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농업진흥지역 해제 추진에 ‘농지 훼손 시도 즉각 중단’

스마트팜‧농촌체류형 쉼터 설치 등에 농지 전용절차 폐지

‘자투리 농지’ 절대농지서 해제해 지역 편의시설 등 개발

전농, ‘농지는 식량생산 근간, 훼손 시 심판하겠다’ 경고

  • 입력 2024.02.21 18:11
  • 수정 2024.02.23 08:57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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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정부가 소규모 절대농지에 대한 규제를 해제하고 수직농장 설치 시 필요한 농지전용 절차를 폐지하는 등 농지 이용규제를 상반기 안에 대폭 완화하겠다고 나서면서 농지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21일 울산광역시에서 진행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제시된 정부의 ‘농지이용 규제 합리화’ 방안 때문이다. 농지이용 규제와 관련한 방안의 골자는 ‘전용절차 없이 스마트팜과 농촌체류형 쉼터 설치를 허용하고, 약 2만1,000ha의 농업진흥지역 개발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 토론에서 확정된 사항은 빠른 진행을 위해 시행령 이하 개정 등 정부 조치로만 가능한 사항은 즉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이 토론회에서 제시된 농지이용 규제 합리화 방향은 다음과 같다.

먼저 농지에 수직농장(실내 다단구조물에서 환경조절, 생산공정 자동화를 통한 식물생산 시스템) 설치가 허용된다. 수직농장은 보통 컨테이너형‧건물형 건축물 안에 들어서므로 별도 제한 없이 농지에 설치할 수 있는 비닐하우스‧유리온실 등과 달리 농지전용(땅의 용도 변경)이나 타용도 일시사용(최장 8년) 절차를 거쳐야만 농지에 설치할 수 있다. 이에 제한 절차를 폐지해 수직농장 운영자의 불편을 해소하겠단 취지다.

두 번째론 이른바 절대농지가 몰려 있는 농업진흥지역 내의 소규모 ‘자투리 농지(3ha 이하)’를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해 문화복지시설‧체육시설‧인근 산업단지의 편의시설 등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자투리 농지들은 기계화 영농 효율성이 낮아 농업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상반기 안에 소규모 농업진흥지역 정비 계획을 발표하고 지자체의 자투리 농지 개발수요 신청을 받아 해제 절차를 추진하고자 한다.

다음으로 (가칭) 농촌 체류형 쉼터 도입이다. 이는 도시민이나 주말체험 영농인 등을 위한 임시거주시설이다. 최근 도농 복합생활 수요가 늘고 있어 도시민이 농촌에 집을 사거나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농촌 생활을 경험할 수 있게 해 생활 인구를 늘리고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것이다. 농촌소멸 위기 대응 방안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농업진흥지역은 농업 활동만 가능한 이른바 절대농지가 밀집된 지역이다. 농업진흥지역 변경과 해제는 「농지법 시행령」에 따른 일정 사유 외엔 불가하다. 또 해제나 변경 사유가 없어졌다면 원래의 농업진흥지역으로 돌려놔야 한다.

21일 울산광역시에서 열린 열세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 KTV유튜브 화면 갈무리 
21일 울산광역시에서 열린 열세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 KTV유튜브 화면 갈무리 

정부의 이번 계획이 ‘농지를 농업에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보전하기 위함’이라는 농업진흥지역 지정 목적에 배치되는 만큼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즉각 터져나왔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하원오, 전농)은 21일 긴급 성명을 내고, “농지는 식량생산의 근간이다. 윤석열정권은 농업진흥지역을 비롯해 농지를 훼손하려는 모든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라고 규탄했다.

전농은 “‘자투리’ 농지는 약 2만1,000ha로 여의도 면적의 70배가 넘는다. 경기도 구리시 인구보다 많은 18만8,000명이 1년 동안 먹을 쌀을 생산할 수 있고, 윤석열정권이 자귭률을 높이겠다 부르짖는 전략작물인 콩과 밀은 각각 4만2,630톤, 9만3,870톤을 생산할 수 있는 면적이다”라며 “그럼에도 다짜고짜 농지규제부터 해제하겠다니 윤 정권은 식량위기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라고 일갈했다.

이어 “윤석열정권과 국민의힘은 3ha 미만의 농지를 ‘자투리’라 평가절하하고 있다. 천박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망발이 아닐 수 없다”라며 “3ha의 논에서는 1.5톤이 넘는 쌀이 생산된다. 국민 28명을 1년간 먹여 살릴 수 있는 양이다”라며 “결코 자투리로 치부돼선 안 될 가치를 지니며 농지에 자투리란 없다. 모든 농지는 소중한 땅이자 식량생산의 근간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오히려 농업진흥지역 지정 기준이 지나치게 높아 많은 농지가 농업진흥지역으로 지정되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에 학계‧농업계는 현재 기준(평야10ha‧준평야7ha‧산간5ha가 정비돼야 함)보다 완화해(평야7ha‧준평야3ha‧산간1ha)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부응해 농업진흥지역을 더 확대하고, 나아가 농민기본법을 제정해 헌법에 명시된 경자유전의 원칙을 실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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