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언제쯤 농‘민’수당이 될까?

  • 입력 2024.03.17 18:00
  • 수정 2024.03.17 18:50
  • 기자명 신수미(강원 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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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미(강원 원주)
신수미(강원 원주)

“언니, 아직도 농가수당인거야? 농민수당 아니었어?”

후배가 전화를 했다. 후배는 결혼했지만 남편이랑 다른 지역에 떨어져 살면서 각자 독립경영체를 가지고 있다. 남편이 농민수당을 신청하러 갔더니 후배가 이미 신청을 해서 신청이 안 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둘은 각자 청년창업농이었고, 각자 농장에서 농사를 짓다가 만나 결혼했고, 여전히 그 형태를 유지하면서 살고 있다. 둘이 결혼했다는 것 말고는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런데 농민수당을 못 받게 되었다.

농촌에서 농사지으며 살아 줘서, 그 활동을 인정해서 주는 것이 농민수당이다. 특히 두 사람은 나라에서 선발한 청년창업농이었다. 다들 어렵다고 기피하는 농촌과 농업을 선택했기에 나라에서 선발하고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한 사람들이다. 청년들이 농촌에 와서 농사짓고 애 낳고 살라고 적극 권장하고 돈도 준다고 하고 여러 제도를 만들고 있는데, 정작 결혼을 하고 나니 한쪽은 수당을 포기하라는 건 무슨 경우인가.

청년이 농촌에 살면서 사람을 만나 결혼하는 건 힘든 일이다. 만날 사람도 없고 만날 기회도 적다. 그래서 귀농하겠다고 하면 다들 결혼해서 들어오라고 충고한다. 그나마 청년농민들끼리 교류하는 단체들이 생겨서 활동하다가 만나 결혼하는 경우도 종종 생기고 있다. 좋은 일이지만 결혼하고 나면 고민이 생긴다. 후배가 결혼을 결심하고 주변에 알릴 때, 이미 이런 일을 경험한 선배가 혼인신고하지 말고 살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모든 지원과 혜택에서 한 명은 빠져야 한다고. 그리고 그 대상은 대부분 여성이다. 예전에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한 직장이 권고사직을 하는데 부부가 사원인 경우가 1순위였고, 대부분 여성에게 직장을 그만둘 것을 종용했다는 내용이 나온 적이 있다.

각종 수당이나 지원을 노리고 가족들이 경영체를 각자 따로 만들어서 중복 지원이 되는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짐작된다. 하지만 그건 너무 행정 편의적이고 협소한 의도 아닐까. 가족 모두가 영농의 주체일 수 있으며, 그래봤자 그렇게 해서 중복 지원을 받는 농업인구가 얼마나 되겠는가. 더구나 분가해서 나온 경우도 아니고 결혼 전부터 각자 경영체를 구성했던 농업인들은 충분히 확인이 가능한데 결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제외가 되어야 한다면, 이건 어찌 보면 결혼하지 말라는 것 아닌가. 특히 여성들은 결혼하는 순간 자신의 대표성과 주체로서의 권리를 포기해야 하는데 결혼에 대해 긍정적일 수 있을까?

농민지원제도의 자격을 이렇게 만든 건 우선 예산의 문제 때문일 수 있다. 또 수당이나 기타 지원을 공공기관이 수혜를 베푼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 부분은 지난번에 얘기했으니 각설한다. 농업관련 예산은 매번 적고, 쉽게 없어진다. 출산을 앞두고 있는 다른 지역 여성농민이 도우미 지원제도를 문의하러 갔더니, 이용자가 없어서 제도 자체를 없앴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출산이 저조하니 출산한 사람을 도와주려 만든 제도일 텐데, 이용자가 없어서 없앴다니 어이가 없었다. 그 제도를 없애기로 결정한 사람들은 앞으로 그 지역에서 아이가 태어나지 않거나 태어나도 신경 쓰지 않겠다는 생각인걸까. 이왕 생긴 제도 그냥 두었다가 혜택을 받게 하면 안 되나? 제도를 묵혀놓으면 상해서 못쓰게 되는 걸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결국 농업과 농촌을 유지하고 농민에게 지원하기 위한 예산이 항상 뒷전이고 무시당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 아니겠냐는 결론에 도달했다. 예산이 넉넉하다면 뭐라도 더 생기고 관리가 되겠지만 없는 예산에 뭐라도 부정적인 꼬투리가 생기면 아예 없애버리는 쪽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닐까.

지속가능한 농민, 농업, 농촌은 단순히 그 안에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에 의해서 농민수당도 생겨난 것이고, 직불제도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도가 가지는 허점이나 부정수령 등의 문제는 잘 보완해야 하지만, 그런 부분을 이유로 제도 자체가 닫혀서는 안 될 것이다. 청년창업농들에게 매달 지원되는 바우처가 처음 시행되었을 때, 몇몇이 외제차 수리비로 쓰고, 명품백을 샀다고 해서 언론에서 대서특필이 되고 제도 자체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후 바우처 카드 승인 가능 범위를 조절한 뒤론 지금도 좋은 평가를 받으며 시행되고 있다. 제도가 생겨난 원래의 취지에 맞게 잘 개선되고 운영되는 방향으로 논의되길 바란다. 농민수당이 농가수당이 아니라 진짜 농민수당이 되고, 더 많은 농민이 농민수당을 받고 한번쯤은 자부심에 도취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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