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환자가 곧 의사’가 되는 시대

  • 입력 2024.03.17 18:00
  • 수정 2024.03.17 18:50
  • 기자명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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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

의대 정원 증가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정부와 의사단체 간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으며 환자들은 불안에 떨고 국민의 우려는 증폭되고 있습니다.

의사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통해, 한의사들은 ‘허준 선서’를 통해 자신보단 환자와 인류공영을 우선시한다는 약속을 천명한 후 의업을 시작하고 있지만, 돈 중심 사회의 현실은 그런 선서를 비웃게 만들고 있는 듯합니다. 의사라는 직업은 곧 최상의 대우 보장을 의미하고 이러한 대우를 좇아 의사가 된 이들이기에 환자에 대한 긍휼의 마음이나 ‘인류공영에 대한 이바지’란 말은 돈의 논리 앞에 공허한 메아리로 전락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당장 환자가 죽어간다 해도 돈이 되지 않으면 환자의 생명을 외면해도 도덕적 비난은 조금 왔다 갔다 하겠지만, 그 누구도 처벌 대상이 되거나 양심의 가책에 괴로워하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의사들은 그들만의 온상을 만들고 진입장벽을 높여, 높은 수익이란 특혜를 보장받게 해놓았고, 높은 수익을 보장받는 출세의 등용문으로써 의대를 선택한 학생들도 똑같은 기대로 의사들의 입장에 동조할 수밖에 없는 것, 이 모든 것이 이익 중심으로 돌아가는 가치관이 만들어낸 슬픈 현실입니다.

아울러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의료파업이란 막강한 무기가 그들의 손에 쥐어져 있는 한, 그들만의 아성은 영원할 것으로 보여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본말이 전도된 이러한 불합리는 언젠가는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나고야 만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벌써 7~8년이나 지났습니다. 바둑의 신이라 불리던 이창호 국수를 꺾고 세계정상에 선 이세돌 기사가 알파고란 AI에게 패했던 일이…. 당시 이세돌은 그래도 알파고를 한 판이나마 이길 수는 있었지만, 지금은 세계 제일의 기사 중 어느 누구도 감히 AI를 대상으로 이긴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곧 방대한 의료지식으로 무장한 AI가 현실에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그들 AI는 반에서 1, 2등 하여 의사가 된 것을 자랑하는 의사들 앞에 신처럼 등장하여 그들을 한없이 부끄럽고 초라하게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AI가 이제 의사 대신 환자들 곁을 지킬 것입니다.

명의로 소문날수록 하루에 100명 이상의 환자를 보기 위해 얼굴만 보고 몇 가지 증상만 들은 후 처방전을 써대며 녹초가 되다시피 하는 그들을 대신하여, 그들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방대한 치험 사례를 기반으로 아무 피로감도 느끼지 않고 처방전을 써댈 수 있는 인공지능이 등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때가 바로 코앞에 다가오고 있는 지금, 의사들이 스스로의 생각을 바꾸어 환자 곁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지식의 아성보단 긍휼의 마음을 앞세우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로 돌아가지 않는 한, 돈에 어정쩡하게 타협하는 의료인들(저를 포함하여)은 조만간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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