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뱀사골에서 국도로만 가도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곳, 의령으로 오일장 구경을 나섰다. 어느 길로 가든 늘 설레는 길이지만 국도는 언제나 고속도로보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속도를 포기하면 비로소 보이는 많은 것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푸른 들, 시원한 계곡, 맑은 하늘, 뭉게구름, 그리고 자연과 조화로운 사람들,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오래된 가옥의 모습들이 이른 기상으로 몰려오는 피로감을 이겨내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장에 도착해 주차장을 뒤로 하고 안으로 들어서려는데 장터 입구의 간판 아래 재미있는 현수막 하나가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함씨네토종콩식품’ 함정희(69) 대표는 유명인사다. 방송으로 유튜브로, 신문기사로 소개됐고, 인터넷 검색만 해도 정보가 많다. 함정희 대표를 만난 건 지난 9일, 전북 전주에 있는 함씨네토종콩식품 사무실에서였다. ‘대한민국 콩 자주독립을 간절히 원하는 마음으로 토종콩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그의 소신은 우여곡절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한 시간들로 꽉 차 있었다.8남매 중 둘째, 대학가고 싶었지만 면사무소에 취업8남매 중 둘째 딸인 함정희씨는 대학에 진학해 공부를 더 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면사무소에
내년 3월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나라 구하기’에 나서고 있다. 여당에서는 예비경선 후 여섯 명의 후보가 본 경선에, 야권에서는 십 수 명의 후보가 다투고 있다. 이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국정 비전과 정책이 궁금하다. 대선 출마 선언문 등을 검토해보면, 솔직히 말해 아직 제대로 된 비전과 정책을 내놓은 후보가 보이지 않는데, 사람마다 조금씩 강조점의 차이는 있으나 가장 많이 사용되는 키워드는 공정, 경제(혹은 성장)이다.공정의 사전적 의미는 ‘공평하고 올바름’이다. 뭐가 공평하고 뭐가 올바름인지는
미국 의회 하원에서 지난 19일 우리에게는 아주 의미 있는 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미국 하원의원 435명 중 이날 표결에 나선 415명 전원의 찬성으로 민주당 그레이스 맹(뉴욕) 의원과 공화당 밴 테일러(택사스) 의원이 발의한 ‘북미 이산가족 상봉법안(H.R.826:Divided Families Reunification Act)’을 통과시킨 것이다.메를린 스트릭랜드(민주 워싱턴), 앤디 김(민주 뉴저지), 미셀스틸 박(공화 캘리포니아), 영 김(공화 캘리포니아) 등 한국계 의원 4명은 법안 발의는 물론, 초당적으로 만장일치를
전북 무주는 1년 중 어느 시기에 가더라도 볼거리, 먹을거리, 체험거리가 넘치게 많은 곳이다. 여름의 무주는 산골영화제로 시작하고 반딧불이축제와 함께 끝이 나는 곳이라 여행하기 더없이 좋다. 가을에는 골짜기 곳곳에서 채취한 각종 버섯들로 오일장이 풍요롭고, 눈이 유난히 많이 오는 곳이라 겨울의 무주는 스키를 타는 사람들로 북적이며, 봄에는 각종 산채들로 오일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절로 멈춰지는 아름다운 고장이다.그래서겠다. 무주는 1일과 6일에 열리는 오일장을 운영하면서도 주말에는 관광객을 위한 장을 열기 때문에 문화관광형 시장
2020년 공익직불제 시행으로 농업직불제는 일대 전환을 맞았다. 농가 소득안정 목적이 두드러졌던 기존의 직불제와 달리, 공익직불제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 공익적 역할에 주목해 농민들에게 합당한 대가를 지급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시행 2년차, 아직까지 직불제 패러다임의 변화는 체감되지 않고 있으며 간과하기엔 너무나 많은 구멍과 사각이 드러나고 있다. 그 대부분이 제도 도입 이전부터 다분히 예상했던 바라는 것이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7월 좌담회에선 현장 농민들의 입으로 그들이 실제 체감하는 공익직불제의 문제점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충청북도 청주시의 산간 농촌 지역인 미원면에는 올해로 3년이 된 빵집 겸 카페가 하나 있습니다. ‘OO바게트’ 혹은 ‘매일매일’ 따위의 뜻이 담긴 프랑스어 간판을 달고 있는 프랜차이즈 빵집은 당연히 아닙니다. 언뜻 보기에 사 먹을 사람이나 있을까 싶은 산골 농촌에 동네빵집이 성업하고 있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공간의 이름은 '마을카페 잇다', 여기서 파는 빵들은 '미원산골마을빵'. 이곳에서 1년에 한 번 여는, 도시 사람들을 초청해 빵을 소개하고 교육하는 자리를 찾아가
벌써 3년째 그냥 속절없이 세월만 보내고 있다. 2018년 이맘때 그 얼마나 뜨거운 여름을 보냈던가를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금의 아쉬움은 더할 수 없이 크다.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실무 지원하기 위한 남녘의 선발대는 16일 판문점을 통과하는 육로를 통해 버스로 방북길에 오른 지 4시간 만에 숙소인 평양 고려호텔에 도착했다. 당시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단장으로 하는 선발대는 이날 아침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북측이 제공한 버스 3대에 올랐다. 180여㎞의 개성-평양 고속도로는 왕복 4차선 도로 곳곳이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남쪽 지방에선 따뜻한 기후를 이용해 같은 필지에서 두 번의 서로 다른 농사를 지으며 경작지를 최대한 활용하기도 하는데, 이를 이모작이라 합니다. 이모작의 그 반환점이 두드러지는 시기가 바로 늦봄과 초여름이 바톤을 주고받는 이 무렵입니다. 보통은 빠르게 자라는 조생종 벼를 심기로 작정하고, 6월이 가기 전까지 그 논에서 보리·밀 등의 식량작물을 기르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형태입니다. 그러니까 아주 남녘에서는, 지금 농번기 중의 농번기를 보내고 있는 셈이죠.‘의성육쪽마늘’이 나는 경상북도 의성군의 논들도 같
남원의 황산벌까지 올라온 왜구와의 밤 싸움, 기도를 통해 달을 끌어올려 이겼다는 이성계 장군의 이야기에서 유래한 지명이 인월(引月)인 곳에 매 3일, 8일이면 장이 선다. 내가 사는 뱀사골에서 차를 타고 정확하게 15분이면 도착하는 거리다.그곳이 어느 곳이든 세상의 모든 오일장들엔 아무리 일찍 서둘러 가도 늦기 마련이다. 부지런하신 어르신들을 이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멀리서 오는 사람들도 이기기는 힘들다. 서울서 출발한 사진작가님이 가장 먼저 오신 장에 가장 늦게 도착한 사람인 내가 하는 변명이 참으로 구구하다. 내가 늦는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지금은 찾아볼 수 없지만 수년 전만 해도 농기계 광고에 반라의 여성들이 등장했다. 그 광고에 눈살을 찌푸려본 이들은 안다. 농기계 혹은 농자재를 구매하는 중심 소비자들이 남성이구나, 광고주는 구매자들의 눈에 띄기 위해 농작업복으로는 어림도 없는 노출이 심한 옷을 입혔구나. 농촌의 가부장적인 성향을 단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대목이다.1기 농촌형 성평등 강사, 21명 탄생도시보다 평균연령이 높은 농촌은 그만큼 변화에 더디다. 도시에서 ‘성평등’ 문제는 상식이 됐지만, 농촌에서는 ‘남자일’과 ‘여자일’ 구분하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먹거리 소비에 관심이 없는 소비자라고 해도 ‘푸드마일’이란 개념을 이제 한번쯤은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외식 소비가 줄어든 이후 ‘로컬푸드’ 등 유통단계가 축소된 먹거리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하는데요. 이와 같은 먹거리 시장의 확산은 소비자에게도 이롭지만, 농민들 특히 작은 규모의 농사를 짓는 농가의 지속가능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이번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생산자들이 스스로 결성한 상주로컬푸드협동조합, 그리고 그 직매장 ‘상주생각’의 사례를 통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