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 특수건강검진, ‘확실히 다르다’

‘근골격계’ 질환 선별검사와 심혈관계·폐활량 검진 등이 핵심

농작업 사고 예방·근골격계 건강관리·심폐소생 등 교육 병행

  • 입력 2022.09.04 18:00
  • 수정 2022.09.04 21:02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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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달 30일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을 위해 경북 포항시 북구 용흥동 경상북도 포항의료원 건강검진센터를 찾은 여성농민들이 최미란 간호팀장의 지도에 따라 심폐소생 실습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30일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을 위해 경북 포항시 북구 용흥동 경상북도 포항의료원 건강검진센터를 찾은 여성농민들이 최미란 간호팀장의 지도에 따라 심폐소생 실습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7월 25일 시작된 여성농민 특수건강검진은 그 이름에 걸맞게 일반 검진과 확실히 다른 면들을 가지고 있다. 근골격계 질환 선별검사를 위해 무릎, 어깨, 고관절 및 손 등 여성농민이 통증을 호소하는 부위를 모두 방사선 촬영해 진찰하는가 하면 폐활량 검사 등 다소 낯선 항목의 검진이 함께 이뤄지는 특성이 있다.

농업 경력과 재배 작목, 농약 살포 경험 및 방법 등을 묻는 문진 또한 일반적이지 않다. 이밖에 농작업 사고 예방 및 건강관리 등의 교육이 병행되고 검진 결과를 당일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여느 검진과 다른 부분이다.

여성농민 특수건강검진은 크게 △근골격계 △심혈관계 △골절·손상위험도 △폐활량 △농약중독 등 5개 영역으로 구분된다. 최근 수검을 마친 현장의 여성농민들은 만성적으로 통증을 겪는 허리와 무릎, 어깨 등 근골격계 검진이 특히 매우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지난달 30일 경상북도 포항의료원에서는 여성농민 특수건강검진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최미란 포항의료원 건강증진센터 간호팀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250여명의 여성농민이 검진을 완료했으며, 지난달 30일에는 10명의 여성농민이 검진을 받았다.

이날 검진은 8시 반에 시작됐다. 하지만 50~60대의 여성농민들은 8시가 되기 훨씬 전부터 센터를 찾아 검진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7시 반쯤 건강증진센터를 찾았다는 여성농민 김분례(65)씨는 벼와 고추, 콩, 깨 등을 재배 중인데, 기계화된 논농사와 달리 밭농사의 경우 허리를 구부린 채 작물을 수확하느라 평소 허리 통증이 그치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읍사무소에서 여성농민 특수건강검진을 알게 됐다는 김분례씨는 “얼마 전에 건강검진을 받긴 했는데 신체 사용이 많은 여성농민만을 위한 특수건강검진이라고 해서 신청하게 됐다. 처음이라 생소하지만 이미 받은 사람이 상당히 만족하다고 그래서 오늘 받으러 왔다”고 밝혔다.

검진은 문진과 혈액검사, 방사선 촬영 및 신체계측, 폐활량 검사 등으로 진행됐다. 검진을 받고 난 뒤 김씨는 “처음 해보는 검진이 많았고, 세세히 살펴 봐주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 문진표는 내용이 상당히 많고 글씨가 작아 작성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검진하러 오기 전에 미리 보내주면 좋겠다”라고 평했다.

사고 예방 및 건강관리 교육

“순이엄마, 순이엄마. 괜찮아?”

어깨를 다소 강하게 두드리며 외친 물음에도 대답이 없자, 주위 사람을 지목해 119 신고를 부탁한다. 이어 호흡을 확인한 뒤 가슴 중앙을 강하게 압박하는 심폐소생을 실시한다.

최미란 팀장이 실감 나는 상황극으로 녹여낸 심폐소생 교육은 여성농민 특수건강검진이 가진 여러 특별함 중 하나다. 비단 검진항목에만 그치지 않는 여성농민 특수건강검진의 특화성은 농작업 사고 예방 및 심폐소생 교육과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운동 처방 등이 병행된다는 데 있다.

이를 통해 여성농민들은 과수원·축사·밭 등에서 농작업 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예방 교육과 근골격계 질환 예방 목적의 근력 강화 스트레칭 등을 배울 수 있다. 검진 결과가 나오기 전 진행되는 교육은 여성농민들의 호평을 얻었다.

특히 심폐소생 교육은 고령화된 농촌에서 꼭 필요한 교육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심분순(65)씨는 “상황극에 맞춰 인형에 심폐소생까지 직접 해 보니 실제 상황이 닥쳐도 당황하지 않고 절차를 따를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냥 지루한 교육일 거라 생각했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특수건강검진은 진단 결과 확인이 당일에 가능하다. 심분순씨는 검진 당일 결과 확인 후 포항의료원에서 추가 진료를 받았다. 전날 저녁부터 공복 상태로 검진을 하다 보니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물론 적지 않았다. 검진과 교육, 결과 확인까지 3시간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한 수검자는 “일반적인 건강검진보다 오래 걸려 좀 힘들긴 하다. 그래도 결과와 상담까지 하루에 받아볼 수 있어 홀가분한 면도 있다”고 밝혔다.

여성농민 김분례(65)씨가 간호사와 함께 농업 경력, 재배 작목 등이 포함된 문진표를 작성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여성농민 김분례(65)씨가 간호사와 함께 농업 경력, 재배 작목 등이 포함된 문진표를 작성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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