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장을 맛보다④] 문화관광형 시장의 대표주자, 무주 오일장

  • 입력 2021.07.18 18:00
  • 수정 2021.07.18 19:01
  • 기자명 고은정 제철음식학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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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정 제철음식학교 대표
고은정 제철음식학교 대표

전북 무주는 1년 중 어느 시기에 가더라도 볼거리, 먹을거리, 체험거리가 넘치게 많은 곳이다. 여름의 무주는 산골영화제로 시작하고 반딧불이축제와 함께 끝이 나는 곳이라 여행하기 더없이 좋다. 가을에는 골짜기 곳곳에서 채취한 각종 버섯들로 오일장이 풍요롭고, 눈이 유난히 많이 오는 곳이라 겨울의 무주는 스키를 타는 사람들로 북적이며, 봄에는 각종 산채들로 오일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절로 멈춰지는 아름다운 고장이다.

그래서겠다. 무주는 1일과 6일에 열리는 오일장을 운영하면서도 주말에는 관광객을 위한 장을 열기 때문에 문화관광형 시장이라는 명칭을 함께 쓰고 있다.

골목 안을 돌아 들어가는 입구에서 처음 만났고 놀란 것은 생선전이었는데 산골의 장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신선한 생선들이 비닐옷을 입고 얼음모자를 쓰고 있었다. 생선전을 조금 지나면 겨울도 아닌데 김을 구워 파시는 분을 만날 수 있다. 더운 날에 숯불을 피우고 김을 굽고 계시니 말을 거는 것조차 폐가 되는 것 같아 사진을 찍어도 좋은지 여쭈니 김을 한 장 맛보라고 주신다. ‘직접 짠 참기름, 들기름을 반반 섞어 정말 원초가 좋은 김을 구해서 숯불 직화로 구우니 맛을 아는 단골들이 많이 오신다’ 하시니 그 말씀에 또 배운다. 오일장에는 인생의 스승들이 곳곳에 숨어 계시니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공짜로 얻은 김을 뜯어 먹으며 오일장 안으로 들어서다 고추 보따리를 펼치고 계신 할머니를 만났다. 이 무렵의 장은 물건이 별로 없다시며 8월 21일에 오면 고추장이 크게 서는데, 골목골목에 고추를 말리면서 파는 모습이 장관이라고 잊지말고 꼭 오라는 말씀을 하신다. 할머니께서 말씀하시는 장관에는 어림없겠지만 청홍고추들이 제법 많다. 고추보다 더 많이 나온 열무를 몇 단 사고 청홍고추도 한 줌씩 산다. 열무김치 담을 요량으로.

그리고 무주에 오면 빼지 않고 사거나 먹고 가야 하는 고수를 몇 단 산다. 무주나 진안, 장수 등지에서는 돼지고기를 구워서 고수쌈과 같이 먹는다. 심지어 작은 식당엘 가도 주메뉴와 상관없이 수북하게 담겨져 나오는 고수접시를 만나기도 하니 고수 구매는 너무나 당연하다.

‘문화관광형 시장’ 무주 오일장의 전경.
‘문화관광형 시장’ 무주 오일장의 전경.

이번 무주장을 찾았던 날은 주말도 아니었고 때마침 무주군민들이 공공근로를 하는 날이어서 한가하다 못해 나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장에 물건을 들고나오시는 분들이 대부분 3시간짜리 공공근로를 나가신 탓에 오전의 장엔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적었고, 당연히 사려는 사람들도 너무 적었다. 하지만 장이 한산하다 보니 장에 나오신 분들과 이런저런 말씀을 나누기에는 너무 좋아서 장사를 하시는 분들께 죄송한 마음에 사지 않아도 되는 물건도 사고 그랬다. 

장에 오는 날은 언제나 다른 날보다 일찍 일어나고 서둘러 비교적 이른 시간에 장에 도착한다. 그래야 신선한 물건들도 많고 괜스레 부지런한 사람처럼 보이는 게 좋아서다. 오전을 온통 장에서 보내고 강한 허기를 채우기 위해 점심을 먹기로 한다. 이번엔 장에서 먹지 않고 차로 5분여 거리에 있는 어죽집으로 향했다. 어죽 한 그릇과 도리뱅뱅이 몇 점을 먹고 무주를 떠났다.

날이 흐리고 비가 추적거리며 오가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높은 온도로 인한 괴로움과 높은 습도로 인한 불편함이 인내심의 한계에 달해 그야말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가끔은 동남아를 여행하면서 낯설게 느끼던 기후를 내 나라 안에서 경험하는 기분이다. 고수를 듬뿍 얹은 쌀국수 생각이 나면 멸치로 국물내고 국수를 삶아 고수를 잔뜩 구겨 넣고 먹으면 된다. 쌀국수가 아니어도 제법 괜찮다.

무주에서는 돼지고기를 고수와 함께 먹는다.
무주에서는 돼지고기를 고수와 함께 먹는다.

 

 

오늘은 마침 지인이 왔길래 돼지고기 삶아 썰어 고수무침과 함께 상에 올린다. 고수와 함께 무친 부추와 매운 고추가 어우러져 금방 촉촉하게 땀이 나는가 싶더니 몸이 한결 가볍다. 더 바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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