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화훼산업에 시장 추가 개방, ‘대책은 없다’

  • 입력 2024.02.04 18:00
  • 수정 2024.02.05 10: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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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한국-에콰도르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의 폐기를 주장하며 지난달 26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열린 `화훼농가 생존권 총궐기'에서 한 농민이 `SECA 대책, 꽃 다 망한 뒤 무슨 소용!'이라고 적힌 손팻말과 장미를 같이 들며 피해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국-에콰도르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의 폐기를 주장하며 지난달 26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열린 `화훼농가 생존권 총궐기'에서 한 농민이 `SECA 대책, 꽃 다 망한 뒤 무슨 소용!'이라고 적힌 손팻말과 장미를 같이 들며 피해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 손엔 꽃을, 또 다른 손엔 피켓을 든 채 화훼농민 500여명이 지난달 26일 정부세종청사 앞에 모였다. 지난해 10월 타결된 한국-에콰도르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의 폐기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해 이날 모인 화훼농민들은 집회 시작에 앞서 한 송이씩 포장된 장미를 나누며 화훼산업과 농가가 처한 절박한 상황을 알렸다.

세종서 열린 집회에 앞서 지난달 22일에는 국회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화훼농민들은 SECA가 타결되는 과정에서 생산자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지 않았고, 이미 침체된 화훼산업에 에콰도르산 장미까지 수입되면 산업이 되돌릴 수 없는 위기에 처하게 될 거라 크게 우려했다.

이날 토론회장에서 한 화훼농민은 “아버지 뒤를 이어 장미를 재배 중이고, 10여년의 농사경력이 길진 않지만 정성 들여 꽃을 키우고 있다. 키운 꽃이 소비자에게 기쁨과 행복을 준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농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베트남, 중국, 콜롬비아와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됐고, 함께하던 많은 농가가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되지 않자 농사를 포기했다”며 “모든 걸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 와중에 농약, 비료, 시설하우스 비닐과 파이프 등의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다. 인건비와 전기요금은 이제 농가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인데, 화훼강국인 에콰도르에서 장미까지 추가로 들어온다면 마지막 끈마저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절박함을 털어놓아 참석한 농민들의 깊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이처럼 SECA가 국회 비준을 거쳐 정식 발효된다면 더이상 화훼농사를 지속할 수 없을 거라며 화훼농가 다수가 낙담 중인 실정이다. 화훼농민들은 “화훼는 먹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수입산에 대한 소비자 거부감이 낮고, 특히 에콰도르같이 기업화된 화훼산업 강국에서 저가의 꽃이 SECA 등의 발효로 국내 시장에 물밀 듯이 들어올 경우 산업 전반이 휘청거려 결과적으로 몰락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12월 20일 발효된 한-베트남 FTA와 2016년 7월 15일 발효된 한-콜롬비아 FTA 등의 영향으로 국내 국화·카네이션 농가는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식물검역온라인민원시스템 검역통계에 따르면 2015년 국화절화 베트남 수입 수량은 177만6,966개였으나, FTA 체결 이후 7년여가 지난 2022년에는 1억693만7,010개로 약 60배 폭증했다. 콜롬비아에서 수입하는 카네이션 수량도 2015년 128만7,380개에서 2022년 4,259만1,269개, 2023년 4,864만5,297개로 2015년 대비 각각 약 33%, 38%씩 증가했다. 화훼농가들이 FTA 발효 이후 국화·카네이션 시장을 수입산에 빼앗겼다고 토로하는 이유다.

한편 농민들은 수입 빗장 문제와 더불어 화훼산업이 전체적으로 오랜 기간 침체기를 겪고 있다는 것도 문제로 꼽고 있다. 중·고등학교 졸업식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적지 않은 학부모가 중고거래 앱을 통해 ‘중고꽃다발’을 구하려 했다는 소식이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질 만큼 농가들은 생산비 폭등과 소비 부진, 수입산 저가 꽃과의 경쟁까지 치르고 있다. 이에 화훼농민들은 정부가 침체된 화훼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소비촉진과 산업 발전 계획 등을 마련·추진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격 경쟁에서 결코 우위를 점할 수 없는 수입산 꽃에 우리 시장을 더 이상 내주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한국농정>은 SECA로 드러난 오늘날 화훼산업의 상황과 화훼농민들이 SECA의 대책은 ‘없다’고 단호히 얘기하는 그 이유를 상세히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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