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업안전보건센터 폐업,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입력 2024.02.25 18:00
  • 수정 2024.02.25 18:15
  • 기자명 이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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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이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지난해 말부터 1월 초까지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 농식품부)는 예비타당성 면제로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사업이 확대됐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여성농민의 고질병인 근골격계 질환 예방 체조 보급 및 질병 연구 등을 위해 그간 현장에 존재했던 농업안전보건센터는 여성농민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폐업해 버렸다.

농식품부가 올해 관련 예산을 예산안에 책정했지만, 기획재정부와의 최종 협의 과정에서 해당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이다. 농촌진흥청의 농업인 재해·안전 예방사업과 겹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농진청도 관련 연구를 하고 있고, 농어업인안전보험법에 따라 예방 교육도 확대된 만큼 농진청의 관련 사업을 강화해 운영을 효율화하기 위한 것이 기재부의 취지라고 한다. 하지만 농업안전보건센터는 농어업인 질환을 연구하고 예방하기 위한 연구·교육기관이었던 것에 반해 농진청은 농작업 안전·재해 예방 교육 계획만 세우고 있어 서로 그 책임을 미루고 있다.

많은 여성농민은 의견 수렴 없이 농민을 위한 사업을 갑자기 폐지하고 농진청 교육사업으로 이를 한정한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의학적 보건에 관한 연구가 중심을 이뤘던 농업안전보건센터는「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농어업인삶의질법)」제15조의2(농어업인 질환의 예방 등을 위한 시설의 지원)에 근거해 운영된 기관이다. 지난 2010년 7월 관련 조항이 신설된 이후 폐지 전까지 강원·경남·전남·제주·충남 5개 센터가 운영됐다. 센터는 그동안 농민들을 성별, 연령별, 작목별로 나눠 추적연구를 진행했고 이에 따라 질환별 표준 예방법과 교육법 등을 개발해 보급에 힘썼다. 특히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을 센터가 맡아왔던 터라 여성농민에게 센터의 존재는 무엇보다 컸다.

농업안전보건센터의 폐업으로, 의학적 조사·연구, 여성농민 특화 건강검진, 농민 건강검진 사후 상담과 건강검진 자료 심층분석·연구 등 의료진과 전문 연구 인력이 맡아온 분야는 공백이 생길 우려가 크다. 현장에서 오랜 시간 자리 잡아 왔기에 관련 전문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정부는 사업의 효율과 예산의 삭감이 아닌 농민을 위한 농민이 필요로 하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건강과 안전은 효율로 그 중요도를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이 확대되고 또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농업 질환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예방할 수 있는 전문의료체계가 꼭 필요하다.

그런데 그 시초였던 농업안전보건센터가 폐지돼 버렸다. 노동자들은 산재병원이 있어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농민은 치료는커녕 농업인의 질환을 예방하고 연구해 오던 농업안전보건센터마저 없어진 것이다. 국가가 책임져야 함에도 오히려 농작업 안전에만 중점을 둬 농업인 질환을 농진청의 농작업 안전기능으로 협소화시켜버렸다.

현장의 많은 여성농민은 농작업 안전도 중요하지만 농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농업인 질환에 대해 농식품부도, 기재부도 간과한 것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향후 농식품부와 기재부는 농업안전보건센터 폐지와 관련된 그 책임을 타 기관에 미룰 것이 아니라 농어업인 질환 예방을 비롯해 전문 치료로까지 연계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사업으로 확대·복원해야 할 책임이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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