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아들·딸이 살게 될 집은 어디에

  • 입력 2018.12.23 18:00
  • 기자명 임은주(경기 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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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주(경기 여주)
임은주(경기 여주)

아들과 딸, 겨울을 끝내고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여러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주말을 이용해 서울 사는 친구와 집을 보러 가곤 했던 아들. 농민대회 참가를 위해 서울로 가려는데 아들도 서울에 집 보러 간다해서 같이 올라왔고 민중대회 끝나고 아들을 만났더니 방 두 개의 집을 계약했다고 합니다.

여러 번 허탕을 치다 구한 집이라며 아들과 아들친구는 집의 이 곳 저 곳 사진을 보여주며 좋아했습니다. 아들과 그 친구가 구한 집은 보증금 300에 월세 35만원. 노부부가 일층에 살고 이층을 월세로 놓았는데 집주인들의 인상도 좋아 별 문제 없이 살 것 같다 합니다.

딸도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떠나야 하는데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느냐보다는 어디서 얼마짜리 집을 구할지가 더 고민인 것 같습니다. 전세 보증금은 평소 접해보던 숫자가 아니라 포기하고 월세가 좀 싼 집을 찾다보면 건강이나 안전이 걱정되니 선택이 막막하답니다.

오빠처럼 월세를 나누며 같이 살 수 있는 친구도 없고 여주에서 같이 자란 친구들은 엄마, 아빠랑 함께 살며 버는 돈 저금할 수 있는 게 제일 낫다며 딸의 새로운 생활에 대한 걱정을 대신 해준다 합니다.

어디서 일하건 거기서 거기인 청년들의 월급. 그 월급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월세를 내고 나면 쓸 돈도 없고 남길 돈도 없는 생활을 생각하면 딸 친구들의 판단이 현실적이고 현명한 것이겠지요.

이런 문제는 우리 아들, 딸 문제만이 아닙니다. 친구와 자식들 이야기를 하다 부담스럽고 부담스러운 월세 이야기를 했는데 친구의 아들은 월세가 부담스러워 기숙사가 있는 직장으로 갔다고 하며 딸은 월세를 위해 직장을 옮겨볼까 생각한다 합니다.

몇 달 만에 만난 친구도 아들의 취업소식을 전하며 학자금 대출금을 다 갚지도 못했는데 월세를 구하면 매달 들어가는 돈이 너무 커지고 전세를 구하면 대출이자와 갚을 돈이 걱정이랍니다.

친구와 스마트폰에 있는 지하철과 부동산 어플을 보며 어느 동네가 방 값이 더 나은지 찾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립니다.

‘민달팽이족’. 일정한 주거지 없이 지하나 옥탑방, 고시원 등을 전전하며 생활하는 젊은이를 껍데기집이 없는 민달팽이 같다고 하여 부르는 말이랍니다.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에 사는 1인 청년가구 비율이 높고 대다수가 과도한 임대료 부담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주거복지포럼이 주거복지포럼 대토론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청년 단독가구가 지하·반지하·옥탑방에 거주하는 비율은 2016년 5.2%이며 2016년 청년 단독가구의 월 소득대비 임대료 비율은 ‘20% 이상’이 56.9%, ‘30% 이상’이 37.0%라고 합니다.

최저주거기준 미달과 지나친 임대료 부담을 모두 경험한 청년들의 비중도 2008년 21.2%, 2010년 34.0%, 2014년 39.0%, 2016년 46.8% 등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합니다.

전세 보증금 척척 내줄 형편이 안 되는, 우리 딸이건 친구의 딸이건, 친구의 아들이건 외지로 나가 일을 한다면 ‘민달팽이족’으로 ‘지옥고’에 살면서 월급 가운데 많은 돈을 월세로 내고 그 부담은 점점 커지겠지요.

남의 이야기로만 알고 있던 주거 빈곤의 문제가 아들, 딸의 문제로 그 아들, 딸의 엄마인 나의 문제로 다가오니 핸드폰에는 부동산 어플이 여럿 깔렸고 시간 나면 어느 동네에 저렴한 방이 나오나 찾게 되고 아들, 딸이 느꼈을 답답함을 품게 되고 자식들 앞길에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 자책감이 올라옵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고 행복을 추구합니다. 사람에게 의식주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행복’이란 단어를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쉬고 자며 다음 날을 준비하기 위한 필수조건인 집. 우리 아이들이 편안한 집에서 잘 쉬고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기를 원합니다. 농촌에 사는 부모들은 지금 이 땅에서 편안한 집을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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