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내년부터 확대

예산‧수혜 대상 대폭 늘어, 2027년까지 지속 시행 발판

병원 없는 의료취약지역 소외, 나이 기준 등 개선 필요

  • 입력 2023.09.04 16:40
  • 수정 2023.09.07 14:14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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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여성농민의 삶의 질 향상과 모성권 보장을 위해 실시되고 있는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사업이 내년부터 확대된다.

올해에 견줘 사업비 2배, 수혜 대상자는 3배 이상 늘어난다. 2023년 대상자 9,000명(18개 시‧군), 사업비 20억원에서 내년은 3만명, 43억원으로 확대된다. 이에 현장 여성농민들은 먼저 환영의 뜻을 밝히고 몇 가지 개선 사항과 사업의 장기 방향성도 제안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는 시범사업이었던 이 사업의 본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해 사업 평가를 근거로 기획재정부에 2023년 2분기 예비타당성 면제를 신청했고, 최근 면제사업으로 확정됐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이로써 앞으로 5년간(2023~2027년 총사업비 1,154억원) 사업 추진의 지속성은 담보된 셈이다.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은 2018년 「여성농어업인육성법」 개정, 2019년 농식품부에 농촌여성정책팀 신설 뒤 본격 추진됐지만 첫 시행은 2022년이 돼서야 이뤄졌다. 여성농민이 비농민이나 남성농민에 견줘 유병률과 의료비용이 높은 특성을 고려해 수 년에 걸친 준비 끝에 시행된 것으로, 농작업으로 여성농민에게 자주 생기는 질환을 예방하려는 검진사업이다. 5개 영역 (근골격계, 심혈관계, 골절‧손상위험도, 폐활량, 농약중독) 10개 항목을 검진하며, 검진 비용의 90%를 지원한다.

2022년 농업인 업무상 질병 현황(농촌진흥청) 기준, 농작업 관련 유병률은 여성이 6.3%, 남성이 4.5%다. 질병 종류별로는 근골격계질환이 5.2%로 가장 높고, 근골격계질환 유병률 또한 여성이(6.2%) 남성보다(4.3%) 높다. 

더딘 진행에 첫 시행 대상도 전국 11개 시‧군에 그쳤지만, 현장 반응은 긍정적이었고 사업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말 시행 2년 차인 2023년 예산이 전년과 같은 규모로 편성되면서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이번 예산 확대에 대해 여성농민들은 환영하면서도, 대다수 농촌지역이 건강검진이 가능한 병원급 시설이 없는 의료취약 지역이라 정작 신청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농민이 많다는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또 만51~70세라는 검진 대상 나이도 현실적이지 않다는 게 현장 전언이다. 이 기준에 들지 않으면 아무리 농사를 오래 지었어도 검진 신청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에서 여성농민 김분례씨가 간호사와 함께 농업 경력, 재배 작목 등이 포함된 문진표를 작성하는 모습. 한승호 기자
지난해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에서 여성농민 김분례씨가 간호사와 함께 농업 경력, 재배 작목 등이 포함된 문진표를 작성하는 모습. 한승호 기자

이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은 “예산 확대는 환영하지만, 실질적으로 이 사업을 유치하려는 전문 병원이 별로 없는 게 문제다”라면서 “그러니 그나마 병원이 있는 도시 인접 지역은 신청이 쉽고, 정작 완전한 농촌지역은 어렵다. 기본적으로 병원이 있어야 하고 군(행정)이 병원 섭외나 사업 신청에 적극 나서야 하는데 현재까진 미흡한 실정이라 하고 싶어도 못 하는 농민들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지난해와 올해 연속 시행 지역인 경남 함안군. 한승아 함안군여성농민회 사무국장도 현장 상황을 전했다. 한 사무국장은 “시범사업이라 예산이 될지 안 될지 항상 불안했는데 우선 늘어난다니 환영한다”면서 “그러나 대상 나이가 만51~70세라 형평성에 맞지 않는 점이 있다. 아무리 농사를 오래 지었어도 나이 기준에 들지 않으면 혜택받지 못한다.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배제돼 아쉽다”고 말했다.

아직 만 51세가 안 된 한 사무국장 역시 20년 넘게 농사지었지만 검진 혜택을 받지 못했다. 그는 나이 기준 외에도 경영체 등록 연수 등 대상 기준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검진결과통보서에 대한 상세한 해설과 필요할 경우 치료까지 연계하는 등 좀 더 섬세한 체계도 필요하다.

한 사무국장은 많은 여성농민이 검진 결과서를 받아도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워한다면서 “언니들(여성농민들)이 ‘안 좋다더라’ 정도로 알지, 결과가 어떤 의미이고 어느 정도까지 안 좋은지 잘 모른다. 검진 결과에 대한 자세한 해설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이춘선 정책위원장은 “농민을 위한 특수건강검진인 만큼 농업 질환인 근골격질환에 대한 어느 정도 전문성이 있어야 하지만, 일반 건강검진 수준에 그치기도 한다”면서 “노동자의 경우 산재병원이 있는 것처럼 차후엔 여성농민은 물론 전체 농민들이 농작업 질환을 관리‧치료받도록 권역별로 병원을 확대해야 하는 것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권역별로 운영 중인 농업안전보건센터(농어업인 질환 예방과 연구를 위해 농식품부가 지원‧운영하는 기관으로 강원‧경남‧전남‧제주‧충남센터가 있다)가 농업 근골격계질환 연구나 예방 체조 등을 마련하고 있지만, 예방 차원이므로 전문 치료까지 연계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애초 시범사업이라 사업의 지속 추진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본사업 궤도에 오른 만큼 장기적 방향성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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