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훼농가 목줄 죄는 한국-에콰도르 SECA 철회해야

  • 입력 2024.02.04 18:00
  • 수정 2024.02.04 18:18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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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화훼농가들이 한국-에콰도르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수입꽃은 이미 차고 넘칠 만큼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소비심리마저 위축돼 화훼농가들의 위기감이 고조돼 있는 상황인데, 화훼 수출 강국 에콰도르에까지 꽃시장을 개방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SECA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화훼농가들은 해를 넘겨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협상 타결 당시 나온 자료들을 보면 우리나라는 에콰도르에 ‘자동차 수출’이 유리한 반면 ‘농산물 시장’은 불리하다는 전망이다. 에콰도르산 바나나라든가 절화류 특히 장미와 카네이션 수입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에콰도르산 바나나는 30%의 관세로, 장미와 카네이션은 25%의 관세로 우리나라에 수입되고 있다.

에콰도르는 남아메리카 북서쪽 페루와 콜롬비아 사이에 위치한다.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 화훼산업이 발달해 있으며, 그중에서 장미가 대표 품목이다. 에콰도르 전체 화훼 재배면적과 생산량의 70%를 장미가 차지할 만큼 국가적으로 육성하는 품목이기도 하다. 이번 SECA가 발효되면 장미는 12년, 카네이션은 15년 동안 점진적으로 관세가 사라진다.

문제는 국내 화훼농가들이 이미 수입 화훼류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FTA가 체결될 때마다 대책부터 세워달라는 농업계의 목소리는 번번이 묵살됐다. 이번 SECA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타결 이후에야 화훼농가들은 뒤늦게 소식을 접했을 뿐 아니라,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화훼농가의 의견 수렴 과정 역시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절화 장미의 수입실태를 살펴보면 더욱 암담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 ‘국가별 월간 화훼 수출입 현황’ 중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을 살펴보면 절화 장미를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수출한 국가는 콜롬비아다. 금액으론 77만8,000달러(약 10억3,600만원), 물량으론 80톤이다. 그 뒤를 에티오피아(63만5,000달러(약 8억4,600만원), 물량 73톤), 중국(8만8,000달러(1억1,700만원), 물량 15톤), 베트남(3,000달러(약 399만원), 물량 1톤)이 차지하고 있다. SECA가 발효된다면 머지않아 콜롬비아와 에콰도르가 절화 장미류 수출 1·2위를 다툴 것으로 보인다. 국내 꽃시장이 수입산 꽃들 차지가 된 것도 심각한 문제지만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화훼소비가 위축된 가운데 화훼생산비가 급등해 폐업을 고민해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

국내 화훼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정부의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농가조차 모르게 타결된 한국-에콰도르 SECA는 폐기해야 마땅하다. 지난달 26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전국 500여 화훼농가들이 치켜든 팻말에 농가의 진심이 담겨있다. ‘SECA 대책, 꽃 다 망한 뒤 무슨 소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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