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호는 목을 돌려 사내들을 보았다. 맨상투거나 떠꺼머리인데 이마를 동인 자는 무명 아래로 자자(刺字) 자국이 선명하고 갈고리에 팔이 패인 자, 얼굴에 지네 같은 자상이 있는 자까지 몰골부터가 의협과는 담 쌓은 자들이었다. 그들을 향해 그가 공손히 말하였다.“그쯤 했으면 술맛도 나려니와 그만하면 어떨지요.”그러나 말만 공손하지 눈이 어찌나 살기등등한지 무뢰배들은 잠깐 말을 놓쳤다. 이윽고 자자 자국 있는 작달막한 자가 이죽거렸다.“방금 짖은 것은 어느 집 발바리인가?”와하하 웃음이 터졌다.“이분은 전주영장 김시풍 영감의 족질이올시다.
밭에는 겨울 이기고 고개를 내민 쪽파들로 푸른빛이 춤추고 있었습니다. 우리보다 조금 덜 추운 동네에 사는 친구가 쪽파를 까서 김치를 했다기에 우리 집 쪽파는 언제 커 파김치를 담그나, 하면서 2주를 보냈습니다. 조금씩 나온 파로 양념간장도 만들고 국 끓일 때도 넣고 하면서요. 토요일 아침, 이정도면 우리 집의 파도 어지간히 컸겠다 싶어 밭으로 가 보았습니다. 신통하게도 굵은 파들이 뽑히기를 바라는 듯 밭은 푸른빛으로 뒤덮였습니다. 이만큼은 오빠네 주고, 이만큼은 동생네 주고, 이만큼은 아들네 주고, 이만큼은 딸네 주고, 이만큼은 우
많은 분들이 새해만 되면 올해는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멋지고 건강한 몸을 가지겠다는 결심을 하고 헬스장을 등록합니다. 그런데 작심삼일이라고 일주일만 지나도 북적이던 헬스장은 한산해지죠. 굳게 결심한 다이어트가 일주일 만에 끝나는 건 의지박약의 문제가 아닙니다. 배고픔에 대한 우리 몸의 반응을 잘 이해하지 못한 탓입니다.먼저 살이 찌는 이유에 대해 알아봅시다. 단순하게 살이 찌는 이유를 정리하면 먹는 만큼 에너지 소비가 되지 않아서 몸 안에 잉여 에너지가 쌓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먹는 양을 줄이기 위해서 식욕 억제제를 처방받거나 식사
-며칠 전에, 물웅덩이 안쪽 구석으로 이따만한 구렁이가 들어가는 걸 봤거든. 넌 그것도 모르고 저 웅덩이 물 마셨지? 이제 큰일 났다. 그 웅덩이에 뱀이 알을 까놨는데 그걸 마셨으니.-구렁이 알 그런 것 없었어. 내가 물에 떠 있는 나뭇잎 같은 거 후후 불고 나서 마셨거든.-바보야, 뱀 알은 워낙 작아서 눈에 안 보인단 말야. 아랫말 사는 어떤 형도 여기서 물 마셨는데, 며칠 뒤에 목구멍으로 새끼 뱀 한 마리가 쑥 나왔대. 아니 똥구멍으로 나왔다던가?나이가 한두 살 위인 짓궂은 녀석이 다소 어리숙해 뵈는 아이에게 이렇게 엄포를 놓으
어릴 적 맏이로 태어나 당연히 학교 보내 줄줄 알았는데떼를 써도 보내주지 않아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늦게나마 도서관을 만나 한글을 읽어 간다한글은 대충 읽어도 핸드폰은 한글을 알아야 문자를 보내지보내는 법을 몰라서 고생도 많이 했다내가 생각해도 신기한 것은도시가스 검침은 예전에 숫자를 적어 냈는데요새는 사진으로 찍어 보내달라고 한다도서관에서 핸드폰 배우는 시간에 배워서사진 찍어서 우리집 주소도 적고 기사한테 보냈다행복한 하루 되라고 답장이 왔다공부는 참 좋은 것 같다나를 자신 있게 만들어 주니잘배워서 어디에서도 꿀리지 않는 내가 되어
병호가 상두재를 넘어 종정마을에 도착할 때까지 세상은 어둑신하였다. 송진사의 집 앞을 지나 희옥이가 일러준 집으로 가자 그녀는 대문 밖에 나와 있었다. 노랑저고리에 다홍치마를 입었는데 장옷을 걸치지 않아 용모가 시원하였고 쪽진 머리에 비녀를 찔러 금산사 때보다 숙성해 보였다. 상대를 알아본 그들은 반절을 하고 들길로 내려와 하나는 앞서고 하나는 처져 걸었다. 원평천 둑길에 올라서자 마차바퀴가 미치지 않는 길 가운데 풀숲에서 이슬이 채였다.“낭자라고 부르겠습니다. 괜찮겠지요?”병호가 동의를 구하자 그녀가 다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였다.
사람은 왜 밤에 잠을 잘까를 생각해 보기 전에 먼저 사람은 왜 잠을 자는지 생각해 봅시다. 당연히 졸리니까 자는 거지, 자는데 무슨 이유가 있나 싶긴 하지만, 그래도 생각을 한번 해 봅시다.사람도 핸드폰과 마찬가지로 충전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활동을 하면서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방전시키는 거지요. 그러면 방전시킨 만큼 에너지를 다시 충전해야 합니다. 사람은 두 가지 에너지를 충전합니다. 하나는 음식입니다. 음식을 먹고 소화하면 위장에서 근육으로, 뱃속에서 팔다리로 영양분이 전달됩니다. 그 결과 우리 몸이 에너지를 공급받아 기운이 납
부산스레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고만고만한 나이의 사내아이들이라고 해도, 무시로 산에 들어가서 휘젓고 다녔던 건 아니었다. 가령 6교시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 국민학교 고학년의 경우, 수업이 파하고 집에 돌아오면 해가 서산 능선에서 몇 뼘밖에 남지 않은 시각이므로, 산행은 주로 반공일인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이루어졌다. 어린아이라도 세 끼 밥값은 해야 했다.-망태 메고 산에 가서 솔방울 좀 주워 오너라.-뒷산에 가서 토끼 먹일 꼴이나 한 망태 베어 오너라.-외양간에 매둔 소 끌고 나가서 배가 불룩하게 좀 먹이고 오너라.그런 경우 기쁜 마음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해도 농촌 지역의 성 불평등 문제는 아직도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닙니다. 성차별 문화가 일상생활 곳곳에 너무도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무엇이 성평등에 가까운 것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런 일상 속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였으니, 바로 우리 지역 축협조합장이 여직원들에게 지속해서 성적 괴롭힘을 일삼아 온 일입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져서 곧장 해결될 것 같았는데, 의외로 사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직급이 조금이라도 높은 사람에게 함부로 대응하기가 어려운 것이 직장 내
요즘에 경로당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 어릴 적 어머니 따라외가집 다니던 생각이 났다.나의 외가집 사랑방에는 공부방을 서당이라고 불렀다.남자 아이들이 글 읽는 소리가 참 듣기 좋았다.나는 외할아버지한테 나도 서당 방에 가서글을 배우고 싶다고 졸랐다. 할아버(지) 말씀이 여자 아이는 서당 방에갈 수 없다고 말씀하시면서 나의 이름 석 자를 한자로 가르쳐 주셨다.지금 생각하니 그 시절이 너무 그립고 외조부님이 보고 싶다. 삶의 애환이 담긴 농민들의 손편지, 그림, 시 등 소소하지만 감동있는 작품을 ‘한글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소개합니다. 게재
의대 정원 증가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정부와 의사단체 간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으며 환자들은 불안에 떨고 국민의 우려는 증폭되고 있습니다.의사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통해, 한의사들은 ‘허준 선서’를 통해 자신보단 환자와 인류공영을 우선시한다는 약속을 천명한 후 의업을 시작하고 있지만, 돈 중심 사회의 현실은 그런 선서를 비웃게 만들고 있는 듯합니다. 의사라는 직업은 곧 최상의 대우 보장을 의미하고 이러한 대우를 좇아 의사가 된 이들이기에 환자에 대한 긍휼의 마음이나 ‘인류공영에 대한 이바지’란 말은 돈의 논리 앞에 공허한
“요새야 묵을 것 천진디, 누가 봄철에 산에 가서 참꽃 그런 것을 따묵간디. 그 시절에야 하도 묵을 것이 없었응께 헛짓거리 삼아서 고것이래도 따묵었는디, 그래봤자 배만 더 고파. 그래서 사람들이 그런 말을 했어. 참꽃밭에 가면 배고파 죽고 칡밭에 가면 배 터져 죽는다고….”전남 강진을 고향으로 둔 1947년생 장귀례 할머니의 얘기다. 참꽃밭에 가면 배고파 죽는다는 말은, 진달래꽃 그거 따먹어 봐야 허기를 면하는 데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의미일 터이다. 하지만 칡은 배고픔을 조금쯤 이겨낼 수 있게 해주는 먹을거리였다.칡은 새로 잎이
“언니, 아직도 농가수당인거야? 농민수당 아니었어?”후배가 전화를 했다. 후배는 결혼했지만 남편이랑 다른 지역에 떨어져 살면서 각자 독립경영체를 가지고 있다. 남편이 농민수당을 신청하러 갔더니 후배가 이미 신청을 해서 신청이 안 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둘은 각자 청년창업농이었고, 각자 농장에서 농사를 짓다가 만나 결혼했고, 여전히 그 형태를 유지하면서 살고 있다. 둘이 결혼했다는 것 말고는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런데 농민수당을 못 받게 되었다.농촌에서 농사지으며 살아 줘서, 그 활동을 인정해서 주는 것이 농민수당이다. 특히 두 사람
7. 분명코 봄이로구나(1873)해동이 되자 병호네와 김기범의 원정마을 친구 박치수 억구지, 강화도에서 온 다금발이는 엄재에 있는 숯막에 모였다. 눈비나 면하려고 만든 숯막 옆에 칸을 달고 구들을 깔아 사람이 살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필상은 다금발이에게 노는 방에 머물며 농사일을 거들고 집을 비우면 집안일도 맡아 달라 요청했지만 다금발이는 빈집이 있으면 골라 살겠다는 뜻을 비쳤다. 필상이 처음에는 서운하였으나 다금발이의 입장을 생각해보니 막 고삐가 풀렸는데 종살이로 전락할 우려가 있었다. 병호도 거야마을이 번다하므로 관의 눈에 띄어
내 이름자만 알던 내가도서관을 만나 공부 배워서일기도 쓰고 핸드폰 문자도 보낸다막내딸이 엄마한테도자꾸 보내봐 하다보면 할줄 알아안데도 자꾸해 하며 힘주던 우리딸고맙다청춘학당 들어가서 일기 쓸 때마다멀 써야될지 몰라아침 점심 저녁에 먹은 것만 쓰지만그래도 잘 한거라고 칭찬해 주신다요새는 받아쓰기도 한다수학은 장사를 해서 남들이 잘한다 하지만받아쓰기 한다 하면 가슴이 두근두근 딸린다열심히하면 자신 있게 받아쓰기 할 날이 오겄지 삶의 애환이 담긴 농민들의 손편지, 그림, 시 등 소소하지만 감동있는 작품을 ‘한글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소개합
대퇴사두근등척성수축운동(quadriceps setting exercise)은 대퇴사두근이라고 불리는 대퇴 앞쪽 허벅다리 근육을 강화하는,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운동입니다. 이 운동은 무릎 수술 후 회복 중인 사람도 하는 운동으로 아주 안전한 운동입니다. 이 운동은 무릎 수술한 사람, 무릎 통증을 관리하는 사람 또는 무릎 안정성을 향상시키려는 사람에게 특히 유익할 수 있습니다. 이 운동을 하는 방법도 아주 간단합니다.먼저 평평한 표면 위에 눕습니다. 침대나 운동 매트 등이 적합합니다. 그다음엔 다리를 곧게 편 상태로 유지하고 힘을 뺍니
산에서 나는 열매라고 해서 어느 지방에나 다 있는 것은 아니다. 강진 출신의 장귀례 할머니가 구수한 남녘 사투리에 버무려서 설명하는 이 열매는 어떤 것인지 들어보자.“산에서 볼개를 따갖고 오는디 많이 따면 바구리가 반절은 차게 따제. 동네 사람들이 바구리 들여다보고 자꼬 주래싸면 아까라 안 하고 한 주먹씩 나눠줘. 집에 오면 온 식구가 둘러앙저서 한 볼태기씩 묵는디, 씨는 따로 볼카내야 돼. 씨까지 다 묵으면 낭중에 똥이 안 나와. 씨는 따로 모태놨다가 삶어서 몰례 갖고 까묵으면 고소해서 묵을만해.”할머니가 얘기한 ‘볼개’는 보리수
아침에 눈을 뜨면 비닐하우스에서 키우고 있는 브로콜리 모종을 살피러 트럭을 몰고 나선다.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올 때는 모종에 무름병이라도 생길까 눈여겨보고 햇볕이 나오면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가 금세 30도를 웃돌기 때문에 개폐기를 열어 온도를 낮춰줘야 한다. 1월 15일에 파종을 한 후 발아가 시작될 즈음에 한파가 왔다. 이제 막 껍질을 열고 있을 여린 싹이 혹시 얼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영하 10도의 한파를 이기고 상토를 뒤집은 채 빼꼼하게 싹을 내미는 모습은 새삼 경이로웠다. 무엇보다 고마웠다.엄지손톱 만 한 공간에 2~3개
“조선에 소개된 서학 관련 책자가 줄잡아 칠십 종이라 하니 더 궁구할 필요가 있겠지요. 필상 형님은 한양 나들이를 하시거든 다른 책자도 구해보시지요.”필상을 보고 나서 병호는 다시 말하였다.“저는 저 서양 사람들이 의지를 강조한다고 느꼈습니다. 사람에게만 영혼이 있다는 말도 사람이야말로 더 높은 의욕을 가진다는 논변이겠지요. 그 의지 때문에 신부라는 자들도 이 먼 곳까지 찾아왔을 겝니다. 리마두라는 자만 해도 그 방대한 경전을 어찌 독파했는지 유학을 공부하는 제가 벅찰 지경이었습니다. 저는 우리도 더 알아보고 고민하자 요청드립니다.
저녁밥을 먹고 방안에 아이들이옹기종기 모여앉아 있는 것을 보니이 생각 저 생각 많아졌다내 나이 서른다섯인데남편은 세상을 떠났고아들딸이 오 남매앞을 못 보는 친정엄마까지나랑 일곱 식구였다먹고 살기 위해 벌도 치고이일 저일 힘든 일은 다하고 살아온 세상이제는 아들딸이 잘 키워줘서 고맙다고 하니나도 눈물이 난다어느새 내 나이가 일흔두 살이 되었다 삶의 애환이 담긴 농민들의 손편지, 그림, 시 등 소소하지만 감동있는 작품을 ‘한글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소개합니다. 게재를 원하는 농민이나 관련단체는 신문사 전자우편(kplnews@han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