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제발 운동은 적당히 하세요

  • 입력 2018.10.21 11:49
  • 기자명 이광주(부산 이광주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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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주(부산 이광주한의원 원장)
이광주(부산 이광주한의원 원장)

최근 들어 건전한 여가에 대한 욕구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면서 다양한 운동을 즐기시는 분이 점점 더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정부 역시 과거의 체육 엘리트 양성 위주의 정책보다는 많은 국민들이 골고루 즐길 수 있는 생활 체육의 저변을 확대하는 쪽으로 정책의 초점을 바꾸어 가며 우리 주변에 다양한 체육 시설을 확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 역시 평소 검도를 꾸준히 수련하고 그 외에도 자전거 타기 등 다른 운동들을 틈틈이 즐기면서 건강을 챙기려 하고 있습니다. 한의원에 오시는 환자 중에서도 취미로 운동 한 가지 정도 하시는 분들의 비율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걷기, 조깅, 수영 등 여러 가지 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의사 입장에서도 정말로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적절한 운동은 고혈압, 당뇨와 같은 성인병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근골격계 질환과 심지어 치매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적절하지 못한 운동의 종류와 시간으로 인해 부작용을 겪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특히 사회적으로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다 보니 간혹 운동을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맹신하는 분들도 많아져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선 적절한 진단이 동반되지 않은 상태에서 잘못된 운동을 통해 더 악화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전근개 부분파열을 오십견으로 오해하고 무리하게 운동을 해서 더 악화가 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회전근개 부분파열과 오십견은 어깨에 나타나는 통증 증상은 비슷하지만 병의 원인이 전혀 다르고, 전자는 운동을 삼가고 충분한 휴식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반면 후자는 적절한 스트레칭 운동을 해줘야 합니다. 이렇듯 통증의 원인을 오해해서 무리한 운동을 통해 병이 악화가 되는 경우도 많으니, 통증이 있으면 우선 반드시 의사, 한의사의 진료 하에 정확한 병의 원인을 밝힌 후 필요시 적절한 운동을 해야 합니다.

운동을 만병통치약으로 오해하여 운동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경우에도 잘못된 운동을 하다가 병이 악화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운동은 절대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내외측상과염, 요추 염좌, 퇴행성슬관절염과 같은 질환들은 과도한 사용 혹은 잘못된 자세 등으로 유발되는 질환으로 발병 시 적절한 치료와 충분한 휴식을 취한 이후에 가벼운 스트레칭부터 관련 근육의 강화까지 차근차근 운동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발병 직후에도 운동으로 생긴 통증은 운동으로 풀어야 하고, 운동을 열심히 해야 치료가 된다면서 무리하게 운동을 해 더 악화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근골격계의 통증으로 내원하는 환자에게는 일단 무조건 쉬면서 치료만 열심히 받고 운동은 나중에 하라고 권합니다. 그런데 가끔 운동을 하지 않고 쉬면 마치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반응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난감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운동량 자체가 지나치게 많아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나 최근 들어 크로스핏이나 스피닝, 마라톤 같은 고강도의 운동이 인기를 얻으면서 덩달아 횡문근융해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런 고강도 운동으로 인해 근육에 무리가 가면서 근육이 녹아내려 신장과 간 등 여러 장기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질환입니다. 운동을 한 이후 콜라색과 같은 소변, 혹은 피가 섞인 듯한 혈뇨가 나오면 즉시 병원에 내원하여 검사를 받아야 하며, 적절한 시기를 놓치게 되면 신부전으로 신장 기능이 완전히 망가지게 되기도 합니다. 이 경우에도 운동 후 근육통은 운동으로 풀어야 한다면서 더 무리한 운동을 하다가 걸리는 경우가 정말로 많습니다.

가장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운동은 꼭 필요합니다. 비만과 여러 가지 성인병을 막아주고, 근력을 유지하고 뼈를 튼튼하게 하여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해 줍니다. 또한 뇌에 지속적인 자극을 줌으로써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특히 평소 활동량이 적고 같은 자세로 오래 근무하는 사무직 노동자에게는 자세 교정과 근육 강화를 위해서도 운동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습니다. 몸의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 적절한 운동 종류의 선택, 바른 자세 유지, 그리고 적당한 운동량 설정 등의 과정 없이 무턱대고 무리하게 운동을 하면 오히려 몸을 망칠 수도 있습니다.

요즘처럼 온갖 매스컴에서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마치 운동이 만병통치약이고 몸짱이 최고선이라고 말하는 시대,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아플 때는 운동하지 마시고 치료 받고 쉬세요. 제발 운동은 적당히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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