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삼척엔 50년 넘게 매일 새벽을 여는 시장이 있다. 동이 트기 전 5시에 열어 10시면 시장을 닫기에 ‘번개’라는 이름이 붙은 시장이다. 그래서 항간엔 도깨비시장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크지 않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시장이다. 전면엔 당일 새벽 경매로 넘어온 해산물들이 즐비한데 모두 다시 살아서 바다로 갈 것만 같다. 해산물가게 뒤편의 골목으로는 따끈한 어묵국물을 파는 가게부터 채소를 파는 가게들도 같이 있다. 새벽을 여는 만큼 아침을 먹을 수 있는 식당들도 몇몇 보인다. 아침밥을 먹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임연수만 한 바구니
곡성은 인구 2만명 정도의 작은 군 단위 지역이며 심청전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다. 옆동네 남원시의 춘향전은 실속은 없어도 브랜드파워가 상당하지만, 곡성의 심청전은 실속도 없고 브랜드파워도 약한 형편이다. 춘향전과 남원은 사람들에게 제법 잘 알려져 있지만 그렇다고 춘향과 관련된 스토리를 만나러 외지에서 오는 일은 거의 없다. 옆동네 곡성의 심청이는 더욱 그렇다. 이름을 건 축제기간을 제외하면 조용한 작은 마을 같은 느낌이 든다. 늘 그랬다.곡성오일장은 기차마을전통시장이라 이름 붙은 곳에서 열린다. 시장의 규모와 시설은 여느 지역의 시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서울로 올라갔고 지리산으로 내려오기 전까지 서울이나 서울의 언저리를 맴돌며 살았다. 그러니 나에게는 제2의 고향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곳이 서울이다. 어떤 특정한 구역은 서울에 사는 사람들보다 더 구석구석 잘 알고 있기도 한데 그것이 바로 경동시장이다. 잘 아는 곳이기도 하고 서울의 부엌 같은 곳이라 오일장은 아니지만 소개하고 싶은 시장, 경동시장엘 두 차례에 걸쳐 다녀왔다.오일장이나 오래된 시장을 다니는 묘미를 꼽으라면 우선 명절 밑 대목장의 붐빔, 그리고 잔칫집 같은 풍요와 떠들썩함을 말하고 싶다.
동백꽃 진 자리가 꽃빛으로 물든다는 소리가 들리면 나는 제주엘 가고 싶어 온 신경이 제주에 가 있곤 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4년을 가보지 못하고 지낸 곳이라 그 갈증이 더 심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번엔 무턱대고 제주의 오일장을 가기로 정했다.완도에서 떠나는 배에 차를 실고, 6층 높이의 배가 물살을 가르기 시작하고서야 비로소 제주행이 현실이 됐음을 실감했다. 제주는 주로 하늘길로 다니지만 뱃길을 이용해 가는 재미도 꽤 괜찮다. 완도에서 제주를 가는 배는 한밤중 2시 30분에 출발하는 배편도 있어 제주에서의 하루를 길게 쓸 수
오일장을 가다 보면 거기가 여기 같고, 여기가 거기 같은 느낌을 많이 받는다. 작은 나라이다 보니 행정구역이 다른 지역이라 해도 어디나 그저 그렇게 많이 비슷하고 아주 조금 다른 것이 당연하다. 주변의 동료들은 매번 원고를 쓸거리가 있느냐고 묻는다. 나도 매번 오일장으로 향하면서 이번에도 가면 뭔가 새로운 것이 있을까 하는 약간의 걱정을 한다.그런데 참 이상하다. 정말 늘 오일장에 들어서면 그 모든 걱정들은 사라지고 그저 신기하고 재미나고 다 좋다. 그리고 언제나 얘깃거리 하나는 건져낸다. 어쩌면 그건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어느
백마강, 낙화암 등 문화유산의 답사지로 기억되던 부여는 이제 내 기억에서 사라지고 없는 것 같았다.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식재료나 특별한 음식 등으로 분류되어 언젠가는 꼭 가봐야 할 곳으로만 기록되고 남아 있었다. 오일장에도 꼭 가봐야지 하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찾게 된 부여오일장은 볼거리가 많지는 않았지만 나에게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는 귀한 시장으로 남았다.이번 부여장에선 혹시라도 표고목을 이용해 재배한 질 좋은 생표고버섯이나 건조표고버섯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며 갔지만 허탕을 쳤다. 엄청난 양의 생표고
강원도의 도청소재지인 춘천보다 커져 이제는 어엿하게 대도시 같은 면모를 갖춘 원주를 만나고 왔다. 나 어릴 때 교과서에도 언급된 군사도시 원주는 이미 사라진 유물 같은 것이었다. 직업군인 아버지를 둔 내가 중·고등학생이었을 때 들락거리던 군부대 담장과 군인극장 등이 있던 원주는 어디에도 없었다. 추억에 잠길 수는 없어서 서글프기도 했지만 새벽시장에 도착해서는 어느 사이 다 잊고 시장 분위기에 동화되어 야단스레 좋아하는 나를 보았다.원주 새벽시장은 4월 14일(금)부터 12월 10일(일)까지 매일, 새벽 4시부터 9시까지 5시간 동안
어린 시절엔 아예 인연이 없던 곳이고, 일을 하면서도 그리 자주 갈 일이 없던 곳이 청양이었다. 몇 년 전 새로 부임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청양의 한 지역에서 김장 나눔 봉사를 한다고 하여 불려간 일이 마지막 방문이었던 것 같다. 한마디로 낯선 곳인데 그런 청양엘 아직 여름 같은 가을 9월에 찾은 까닭은 고추와 구기자 축제를 하는 시기와 오일장이 맞물린 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구기자가 많이 나는 곳이니 한번 가봐야지 하는 생각을 늘 하고 있기도 해서 마음이 동하기도 했다.청양이 구기자의 산지로 유명한 것은 다 알려진 일이다. 하
홍천은 어머니의 고향이다. 뿌리를 찾는 사람처럼 한동안은 홍천으로 이사를 갈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을 만큼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그러니 홍천에서 뭔가 일을 하자고 하면 앞뒤를 가리지 않고 달려가는 사람이 되었다. 휴게소에 들르지 않아도 5시간은 운전하고 가야 하는 곳인데 일년내내 수업을 하러 간 적도 있고, 어떤 마을들과는 뭔가 협업을 하러 뻔질나게 들락거렸다. 그런 홍천으로 오일장을 보러 가는 내 발걸음이 가벼운 건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설렘 때문이었다. 다른 장에 가던 날보다 일찍 출발해서 홍천의 장에 도착했을 때는
아산으로 통합되기 전의 온양은 왕이 온천을 즐기러 다니던 곳이라 온궁(溫宮)으로 불렸지만 이제는 역사 속의 지명으로 서서히 잊히고 있는 중이다. 수도권 전철 1호선이 지나면서 ‘온양온천’역으로 불리고 있으니 명맥을 유지한다고나 할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온양온천역의 역사 한쪽의 고가다리 아래로 4, 9로 끝나는 날마다 장이 서는데, 그 풍경이 실로 장관이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온양온천의 풍물오일장은 다른 지역의 오일장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곳에서만 느껴지는 색깔이 있다. 전철이 지나는 고가다리 아
장수군은 사과, 오미자, 소고기가 특산품이라 몇 년 전부터 레드푸드의 고장으로 불려왔다. 사과와 오미자는 생과로도 잘 팔리고 있고, 여러 종류의 가공품으로도 개발되어 전국으로 팔려나가는 곳이다. 군청 근처에 소고기를 파는 식당인 한우명품관도 있지만, 인사동에 장수하늘소란 이름의 소고기집도 있을 만큼 장수소고기는 전국적으로 꽤나 알려져 이제는 몽골 등으로 진출을 하는 중이란다.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여성농업인 교육을 몇 년인가 했었고, 장수의 떡집을 만드는 레시피 개발과 브랜드컨설팅도 했었고, 중성지방을 낮추는 연간 식단 만들기 등등의
이상하게 오일장 가는 날에 비가 자주 온다. 고흥오일장에 가는 날도 전날부터 비가 와서 물건 파시는 분들이 많이 안 나오시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지만 막상 가보니 그렇지는 않았다. 고흥오일장은 4일과 9일에 서는 장으로 장흥이 서울의 정남향에 있는 곳이라면 고흥은 내가 살고 있는 남원의 정남향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다. 한반도 끝 육지와 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부 지역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아기자기한 섬들이 바다 위에 꽃처럼 떠있어 여행하며 눈으로 보는 즐거움이 큰 곳이다. 제법 시설이 괜찮은 숙소를 찾을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