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가락시장 ‘평일 휴업’, 각계 반응은?

지난 12일 개장일 감축 2차 시범사업 시행
피해 대책 없는 시범사업에 농가 우려 여전
1차 때와 달리 유통 주체 반응도 ‘미지근’

  • 입력 2025.02.14 12:00
  • 수정 2025.02.14 15:21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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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개장일 탄력적 운영 2차 시범사업이 실시된 지난 12일 서울 가락시장 채소2동 경매장이 텅 비어있다. 한승호 기자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개장일 탄력적 운영 2차 시범사업이 실시된 지난 12일 서울 가락시장 채소2동 경매장이 텅 비어있다. 한승호 기자

 

우여곡절 끝에 지난 12일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개장일 탄력적 운영 2차 시범사업이 시행됐다. 2차 시범사업은 지난 1차 시범사업 때와 달리 평일에 시행됐으며, 각계에선 엇갈린 반응이 터져 나왔다.

우선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공사)가 추진 중인 개장일 감축 시범사업은 가락시장 내 열악한 근로여건을 개선하고, 시장 기능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시범사업에 따른 휴장일엔 경매가 이뤄지지 않지만 정가수의매매는 가능하다.

2차 시범사업은 당초 계획(11월과 12월, 3월)과 달리 2·3월 단 두 번 시행된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춧값이 높은 수준을 기록하자 11월 일정을 2월로 미뤘고, 높은 물가와 소비자 부담을 이유로 12월 일정은 아예 취소됐기 때문이다. 첫 번째 수요일이던 휴장 일정도 2월의 경우 설 명절 직후라는 점을 고려해 두 번째 수요일로 밀려났다.

그간 출하자 측은 휴장 이후 물량 집중에 의한 가격 하락, 휴장에 따른 수확 지연 및 이에 따른 상품성 저하 등의 피해에 대비해 대책을 마련한 뒤 시범사업을 추진해 달라는 요구를 지속해 온 바 있다. 가락시장 개장일 탄력적 운영 검토 협의체 회의를 통해 시범사업 추진 자체에 대해선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출하자 대부분은 여전히 가락시장 내 개장일 감축이 미칠 영향에 우려를 나타내는 실정이다.

협의체 출하자 측 위원인 채호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사무처장은 “시범사업 추진 필요성에는 일정 부분 공감하나 개장일 감축이 정례화될 경우 출하자, 특히 농민에게 미칠 영향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책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채호진 사무처장은 1년에 휴장 2번에 불과한 시범사업 추진과 이를 기반으로 한 영향 분석에도 의문을 지울 수 없다고 전했다.

현장 반응도 크게 다르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주산지인 경남 산청에서 딸기를 재배해 가락시장에 출하하는 농민 A씨는 “시장이 문을 닫고 경매를 안 하면 현장에선 작업을 아예 할 수가 없다. 요즘처럼 기온이 상승할 땐 수확량이 급격히 증가해 수확을 하루만 건너뛰어도 그 다음날 평소보다 많은 양을 수확해야 해 인건비는 인건비대로 더 들고 시장에 물량이 몰리는 만큼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3월에도 경매를 하루 안 하겠다고 하는데 지금보다 더 따뜻한 3월 휴장은 신선채소 농가에게 엄청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만큼 연합회 차원의 대응을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시장의 유통 주체들도 이번 2차 시범사업 추진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일정 자체가 반토막 난 데 따른 실망감과 불만이 적지 않았고, 토요일에 휴장한 지난 1차 시범 때와 달리 만족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도매인 관계자는 “1차 시범사업 때와 달리 반응이 뜨겁진 않다. 11월 휴장이 무산되며 김이 빠진 측면도 있고 주중 휴업의 경우 토요일 휴업 때와 달리 어딜 놀러가기도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그렇다”고 전했다.

하역노조 측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하루 쉬고 나면 그 다음날 평소 물량의 150% 혹은 그 이상이 반입돼 그 만큼 업무 강도가 높아지기 때문인데, 하역노조 관계자는 “시범사업을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노동자의 건강권 등을 고려해 추후 개장일 감축이 평일에 이뤄진다면 이에 대해선 찬성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공사 측은 지난 1차 시범사업 때와 달리 항의나 민원이 없었다고 밝히며, 정가수의매매 실적 역시 여러 법인의 참여로 이전 대비 증가했다고 전했다. 공사 관계자는 “주중 휴업인 만큼 휴업일 전후로 물량 분산이 더 잘 됐다. 휴장 이틀 전부터 하루 전까지 큰 변화 없이 물량이 유지됐고 가격도 마찬가지다”라며 “3월로 예정된 일정도 잘 마무리하고, 추후엔 협의체 회의를 통해 교대 휴업 등 여러 방식의 시범사업을 추진하며 방향성을 찾아가려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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