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위한 농협 되려면 퇴임공로금부터 바꿔야

  • 입력 2024.02.11 18:00
  • 수정 2024.02.11 18:46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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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끝났다. 이성희 현 회장은 퇴임을, 당선자 강호동 신임 회장은 취임을 앞두고 있다. 농협중앙회장이 교체되는 이 시기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퇴임공로금’이다.

급여를 받는 대부분의 직장인은 1년 이상 일을 하다 그만둘 때 퇴직금을 받는 게 제도화돼 있다. 장기근속 정년퇴직이라면 최대의 퇴직금을 받는 게 일반적인데, 그동안의 노력과 공로에 대한 보상이자 새 출발을 격려하는 의미 등이 퇴직금제도에 담겨있는 것이다.

농협중앙회장은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 지난 2005년 7월 농협법이 개정돼 농협회장직이 비상임 명예직으로 바뀌면서 그 취지에 따라 농협회장 퇴직금 제도가 폐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격은 퇴직금이면서 명칭은 다른 퇴임공로금이 지급돼 비상임 명예직으로 전환한 취지가 무색해졌다. 농협중앙회 퇴임공로금은 ‘임원 보수 및 실비변상 규약’이라는 내규에 따라 지급된다. 퇴임공로금은 한 달 치 평균급여의 20% 금액에 재직기간을 곱해 산정한다. 2021년 기준 농협중앙회장 연봉이 3억9,000만원이니, 따져보면 이성희 회장이 받을 퇴임공로금은 3억원대다.

역대 농협중앙회장의 퇴임공로금은 지금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노출했다. 2016년 퇴임한 최원병 전 회장은 11억원 이상의 퇴임공로금을 받았으며, 2020년 퇴임한 김병원 전 회장은 금액보다 편법·위법 이슈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됐다.

이번 이성희 회장의 퇴임공로금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나 근본 문제가 사라진 건 아니다. 농민조합원들이 처한 경제적 어려움을 헤아려 보면, 농협중앙회장의 어떤 공로를 인정해야 하는지 수억원대 퇴임공로금에 더더욱 눈살이 찌푸려진다.

지역농협 조합장도 마찬가지다. 꼬박꼬박 나오는 급여에 상임조합장인 경우 퇴직금을, 비상임조합장인 경우 퇴임공로금을 받고 때론 규정에도 없는 특별공로금까지 이사회를 통해 받게 된다.

농협은 농민조합원이라는 약자의 권익을 위해 활동해야 한다. 농업소득 984만원 시대, 농협 비상임조합장이 받아가는 퇴임공로금은 농촌의 양극화를 부추길 뿐이다. 강호동 신임 회장은 공약으로 조합장 연봉 하한제를 비롯해 특별퇴임공로금 제도화를 내걸었다. 유권자인 농협조합장들만을 위한 공약이라는 점에선 비판받아 마땅하다.

농협의 퇴임공로금 예산은 농민조합원 실익을 위한 예산으로 전환해야 한다. 농협이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금권과 각종 특권부터 내려놓는 것부터 시작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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