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수복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덕수초등학교 자리에 있던 옛 KBS 건물은 폭격을 맞아 잿더미가 돼버렸다. 부산으로부터 돌아오긴 했으나 방송국 식구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어져버린 것이다.일제 강점기에 경성방송의 청취료 징수 업무를 보던 방송협회 건물이 중구 정동에 있었는데, 하는 수 없이 그 허름한 목조건물에다 KBS의 간판을 달았다. 그 방송국 건물이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증명해 주는 에피소드가 있었다.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 음악프로 진행을 맡은 김 아무개 아나운서가 잠이 덜 깬 모습으로 쩍쩍 하품을 하면서 스튜디오에
진즉 뽑힌 고추나무에서 고추가 말라가고 있습니다. 뽑힌 고추나무들 옆, 된내기를 피하라고 천막을 씌워놓은 고춧골 한 고랑을 잡아 끝물고추를 땄습니다.밥과 반찬을 담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수확보다 뒤처리가 더 힘듭니다. 밭에서는 욕심껏 땄는데 저녁에 열심히 다듬고 분류하는데도 끝이 보이지 않는 일에 밭에서 부렸던 욕심을 후회합니다. 간신히 크기로 나누고 크지 않은 것들의 꼭지를 따 씻은 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짧은 잠을 접고 일어나 물기가 빠진 고추로 장아찌를 담고 멸치랑 볶고 종종 썰어 고추 간장을 만들었습니다. 틈틈이 밥하고 국
고혈압은 그 자체가 병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 몸의 혈관에 이상이 생겼으니 이를 빨리 해결해 달라는 우리 몸의 구조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약으로 혈관의 수축을 방해하고 심장의 박동력을 저하시켜 눈에 보이는 혈압만을 낮추고 안도의 한숨을 쉴 것이 아니라, 혈관의 이상을 하루 빨리 정상으로 회복시키려 노력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그렇다면 이 노화된 혈관을 다시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요?바로 그 고혈압에 대한 또 다른 명칭, 즉 생활습관병이라는 것에 힌트가 있습니다. 바로 고혈압, 당뇨 등의 생활습
오늘도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간다.너른 들판을 보며지난 일들을 떠올려 본다.좋았던 일도 많았지만슬픈 일도 많았다.이제 지난 일은 모두 잊고즐겁게 오늘 공부를 시작한다.시작이 좋으니오늘도 좋은 날 되겠지!
올해 오토메 농사를 마무리하고 있다. 나무의 밑 부분은 거의 낙엽이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았고 금년에 새로 난 윗부분의 가지에만 아직 이파리가 매달려 있다. 금년에는 한파와 폭염, 온갖 벌레와 균 등을 모질게 이겨내고 열매를 키우느라 고생했을 나무들이 힘겨워 보인다.한 겨울을 잘 날 수 있도록 겨울방제도 해주고 나무속으로 파들어가는 벌레를 잡아주기도 하며 겨울준비를 해주고 있다.나무뿐만 아니라 각종 시설들도 겨울 준비를 해주고 있다. 관수시설과 동력분무기 모터의 물을 빼주어 동파를 예방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금년에는 밭 가장자리에
계절이 바뀌는 이 즈음이면 여기저기서 부고문자가 날아듭니다. 소식을 접하게 되면 상주와의 관계 정도에 따라 마음속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기만 할 때도 있고, 조의금만 보낼 때도 있다만 아무리 바빠도 직접 조문해서 상주를 위로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며칠 전에도 그랬네요. 이 바쁜 가을 일철에 아는 언니가 친정아버님이 운명하셨다는 연통을 해서 일 끝나자마자 한걸음에 장례식장으로 갔습니다.눈자위가 빨개진 상주언니를 잠시 위로하고는 조문객들끼리 장례식에서나 만나지는 바쁨에 대해, 서로의 일상에 대해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 자리에서 아주 오랜
1951년 부산의 대청동 언덕바지에 자리한 KBS의 부산 지방 청사.갓 스무 살의 풋내 나는 젊은이가 스튜디오에 들어서더니 이윽고 마이크 앞에 앉는다. 심호흡 한 번으로 숨을 고르고 나서, 드디어 방송을 시작한다.여기는 대한민국 중앙방송국입니다, KBS!이른바 ‘콜 사인’이라고 부르는 단 5초짜리 이 방송이 아나운서 임택근의 데뷔작품이었다. 그런데 부산의 ‘지방’ 방송 청사에서 왜 ‘중앙’ 방송국이라 했을까?전쟁이 한창이었기 때문에 서울에서 내려간 방송 팀이 피란지인 부산에다 얼기설기 중앙방송을 꾸린 것이다. 당시 연희전문(연세대)
최근 들어 건전한 여가에 대한 욕구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면서 다양한 운동을 즐기시는 분이 점점 더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정부 역시 과거의 체육 엘리트 양성 위주의 정책보다는 많은 국민들이 골고루 즐길 수 있는 생활 체육의 저변을 확대하는 쪽으로 정책의 초점을 바꾸어 가며 우리 주변에 다양한 체육 시설을 확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 역시 평소 검도를 꾸준히 수련하고 그 외에도 자전거 타기 등 다른 운동들을 틈틈이 즐기면서 건강을 챙기려 하고 있습니다. 한의원에 오시는 환자 중에서도 취미로 운동 한 가지 정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A. 돼지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동물입니다. 날씨에 민감한 돼지는 땀샘이 없어요. 그래서 더위를 잘 참지 못하고 열을 식히려 진흙에서 뒹구는 것을 좋아 한답니다.보통 돼지는 더럽고 게으른 동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아주 영리하고 깨끗한 걸 좋아 합니다. 사람이 듣지 못하는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고 공항에서 나쁜 물건을 찾아내는 탐지역으로 일하기도 합니다. 시력이 사람에 비해 좋지 않지만 적·녹·청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몇 안 되는 동물 중 하나입니다. 돼지는 미련하고 더럽지 않아요. 우리가
이재후 씨가 술병이 들어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변소길에는 큰댁 작은댁이 양쪽에서 부축을 해야만 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작은댁이 쪼르르 왼쪽 겨드랑이 밑에 들어가 으으어, 소리를 질러야 허리가 제법 꼬부라진 큰댁이 느린 동작으로 와서 오른쪽 겨드랑이 밑으로 들어가 굽은 등을 폈다. 큰딸이 차를 몰고 와 병원으로 갈 때도, 병원에서 돌아와 차가 대문 앞에 섰을 때도 부축은 당연히 작은댁이 왼쪽이었고, 큰댁은 뒤늦게 영감 오른쪽 겨드랑이 밑으로 들어가 굽은 등을 펴 한껏 밀어 올려야 했다. 그 모습이 한동안 동네사람들에게 노출되면서 떠돌아
내가 볼 때는 가지를 참새가 갉아 먹어서성장을 못 할 줄 알았더니그 어려운 고비를 견디고지금은 가지가 뻗어 넝쿨이 생겼구나마디마디 꽃이 피고 벌들이 날아와서열매가 주렁주렁 맺는구나처음 열매는 내 사랑하는 손주 줄까?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내 이야기이기도 하고, 내가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이기도 하다.언니네텃밭 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제일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언니네텃밭 활동을 하면서 참여한 여성농민들에게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이다. 나는 웃으며 말한다. “권력관계요.” 농담조로 대답하지만 사실이다.9년 전, 처음 시작할 때는 공동작업 하기가 쉽지 않았다. 매주 화요일 꾸러미 보내는 날에는 같이 작업을 해야 하는데 남편들이 “오늘은 밭에 무슨 일을 해야 한다, 논에 무슨 일을 해야 한다”면서 꾸러미 작업에 못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