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 특수건강검진 ‘이제라도, 제대로’

  • 입력 2022.09.04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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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올해 시범 도입된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을 위해 지난달 30일 경북 포항시 북구 용흥동 경상북도 포항의료원 건강검진센터를 찾은 여성농민 김분례(65)씨가 심전도실에서 폐기능 검사를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올해 시범 도입된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을 위해 지난달 30일 경북 포항시 북구 용흥동 경상북도 포항의료원 건강검진센터를 찾은 여성농민 김분례(65)씨가 심전도실에서 폐기능 검사를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스스로를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라 칭할 만큼 여성농민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영농을 지속하고 있다. 농촌 고령화와 코로나19로 인한 인력 부족이 심화됨에 따라 여성농민에게 전가되는 노동의 강도 또한 이전보다 거세지고 있으며, 생산비 증가 및 이상기후로 인한 생산량 저하, 농산물 가격 불안정 등이 농가소득 감소로 이어지자 여성농민들은 농외소득을 위한 노동에도 손을 뻗는 실정이다. 오전에 병원을 들렀다가 오후에 영농활동을 지속하는 여성농민이 현장 곳곳에 있을 만큼 여성농민의 건강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오늘날 여성농민들은 농업과 가사 노동을 병행하며 농촌을 지탱하고 있으며, 농촌서 이뤄지는 여러 마을 돌봄 사업의 주체 또한 여성농민이다. 이에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쁜 하루 일과는 자신을 돌보지 못할 만큼 여성농민들을 극한으로 내몰고 있다.

여성농민들은 이처럼 우리 농업과 농촌의 큰 축을 도맡고 있지만,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그간 당연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 이에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 양옥희, 전여농)은 여성농민 권익 향상을 위해 앞장서 성평등 농정을 요구하는 한편 여성농민 전담부서 마련 등의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전여농은 여성뿐만 아니라 전체 농민의 건강권에 대한 국가 책임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온 바 있다.

여성농민의 기본권과 건강권에 대한 요구가 점차 확산·강조되자 지난 2017년 문재인정부는 국정과제에 ‘여성농업인 특화 건강검진 도입’을 담아냈다. 2018년엔 여성농업인 육성법 개정·시행으로 여성농민 특수건강검진 도입이 가시화됐고,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에 농촌여성정책팀이 신설됨에 따라 여성농민 특수건강검진 도입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기 시작됐다.

결과적으로는 당초 계획보다 더디고 그 규모 또한 상당 부분 축소됐지만, 올해 7월 25일 여성농민 특수건강검진이 시작됐다. 지자체 공모·선정을 거쳐 현재 9개 도 11개 시·군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만 51세에서 70세의 여성농민 중 공동경영주로 등록돼 있거나 경영주 외 농업인으로 등록된 경우 신청을 통해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오는 11월까지 진행되는 올해 사업은 내년에도 시범사업 형태로 지속 추진될 전망이나, 지역과 연령 등 검진대상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예산 확대와 본사업 추진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는 상태다.

한편 지난달 31일 내년도 여성농민 특수건강검진 예산이 올해와 같은 20억원 규모로 편성·발표되자, 양옥희 전여농 회장은 “내년도 사업 예산이 올해와 그 크기가 같은 만큼 내년에도 9,000명의 여성농민만을 대상으로 특수건강검진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도한 노동으로 내년에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여성농민들은 특수건강검진이 전체 농민으로 확대되기만을 기대했지만 반려동물과 유기동물 관련 예산을 신규로 209억원이나 편성한 윤석열정부는 여성농민들의 숙원사업인 특수건강검진 예산을 단 한 푼도 늘리지 않았다”며 “윤석열정부는 농민들을 반려동물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존재로 추락시켰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전국의 여성농민들이 특수건강검진 예산 확대를 요구하는 지금, <한국농정>은 여성농민 특수건강검진이 추진되고 있는 지역을 찾았다. 현장에서 여성농민과 일선 의료진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하고 제도 개선 필요성과 그 방향을 짚어봤다. 다소 늦었지만 어렵게나마 첫 발을 뗀 여성농민 특수건강검진이 앞으로 제대로 된 길만을 걷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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