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 좋은 여성농민 특수건강검진, 예산 증액과 본사업화 추진 절실

처방·치료 연계 및 관련 교육 정례화도 뒤따라야

  • 입력 2022.09.04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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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그간의 노고를 보상받는 기분이다. 나라에서 여성농민의 가치를 이제야 인정해주는 것 같아 참 좋다.”

지난달 30일 특수건강검진을 마친 여성농민들의 반응은 예상만큼이나 뜨거웠다. 그간 정책 수혜의 테두리 밖에 놓였던 여성농민만을 위한 사업이 추진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가 하면, 정책 규모의 확대 필요성을 피력하는 농민도 적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포항의료원에서 검진을 받은 여성농민 김순이(63)씨는 “고추, 고구마, 옥수수 등 밭농사 위주로 농사지은 지도 13년이 넘었다. 포항시에 거주 중인 여성농민을 대상으로 특수건강검진을 한다는 얘기를 우연히 전해 듣고는 신청해 검진을 받게 됐다”라며 “허리 펼 새 없게 일을 하다 보면 어깨며 허리며 안 아픈 곳이 없다. 분무기를 등에 이고 농약도 직접 살포하는데, 이런 사업이 보다 활성화 돼서 여성농민들이 안 아프고 농사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은 올해 여성농민 특수건강검진 시행을 위해 2020년 31억7,800만원 상당의 예산을 요구했다. 하지만, 확정 예산은 19억9,000만원으로 요구안의 62.6% 남짓이었다. 여성농민 특수건강검진 비용은 약 20만원 수준으로, 그중 90%를 국가가 부담한다. 자부담 10%는 지역에 따라 지자체가 도맡는 경우도 있다. 한정된 예산에 맞춰 사업을 진행해야 하다 보니, 결국 검진 대상이 9,000명으로 제한됐다.

농식품부는 올해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내년도에 본사업 추진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2023년에는 시범사업 시행과 본사업 추진이 병행되는 셈이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 역시 농촌여성정책팀이 52억6,400만원을 요구한 데 반해 실제 예산은 올해와 같은 19억9,000만원이 반영됐다. 국회를 거치며 예산이 증액될 여지도 물론 아예 없진 않지만, 현재로선 올해와 같은 규모의 시범사업 추진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지난 2019년 농촌여성정책팀 신설 이후 지금까지 여성농민 특수건강검진 도입을 위해 애쓴 오미란 팀장은 “일단 내년도 20억원은 확보한 상태지만 국회 단계에서 사업 예산을 늘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본사업 추진을 위한 여러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올해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전산 프로그램 등 취약한 부분을 확인하고 보완하려 한다”며 “내년에는 건강보험과의 연동을 시작해보려 한다. 숙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지만 농민을 직업적으로 대상화해 건강검진을 실시한 게 이번이 처음이고, 여성농민 특수건강검진이 농민의 복지 증진을 위한 시작점과 다름 없는 만큼 기를 쓰고 잘 해보겠다”고 전했다.

지난 2019년에서 2020년 사이 치러진 예비검진과 올해 시범사업에 모두 참여 중인 공주시에서도 역시 예산 확대를 통한 검진 대상 증원이 꼭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숙 공주시여성농업인센터장은 “75~80세가 주를 이루는 고령화된 농촌 현장의 현실이 배제됐다는 점이 아쉽다”라며 “지금껏 농촌을 지탱해 온 75~80세 여성농민들의 아쉬움이 상당히 크다. 지역적으로 대상이 한정되는 것도 그렇고, 예산을 대폭 늘려 검진 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임차농 등 경영주 등록이 불가능한 1인 가구 여성농민 역시 검진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에 반해 일각에선 질병의 예방과 관리라는 검진의 목적에 맞게 검진 대상 연령을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만 70세 이상인 고령의 여성농민에게 더욱 필요한 건 검진보다 치료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검진 인원과 지역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

이밖에도 여성농민 특수건강검진이 그 목적을 제대로 이뤄내기 위해선 검사·진단 등과 더불어 다양한 건강관리 예방 교육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포항의료원 김진영 가정의학과장은 “지금까지 수검한 여성농민들의 상태를 정리해보자면 해당 연령대의 특성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골감소증과 골다공증 등의 위험성이 굉장히 높고 뼈가 전체적으로 많이 안 좋은 상태인데 전체 수검인의 80% 이상에서 요추 5번의 퇴행성 변화가 심했고 협착증 소견을 보일 정도였다. 상담을 진행해보니 과수원 등에서 무거운 짐을 옮기거나 밭농업 과정에서 허리를 수그리는 등의 자세를 취해서인 것으로 파악된다”라며 “밭일을 하며 잡초를 뽑았다는 분들은 손가락 엄지와 검지, 중지 관절의 상태가 아주 안 좋았고 사실 뼈나 관절은 손상되고 나면 정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만큼 근력 강화 운동이나 스트레칭 등의 교육이 주기적으로 치러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당뇨병 전 단계인 여성농민이 굉장히 많다는 것인데, 같은 연령대의 일반 여성과 비교해 상당한 수준으로 여름철 노동 후 과일이나 음료를 과다하게 섭취했기 때문으로 추정되는데 이 부분도 보건소 등에서 정기적으로 교육·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진센터 의료진들은 “결과가 검진 당일 나오다 보니 상당히 많은 정보를 검진 대상자에게 전달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부분이 소실될 우려가 있다. 검진 이후 일반 병원 등에서도 진단·처방이 보다 원활할 수 있게 프로그램 연동 등의 보완 작업이 수반되면 좋을 것 같고, 일반 검진과 특수검진이 같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현장 여건과 농작업이 몰리는 농번기 등을 고려해 기간을 조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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