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신자유주의에 맞서 ‘유럽 농민들과 함께하자’

  • 입력 2024.02.11 18:00
  • 수정 2024.02.11 18:46
  • 기자명 김덕수(강원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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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수(강원 춘천)
김덕수(강원 춘천)

2023년 국제정세를 살펴보면, 몇 가지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그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이 바로 전쟁의 일상화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전 양상을 띠면서 벌써 3년째로 접어든다. 그리고 미국의 지원에 힘입은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전쟁이 확장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 모든 전쟁에는 미국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중동권의 전쟁에는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전쟁의 참화는 참전 중인 군인들의 피해보다는 민간인. 특히 여성과 아이들에게는 상상할 수도 없는 끔찍한 참혹함을 주기에 그 어떤 경우에라도 전쟁은 즉각 중단돼야 하는 것이다. 물론 누가 전쟁을 일으켰는가와 어떤 양상으로 번져나가는지도 중요하겠지만, 그 어떤 경우라도 전쟁의 즉각 중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대돼 인류학살의 야만적인 행태는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전쟁의 일상화와 기후위기는 자연스럽게 식량위기와 에너지 위기로 전 세계 인류에게 또 다른 고통을 가져다준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전 세계는 신자유주의로 인한 폐해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특히나 농업 분야의 피해는 극심한 지경에 이른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최근 몇 달 사이 벌어지고 있는 유럽, 특히 독일과 프랑스 농민들의 트랙터 시위이다.

EU 국가들의 농업보조금 감축과 면세유 정책 후퇴, 값싼 농산물의 무분별한 수입으로 인해 불안감을 느낀 유럽 각국 농민들이 농업정책 후퇴를 막기 위해 수천 대의 트랙터를 동원한 시위를 연일 벌이고 있는 것이다.

트랙터를 동원한 유럽 농민들의 시위는 지속적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그 규모 또한 우리나라 농민들이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이다. 연일, 그리고 각국으로 번져가는 트랙터 시위에 놀란 EU와 독일, 프랑스 정부는 진압을 하는 동시에 성난 농심을 달래기 위해 기존 합의를 뒤엎고 농업에 대한 보조금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신자유주의는 자본주의의 사생아다. 그리고 아마 자본주의의 끝판왕인 것 같다. 국가의 자본주의를 넘어 전 세계를 휩쓸고 다닌 신자유주의의 끝은 몸짓이 커져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는 거대한 괴물 덩어리로 변하고 있는데, 그것의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 바로 전쟁인 듯싶다.

미국과 EU는 자국민들의 거대한 전쟁반대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전쟁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이렇게 늘어난 전쟁비용은 반드시 복지 축소와 농업예산 축소를 동반하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값싼 농산물 수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제 돌아와 한국의 농업을 되짚어보고 2024년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봐야 한다. 윤석열정부도 2024년 예산편성에서 연구비용 대폭 축소와 농업예산의 감소(상대적 감소)를 단행했다. 지금 현장에서는 체념한 듯한 모습이 곳곳에서 보인다. 싸우고 투쟁해봐야 정부의 농업정책이 바뀌겠냐는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농민들의 깃발을 보라. 거대하게 대지를 뒤덮어버린 수천 대의 트랙터 행렬을 보라. 2016년 박근혜 탄핵에 가장 앞장섰던 전봉준 트랙터 행진단의 주역인 우리 농민들의 기상이 아직 시들지 않았다면, 다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끝에 서 있는 신자유주의는 이제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멈춰서 있다. 그리고 또 다른 변신을 시도할 것이다. 지금이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에 빼앗긴 농민의 권리를, 농촌의 회생을 시도할 수 있는 시기이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반도 남단의 농민운동이 신자유주의에 맞서 다시 투쟁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거부하고 농업포기 선언을 한 윤석열정부를 다가올 총선에서 분명히 심판해야 하며, 그 이후 농정대전환의 요구를 가지고 ‘유럽 농민들과 함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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