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사람은 왜 밤에 잠을 잘까?

  • 입력 2024.03.24 18:00
  • 수정 2024.03.24 20:48
  • 기자명 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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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사람은 왜 밤에 잠을 잘까를 생각해 보기 전에 먼저 사람은 왜 잠을 자는지 생각해 봅시다. 당연히 졸리니까 자는 거지, 자는데 무슨 이유가 있나 싶긴 하지만, 그래도 생각을 한번 해 봅시다.

사람도 핸드폰과 마찬가지로 충전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활동을 하면서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방전시키는 거지요. 그러면 방전시킨 만큼 에너지를 다시 충전해야 합니다. 사람은 두 가지 에너지를 충전합니다. 하나는 음식입니다. 음식을 먹고 소화하면 위장에서 근육으로, 뱃속에서 팔다리로 영양분이 전달됩니다. 그 결과 우리 몸이 에너지를 공급받아 기운이 납니다.

나머지 하나가 바로 잠입니다. 잠이 무슨 에너지를 보충해? 뭘 먹는 것도 아닌데? 바로 이해가 가지 않지만, 몹시 피곤할 때 낮잠을 잠시라도 자고 나면 기운이 다시 나는 것을 우리는 느낄 수가 있습니다.

사람의 두 가지 에너지 충전 방법, 음식과 잠은 각각 충전되는 에너지가 서로 다릅니다. 한의학에서는 음식으로 충전되는 에너지를 양기(陽氣)라고 부르고, 잠으로 충전되는 에너지를 음기(陰氣)라고 부릅니다. 양기의 ‘양’은 해가 비치는 곳을 양지(陽地), 해가 비치지 않는 그늘을 음지(陰地)라고 할 때 그 양입니다.

그러면 양기와 음기는 정확히 무엇이고, 주로 언제 충전하는 것이 좋을까요? 우리 뱃속에는 오장과 육부가 있습니다. 오장은 간·심장·췌장·폐·신장이고, 육부는 위장관, 즉 위·소장·대장 등입니다. 음식으로 충전되는 양기는 오장육부 중 육부와 관련이 깊습니다. 육부, 위와 장은 음식을 소화시켜서 오장·간·심장 등과 팔다리, 피부와 혈관, 근육, 인대와 뼈에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합니다. 그 결과 피부는 윤이 나고, 근육은 힘이 나고, 혈관과 인대, 뼈는 튼튼해집니다. 이렇게 우리 몸에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 바로 육부에서 만들어 낸 양기입니다.

양기는 말 그대로 환한 낮을 닮은 에너지입니다. 그래서 양기 충전도 해가 떠 있을 때, 낮에 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는 주로 낮에 음식을 먹습니다. 밤에는 음식을 잘 먹지 않지요. 실제로 밤에는 소화가 잘 안 됩니다. 그래서 늦게 먹고 자면 아침에 몸이 찌뿌둥하거나 얼굴이 붓습니다.

잠으로 충전되는 음기는 오장육부 중 오장과 관련이 깊습니다. 간 기능, 심장 기능, 폐 기능, 췌장 기능, 신장 기능은 우리 몸의 피부와 혈관, 근육과 인대, 뼈 등이 자신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변화를 최소화하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게 합니다. 우리가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더라도 우리 몸이 저절로 건강한 상태, 항상성(恒常性)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오장에서 공급하는 음기 덕분입니다.

잠, 음기를 충전한다는 것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하는 모든 행동을 중단함으로써 간·심장·췌장·폐·신장, ‘오장’에게 우리 몸의 상태를 잘 유지하고 문제가 있는 곳은 회복시켜 달라고 내 몸을 온전히 맡기는 행위인 겁니다.

왜 하필 음기 충전, 잠은 밤에 자야 하는 걸까요? 주로 우리 몸의 건강한 상태 유지를 방해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염증입니다. 염증은 주로 밤에 심해집니다. 감기 증상이나 아토피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염증이 심해진다는 것은 바이러스나 세균들이 더 활발해진다고만 생각합니다. 그런데 염증은 바이러스나 세균만 강해서는 심해질 수 없습니다. 우리 몸을 낫게 하려는 우리 몸 안의 의사, 면역력 또한 밤에 강해지기 때문에 밤에 염증이 심해지는 겁니다. 오장의 음기가 밤에 일을 해서 우리 몸의 건강을 유지하려는 것이죠.

이처럼 음기는 어두운 밤을 닮은 에너지입니다. 그래서 음기 충전도 해가 져서 깜깜한 밤에 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는 주로 밤에 잠을 잡니다. 오장의 음기는 밤에 가장 열심히 일하므로 낮에는 잠을 자도 밤에 비해 음기가 잘 충전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통계적으로도 입증이 되어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야간 근무를 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로 규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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