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곡물자급률도 위태, 농지 훼손 중단하라

  • 입력 2024.02.25 18:00
  • 수정 2024.02.25 18:15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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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울산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농지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사료를 포함한 곡물자급률이 고작 18%인 나라에서 대통령이 직접 식량 생산의 근간인 농지를 더 줄이겠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농지이용 규제 합리화’라는 이름으로 밝힌 정부의 계획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현재 농지전용 절차를 거쳐 설치하는 수직농장, 이른바 식물공장 시설을 지목변경 없이 설치할 수 있게 한다는 것, 두 번째는 농업진흥지역의 3ha 이하 소규모 농지는 규제를 해제하겠다는 것이다. 농업진흥지역 내 3ha 이하 소규모 농지는 2만1,000ha로 추산된다. 마지막 세 번째는 농지에 농사용 농막 설치만 허가했으나 이보다 큰 체류형 쉼터, 즉 거주시설도 허용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 같은 농지 훼손 계획에 ‘농지이용 합리화, 농촌소멸 대응’이란 명분을 붙였고, 이날 토론에서 확정된 사항 중 정부 조치로 가능한 사항은 즉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농지면적은 매년 크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7년 162만ha였던 농지면적은 2022년 152만8,000ha로 5년 새 9만ha가량 감소했다. 곡물자급률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 2017년 23.4%였던 곡물자급률은 2021년 18.5%로 떨어졌다. 항간에 ‘쌀이 남으니 농지를 줄여도 된다’는 주장도 있는데, 2021년 쌀 자급률은 1990년대 이후 최저치인 84.6%였다.

현재의 농지전용 속도만으로도 식량주권 관점에선 ‘과속’이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후보 시절 공약으로 식량주권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2022년 8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당시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업 분야 핵심 다섯 과제 중 하나로 식량주권 문제를 선정한 바 있다. 농지를 줄이면서 식량주권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

특히 농업진흥지역의 3ha 이하 농지를 정부가 ‘자투리땅’이라고 평가절하한 것도 농민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이를 두고 “천박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망발이 아닐 수 없다”며 “3ha 논에서는 1.5톤이 넘는 쌀이 생산되고 이는 28명의 국민을 1년간 먹여 살릴 수 있는 양”이라고 생산적 가치를 부여했다. 모든 농지는 소중한 땅이자 식량 생산의 근간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명확히 한 것이다. 농촌소멸 대응으로 농지 위에 도시민이 쉬다 갈 수 있는 체류형 쉼터를 짓게 한다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없다.

지금 농촌소멸 대응의 가장 시급한 정책방향은 농업소득을 높여서 농가경영을 안정화시키고 농촌의 열악한 생활환경을 전면 개선하는 일이다. 농지를 타용도로 사용하는 순간, 농촌난개발은 물론 농지소멸과 농촌소멸의 폭주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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