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60] 대공

  • 입력 2018.10.27 14:38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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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올해 오토메 농사를 마무리하고 있다. 나무의 밑 부분은 거의 낙엽이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았고 금년에 새로 난 윗부분의 가지에만 아직 이파리가 매달려 있다. 금년에는 한파와 폭염, 온갖 벌레와 균 등을 모질게 이겨내고 열매를 키우느라 고생했을 나무들이 힘겨워 보인다.

한 겨울을 잘 날 수 있도록 겨울방제도 해주고 나무속으로 파들어가는 벌레를 잡아주기도 하며 겨울준비를 해주고 있다.

나무뿐만 아니라 각종 시설들도 겨울 준비를 해주고 있다. 관수시설과 동력분무기 모터의 물을 빼주어 동파를 예방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금년에는 밭 가장자리에 대공을 파기로 했다. 여름 한발이 심할 때 군에서 지원하는 지하수 소공사업을 신청하여 허락을 받았는데 이제야 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

농장에서 지하수를 농업용으로 이용하기 위함이지만 기왕이면 식수로도 마실 수 있도록 대공을 파기로 했다. 물론 한발이 심할 때를 대비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군에서는 소공을 파는 비용 중 일부만 지원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비용은 내가 부담해야 했다.

업자와 상의해 보니 비용이 문제였다. 대공은 일반적으로 지하 80미터 이상을 뚫고 들어가 암반수를 퍼 올리는 작업으로 큰 장비를 3대나 동원해야 하기 때문에 800만원~1,000만원이 소요된다고 했다. 농사지어 얼마나 번다고 이 거금을 들여야 하나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두 해 농사짓고 그만둘 것도 아니고 10년 이상 식수로도 사용해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

며칠 전 아침부터 작업이 시작됐다. 요란한 굉음을 내며 땅을 파기 시작했다. 44미터 지하에서 암반수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업자에게 80미터정도까지는 파자고 해서 결국 80미터 지하의 암반수 작업을 마무리 했다. 물의 양은 하루 200톤 정도라고 하니 충분하고 넘치는 양이다.

오후 3시쯤 작업을 마치고 일단 철수했다. 앞으로 수중모터와 인버터 설치, 전기인입, 관수시설의 물 탱크와 농막으로 연결하는 수로 설치 작업이 남아 있다.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닌 듯하다. 물관을 땅속으로 묻어야 하니 포클레인이 동원돼야 하고 각종 부속품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런 작업을 직접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전혀 무지하니 멘토의 도움을 받아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마무리 할 예정이다.

이제 지하수 설치 작업까지 마무리 되면 귀농 3년 만에 일단 농사기반은 제법 갖추게 될 것 같다. 내년부터는 농사를 더 잘 지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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