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어두운 기억의 저편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내가 처음으로 본 영화는 였을 것이다. 구두닦이 소년가장 이윤복 일기가 책으로 나오고 그 이야기가 1965년엔가 영화로 만들어졌다. 당시 이 영화는 워낙 유명해서 내가 다니는 두메산골 학교까지 와서 돈을 받고 상영했기 때문에 기억에 남아 있다. 대구 구두닦이 소년 이윤복 이야기는 그야말로 교실 안이 눈물바다였다.가끔씩 떠돌이 약장수들이 와서 동네 천변이나 논바닥에 설치한 가설무대에서 영화를 보여주곤 했는데, 허장강과 박노철의 연기에 몰두할만하면 어김없이 필름이 끊
겨울이 되면서 날이 점점 추워지면 걱정이 많아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수족냉증이 있으신 분들입니다. 심한 사람들은 한여름에도 잠을 잘 때 양말을 꼭 신어야 잠자리에 든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날이 따뜻할 때도 그런데 날이 점점 추워지는 겨울에는 걱정이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손발이 차가운 수족냉증엔 침과 한약이 참 좋습니다.수족냉증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은 실제로 손과 발이 차가운 경우와, 만져보면 그렇게 차지는 않는데 본인은 얼음물이 흐르는 것처럼 차갑게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는 차지 않은데
제주의 견습 테우리 소년이 은퇴를 앞둔 베테랑 테우리를 따라 한라산 중턱을 오른다. 소년은 말 테우리 노릇의 ‘오름에서 한라산까지’ 모든 것이 궁금하다.“할아버지가 모는 말이 예순 마리나 된다면서요, 그 말들을 어떻게 다 알아봐요?”“오래 하다보면 말들하고도 얼굴을 익히는 법이야. 정 모르면 엉덩이에 찍힌 내견을 보고 구분하기도 하고,”“점심은 어디서 먹어요?”“다른 테우리들 하고 어느 내창에서 만나자고 미리 약속을 했다가 거기 모여 먹는 거란다.”평소에, 자신이 관리하는 말들이 주로 풀을 뜯는 곳이 다르기 때문에 테우리들은 여럿이
한 해를 마무리하고 또 준비하는 요즈음 마을마다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총회가 열린다. 마을 이장을 새로 뽑기도 하고, 마을기금의 대부분이 마을 어르신들의 조의금으로 쓰여 졌음을 보고한다. 마을이 초고령화 됐음을 알 수 있다.마을총회는 대부분 마을의 대동계를 겸하고 있다. 두레, 품앗이라는 이름이 아주 오랜 이야기가 돼버렸지만 그래도 우리 마을엔 아직도 희미하게 남아있다. 나 어릴 적만 해도 두레와 품앗이가 살아 숨 쉬고 있었던 것 같은데 아마 내 세대가 농촌공동체를 목격했던 마지막 세대가 아닌가 싶다.마을총회는 어느새 삼천포로 빠져
귀농·귀촌한 지 3년이 지나가고 있다. 첫해(2016년)에는 미니사과 알프스 오토메 묘목을 식재했고 2년차(2017년)엔 나무를 자라게 했고 3년차인 올해는 처음으로 적은 양이지만 수확할 수 있었다.그동안 내가 은퇴한 후 귀농하여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텃밭농사나 취미농사 정도로 이해하는 지인들이 많았다. 평생 안 해보던 농사일을 60대 중반이 넘어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리라.아무튼 만 3년 동안 농촌 현장에서 농부로 살면서 내 딴에는 많은 것을 직접 몸으로 마음으로 겪어 보았다. 농업·농촌·농민 문제를 나름 평생
한의학의 다양한 치료 방법 중 하나인 추나(推拿) 치료는 정골팔법(正骨八法)의 하나로 시술자의 손과 몸, 치료 기구 등을 몸의 일정한 부위나 혈(穴) 부위에 대고 힘을 주면서 밀고 당겨 주는 치료법입니다. 우리 인체의 근육 및 뼈와 관절들이 비정상적으로 틀어지게 되면 그 뼈를 둘러싸고 있는 신경, 근막 등 주변조직을 자극합니다. 또한 뼈를 지지하고 있는 근육과 인대도 오랫동안 긴장하고 뭉쳐 혈액순환이 원활치 못하게 돼 통증이 발생하게 됩니다. 추나 치료는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틀어진 뼈와 근육을 정상적으로 교정, 환원시켜 몸의 균형을
“어쩐 일로 내견장에 말을 네 마리나 끌고 나왔어?”“아, 금년에 요놈들 내견 지질 때가 돼서….”“아이고, 자네 어제 읍내 가더니만 대장간에 내견 만들러 갔었구먼.”내견. 말 엉덩이에다 쥔장이 찍는 불도장을 이르는 말인데, 한자말 같지만 그게 아니고 순수한 제주 사투리다.어미 말이 새끼를 낳으면 한 살 때까지는 어디를 가나 자기 새끼를 데리고 다니기 때문에, 따로 표시를 해두지 않아도 잃어버릴 염려가 없다. 그러나 두 살이 넘어서면 어미 품을 떠나 독립을 한다. 그래서 2년차 되는 때에 엉덩이에 표시를 해두어야 한다.그러니까 내견
아들과 딸, 겨울을 끝내고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여러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주말을 이용해 서울 사는 친구와 집을 보러 가곤 했던 아들. 농민대회 참가를 위해 서울로 가려는데 아들도 서울에 집 보러 간다해서 같이 올라왔고 민중대회 끝나고 아들을 만났더니 방 두 개의 집을 계약했다고 합니다.여러 번 허탕을 치다 구한 집이라며 아들과 아들친구는 집의 이 곳 저 곳 사진을 보여주며 좋아했습니다. 아들과 그 친구가 구한 집은 보증금 300에 월세 35만원. 노부부가 일층에 살고 이층을 월세로 놓았는데 집주인들의 인상도 좋아 별 문제 없이
옛날에 내가 글을 모르니우리 남편이 전화를 처음 놓을 때전화를 놔야무슨 소용이 있겠나면박을 줬다저승에 가서도그렇게 노는지 모르겠다
늘그막에 한글 배워 서툴게 쓰고문자 보내는데꼬부랑 할머니 되어 글씨 배운다한글에 영어단어 있으니영어 공부가 한글 공부라고선생님 말씀에 쓰긴 쓰는데영 써지지 않네온갖 형상 보고 글자 외워 보는데빨래 집게는 A요밤하늘의 반달은 D고우산 손잡이는 J요맥도날드 햄버거 가게에 M자강원 시골 꼬부랑 길도 S 닮았고Y자는 새총 모양일세
손바닥만 한 한읍(漢邑) 전체를 오롯이 품고 있는 뒷동산 같은 마현산 아래 깍골 동쪽 둔덕위에는 영천극장을 개조한 삼성정미소가 있고, 그 밑으로 아침저녁마다 개숫물이나 졸졸거리는 깍골 개골창을 한걸음에 건너가면 1946년 영천 10월 항쟁 때 서북청년단이 기관총 걸어놓고 본부로 사용했던 영천향교 아래 초가지붕들이 게딱지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는 동네가 교촌동이다.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면서 한읍을 동서로 길게 뚫린, 중앙선이 없는 옛 28번국도가 구렁이처럼 꿈틀거리며 지나가고 있다. 잡곡 실은 우마차만 들락거리며 은성했던 곳.1930년대
이른 봄, 한라산 테우리가 말 수십 마리를 이끌고 들로 내려왔다. 오늘 작업을 하기로 약정된 보리밭 어귀에서, 먼저 간 선배 테우리의 영령을 위무하는 제사를 지내고 나서, 물경 백여 마리에 이르는 말들을 널찍한 보리밭으로 몰아넣는다. 그렇다면 테우리는 그 많은 말들을 어떻게 통솔해서 밭 볼리기를 했을까?“테우리는 선도를 사고(서고) 그 주름에 사람들이 몰(말)을 딴 데로 못 가게 에워싸서 테우리 있신(있는) 데로만 몰아주면 테우리가 자동차 운전하듯이 욜로 가고 절로 가고 돌아오고…”송종오 할아버지의 얘기에 따르면, 말들을 밭으로 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