으려 달음박질치고, 어느 학원 선생이 요령 있게 가르치더라는 동네 엄마들 단톡방 정보를 확인하느라 발품 파는 게 대도시 학부모의 삶이다. 멀리 보고 깊게 생각하고
명절을 앞두고 차례상 차림 비용과 농수축산물 물가에 대한 온갖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 관계기관 조사 결과를 앞세워 올해 설 명절 차례상 차림 비용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보도도 언뜻 눈에 띄지만 값이 오르지 않은 품목이 없다거나 급등한 농산물 가격에 설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는 자극적인 제목의 보도, 비싼 가격 탓에 차례상을 풍족하게 차릴 수 없어 조상님께 죄송하다는 제목을 단 기사 등이 대부분이다. “설 연휴 물가 안정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전재한 보도와 더불어 농식품부에서
2023년은 모처럼 태풍이 없는 해다. 8월 말과 10월 초 사이 제주와 일본 사이를 지나는 태풍은 평균 3회 정도인데 몇 년 만에 태풍 없는 해를 맞이했었다. 거대한 바람과 쇠못 같은 폭우를 경험해보지 않는 사람은 그 위력을 실감하지 못한다. 남한 인구의 상당수가 거주하고 있는 서울과 경기 일원, 그리고 서해안 쪽은 태풍의 경로가 아니며, 제주와 남해안을 거친 태풍은 대지와 만나면서 그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한반도 중반부에 이르게 되면 위력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평생 태풍의 비와 바람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
지금 프랑스를 비롯해 온 유럽은 대륙 전체가 농민들이 일으킨 대규모 무력시위로 뒤숭숭하다. 나라마다 입장과 정도 차이는 있지만, 그간의 노선을 최대한 수정해가면서까지 농민들과 의견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일례로 프랑스는 20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 합의에 다다랐던 남미 메르코수르와의 FTA 협상을 중단하려고 하는 상태다.현지에선 프랑스 정부와 마크롱 대통령이 농정에 대한 장기적 관점 없이 농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으로 대 메르코수르 협상을 공격하고 있다는 시선도 없지 않다. 여러 가지 분석이 있으나, 농민들
전국 화훼농가들이 한국-에콰도르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수입꽃은 이미 차고 넘칠 만큼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소비심리마저 위축돼 화훼농가들의 위기감이 고조돼 있는 상황인데, 화훼 수출 강국 에콰도르에까지 꽃시장을 개방해야 하기 때문이다.지난해 10월 SECA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화훼농가들은 해를 넘겨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협상 타결 당시 나온 자료들을 보면 우리나라는 에콰도르에 ‘자동차 수출’이 유리한 반면 ‘농산물 시장’은 불리하다는 전망이다. 에콰도르산 바나나라든가 절화류 특히 장미와
새로운 농협중앙회장이 선출됐다. 농협은 농업협동조합의 줄임말로 농민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통해 농민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 도모를 위해 설립된 농업분야 대표 조직이다. 농협은 농업·농촌에 가장 중요한 조직이지만 농협을 평가하는 농민들의 시선은 차갑다. 바로 협동조합의 의미를 퇴색시켰기 때문이다. 경쟁과 효율,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일반 사기업과는 달리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시장도 정부도 아닌 제3의 영역, 바로 사회적경제의 한 부분이 협동조합인 것이다. 협동조합을 주축으로 하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의미와 그 가치를 다시금
올해 초부터 북한은 평양과 지방 간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지난달 15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밝힌 지방 경제 개선 대책,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실질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다. 지방발전 20×10 정책은 매년 20개 군에 현대적인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해 10년 안에 전국 인민의 물질문화 생활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키겠다는 내용이다.이후 지난달 23~24일 열린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9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지방 인민들에게 기초식품과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세계 200여개 국가별 경제, 정치 전반에 대한 분석과 중장기 예측 및 각종 국가 거시경제, 산업 지표를 제공하는 기관으로써 영국의 시사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자회사다. EIU에서 발표하는 자료 중 세계식량안보지수(GFSI)라는 것이 있는데, 식량안보지수는 한 국가가 자국민에게 양질의 식량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척도로써 각국의 식량에 관한 부담능력과 식량 공급능력, 영양학적 품질, 식품안전 등을 종합해서 평가한다. 한국의 식량안보지수는 △2019년 73.6(29위) △
지역에서 여성농민회 회원 분들과 대화하면 여성농민의 지위 보장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농민의 지위 보장은 무슨 의미일까? 1년 내내 가정 살림은 거의 도맡아 하며, 농사철에는 남편과 함께 논밭에서 일하고, 텃밭 농사나 일부 밭작물의 경우 어떤 도움도 없이 오로지 맨몸 하나로 영농활동을 하는 여성농민들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말이나 선언이 아닌 ‘법’으로 보장하라는 것이다.너무도 당연한 요구이며, 이런 요구를 해야 한다는 현실이 가슴 아픈 일이다.지금 농촌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현실적으로 농업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한반도 남측의 사과가 ‘월북’ 중이다. 정확히는 재배 가능지역이 ‘북상’ 중이다. 과거 남측의 대표적 사과 주산지였던 대구시는 더는 주산지라 하기 어려울 정도로 재배농가가 줄었다. 기후위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경북 영주 등지로 이미 산지가 북상한 상황이다.이대로 기후위기가 심화된다면 2050년대에 한반도 남측에선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사과 재배가 가능하리라는 진단이 제기된다. 2060~70년대엔 아마 남측에선 (통일이 실현되지 않았다고 가정한다면) ‘국산 사과’를 접하기 힘들어질 것이며, 사과 주산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