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을 하면 돈을 준다. FTA에 의한 타격으로 더이상 유지가 힘들어져 폐업을 하는 농가에게 향후 3년간의 예상 소득을 보상해 주는 것, 한우 폐업지원금이다. 대상은 50두 미만의 영세농가에 한정된다. 지원금 신청이 줄을 잇고, 영세 한우농가가 하나둘 농촌에서 사라지고 있다. 한우 농가들을 찾아갔다. 수십년 한우를 키우다 폐업지원금을 신청한 농가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 동안 폐업하기 싫어도 폐업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번민이 무척이나 애처롭게 와닿았다. 누구를 위한 지원금인가. 농민들은 폐업을 원하지 않는다. 폐업농가의 소들은 대부분 다른 농가에 매각되므로 사육두수 감축입네 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결국 등 떠밀린 폐업 농가의 손에 몇 푼의 돈만 쥐어준 채 이 땅에서 영세 한우농가만 몰아내고 있는 꼴이
건고추 가격 폭락에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현장 취재를 다니면서 지역을 돌아보면 고추밭에 고추들이 그저 매마른 채 힘없이 달려 있다. 생산비도 안 나오는 가격에 농민들이 수확을 포기한 것이다. 지난 3월 본지 특집호는 수입농산물을 다룬 적 있다. 그때 유심히 살펴봤던 품목 중 하나가 건고추다. 참깨 등과 함께 건고추는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이후 농산물 시장개방과 농촌의 고령화에 따라 이미 수입 농산물이 고정적으로 우리나라 시장을 차지한 품목이다. 건고추 생산량이 지난해 대비 10%도 안 되는 수준으로 늘었을 뿐인데 가격이 이만치 폭락하는 것을 보면 아무리 국내산 가격이 떨어져도 수입 건고추는 판매망을 확실히 확보해 국내산에 그 자리를 빼앗기지 않는 모양이다. 얼마 전 스쳐 지나가듯
현장에서 농민들을 만나다 보면 한두번은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올해 농사 망쳤어”, “내년을 기대해봐야지” 이 말은 알 수 없는 날씨 탓에 말라죽거나 혹은 동해로 인해 농작물 피해를 입었을 때 듣는 말이다. “요놈이 병이 왔는데 아 그놈을 못 잡았네” 탄식 섞인 농민의 한숨을 듣기도 한다. 종자로 인한 농민들의 피해가 통계수치로 잡힌 것은 없다. 농민들이 종자로 인한 피해로 소송을 걸어 승소한 경우도 손에 꼽을 정도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종자로 인한 피해가 광범위해 이를 규명하는 과정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단순한 DNA에 의한 질병, 품종의 형질에 관련된 것이라면 빠른 시간 내 과학적 증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종자가 열매를 맺는 과정에서 새로운 질병이나 형태를 증명하는 것도 쉽지 않아
다리를 막았다. 3일 서울역 앞 광장서 열린 전국농민대회 참석차 상경한 농민들이 한남대교 북단 6개 차로를 모두 가로막았다. 수십여 대의 버스에서 2000여명의 농민들이 내렸다. 기습시위였다. 도로점거는 약 1시간 남짓 지속됐다. 꽉 막힌 도로에 불편을 느낀 몇몇 시민은 인도로 다리를 건넜다. 삿대질이 오가기도 했다. 고함을 외치기도 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농민들이 왜 다리를 막아섰는지 그 이유는 중요치 않았다. 더 이상 주름질 때가 없는 늙은 농민들이 가을 햇살에 익어갈 곡식을 두고 서울로 상경할 수밖에 없었던 그 이유를 알려고 하지 않았다. 벼랑 끝에선 농민들의 한 맺힌 절규는 그저 소음일 뿐, 교통체증을 초래한 점거행위에 대한 분노만 존재할 뿐이었다.농민들은 한남대교 난간에 현수막을 내걸었다.
원자력발전소의 온배수 열을 난방에 활용하는 유리온실 사업이 울산시 울주군과 경상북도 경주시에서 추진 중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지난 5월 울주군과 경주시에 ‘유리온실 하우스 재배사업’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동부팜화옹 유리온실 사업을 본 따서 지열 대신 온배수 열을 이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사업타당성 연구용역을 준비 중이다. 이용호 한수원 지역협력상생처 처장은 “외국에서도 원전 온배수 열을 이용한 농작물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며 안전성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한수원 측의 설명에 따르면 유리온실 재배에 활용할 온배수는 3차 순환계통의 냉각수이며 이론적으론 방사능 물질이 나올 수 없다. 쉽게 말해 원자로 내에 순환하는 냉각수의 열을 식혀주는 냉각수를 냉각하고 바다로 흘러나가는 게
“농정신문이요? 아이고 오래간만입니다. 건강하게 잘 있소? 애 많이 쓰요.” 지난해 소를 일부러 굶겨 죽인 농민으로 알려져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순창의 문동연 씨. 일년 만의 통화에도 반가운 목소리가 수화기 넘어 울린다. 소를 빌미로 지자체에 사료를 요구한다느니 돈을 요구한다느니 했던 억측도 많았다. 하지만 실상은 빚을 갚기 위해 땅을 다 팔았고, 50만원이 없어 빚을 내 사료를 먹일 만큼 축산농의 상황은 벼랑 끝에 내몰린 지경이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문 씨는 나머지 소에게 동물사랑실천협회에서 주는 사료를 먹이고 있지만 축산업은 포기했고, 이제는 고추 3,000주에 밭농사 조금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아직도 빚은 3,000만원이나 남았다는 씁쓸한 소식과 함께. 입사한지 1년 반, 축산분야 담당
코를 찌르는 악취. 전라남도 진도군의 A단호박 유통업체에 들어서는 순간 음식물이 썩어가는 냄새에 코를 틀어쥐었다. 악취의 근원은 업체가 수매한 단호박이 썩는 냄새였다. 충분한 저장창고를 확보하지 않은 채 농민으로부터 외상으로 수매한 단호박이 썩어가고 있었던 것. 업체에 단호박을 출하한 농가는 후숙 과정에서 상당량이 썩어버렸다는 이유로 기존 출하한 물량의 30%이상 감량 후 정산 받거나, 또는 정산이 무기한 미뤄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A유통업체 대표에게 이같은 단호박 농가의 어려움을 설명하자 “수매해 시장에 내려면 보름이 걸린다. 그 과정에서 썩는 걸 감수해야 한다. 농가 심정은 이해하지만 맛이 없으면 국내산 상품성만 낮아져 후숙을 해오지 않으면 그만큼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우리도
지난달 27일 무더웠던 목요일. 전주원예농협의 한 농민 조합원이 기자를 만나기 위해 전주에서 서울까지 한걸음에 올라왔다. 지난해 전주원협 공판장의 고의 유찰로 인해 멀쩡한 1,500만원 상당의 부추가 상하는 피해를 입은 농민 부부 내외였다. 전주원협 공판장은 왜 이 조합원의 부추를 유찰시켰을까. 조합원의 추측은 지난해 대의원총회에서 선취매매를 하지 말라고 발언해 조합장에게 미운털이 박혀 보복을 당했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전주원협 공판장은 농안법상 의무인 판매 행위를 거부한 것은 명백하다. 이 때문에 전주시는 전주원협에 주의조치하고 해당 경매사에게는 15일의 업무정지 처분을 했다. 그렇다고 썩어버린 부추가 되살아나진 않는다. 억울함에 이 조합원은 검찰과 경찰에 형사고발하고, 손해배상 청구소송
모를 심는다. 긴 바지 무릎 위까지 걷어 올리고 물 댄 논에 두 발로 딛고 서 모를 심는다. 30년 경력 농사꾼이 못줄을 잡고 못줄에 맞처 일렬로 선 이들이 차근차근 모를 심는다. 농민, 노동자,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어이’하는 외침에 허리를 펴고 그 사이 못줄이 움직이고 다시 허리를 구부린다. 모를 심는 손끝에 정성이 오롯이 담긴다. 모를 심는 만면에 미소가 머문다. 그저 나 하나 먹고 살자는 마음이 아니어서, 그런 마음 이곳저곳에서 길어 올려 함께 살자, 우리끼리만 말고, 북녘에 있는 농민들과 동포들과 함께 먹고 살자, 하는 마음에 간절히 모를 심는다. 오랜 시간 대화가 끊기고 길이 막혀도 올 가을 추수 때는 만날 수 있으리라, 풍년 든 남녘의 쌀을 북녘으로 보낼 수 있으리라, 그런 희망 품고
최근 양파가격이 높았을 당시 무안지역의 몽탄농협이 직접 밭떼기 거래를 하는 등 일반 상인들과 같은 행보를 보여 농민들의 공분을 산 일이 있다. (본지 6월 10일자 기사 참조) 농협이 계약재배를 통한 수매가 아닌, 포전거래와 창고거래 등으로 잇속을 챙겨 농가 사이에서는 농협 매취사업에 대한 불신마저 확산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농협 거래가격에 따라 상인과의 거래가격이 정해지는 만큼 농가 입장에서는 농협이 밭떼기 거래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일 수밖에 없다. 해당 농협 조합장은 이에 대해 “개인사유가 있는 조합원들의 요청에 의해 일부 포전거래를 한 것”이라며 “개인 상인들이 와서 가격을 낮추니 가격경쟁 지지 차원에서 농협에 포전거래를 요청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산지에서는 농협 매취사업이
미국이 ‘광우병 위험 무시국’이 되면서 우리나라에 쇠고기 추가 수입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여론이 뜨겁다. 하지만 쉽게 생각해 보면 미국은 아직 우리나라에 추가 수입개방을 요구해오지 않았고, 요구한다면 “그럴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하면 된다. 실제로 한 전문가는 “미국이 요구한다고 해서 우리가 그 요구를 들어줄 이유는 없다. 더욱 강력하게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수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표명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강자에게는 더욱 강하게’ 지금 우리나라가 미국에 대처해야할 자세가 아닌가 싶다. 정부도 미국이 추가 수입개방을 요구할 경우 “소비자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추가 개방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신뢰가 회복 될 때까지’라는 대목이 걸림돌이
‘갑의 횡포’, 최근 언론에 많이 오르내리는 말이다. 이 말은 일방적인 힘을 가진 이가 힘없는 상대방을 무력화 시킨다는 것에서 비롯됐다. 농업계에도 갑의 횡포는 엄연히 존재한다. 이들의 횡포는 담합이라는 권력을 앞세워 농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해 남해화학을 비롯한 13개 비료 업체들의 담합이 발각돼 공정위원회가 82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동부하이텍을 비롯한 농약 업체들도 담합이 적발돼 215억여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번엔 농기계다. 지난 20일 대동공업, 동양물산기업, 국제종합기계, 엘에스,엘에스엠트론 등이 ‘가격신고 담합’, ‘농협계통사업’, ‘농기계임대사업’과 관련해 담합을 한 것으로 밝혀져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최근 2년동안 농산업 업체들의 담합과 관련된 과징금만 해도 1,000억원이 넘
산 자는 말을 되도록 아꼈다. 낮은 흐느낌, 긴 침묵, 어딘가로 부터 부는 바람에 서걱거리는 나뭇잎 소리만이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의 한 편을 채우고 또 채웠다. 사람들은 눈을 감은 채, 두 손을 모은 채 혹 어떤 이는 등을 돌린 채 서 있었을 뿐이었다. 故 정광훈 의장.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과 민주주의민족통일 전국연합 의장,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라는 직함보다 ‘Down Down WTO, Down Down FTA, Down Down USA’를 부르짖던 그 구릿빛 얼굴로, 그 뜨거운 목청으로 사람들 뇌리에 기억되는 이. 2년 전, 4·2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노동당 지원 활동 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그를 사람들은 ‘민중의 벗’이라 일컬었다. ‘민중의 벗’을 보내고 난 뒤 2년, 여
농협은 지난달 3일 로컬푸드를 농산물 유통 혁신을 위한 핵심전략으로 삼고 올해 20개소, 2016년까지 100개소의 로컬푸드 직매장을 개장한다고 밝혔다. 이에 김포농협은 4월 19일 용진농협을 벤치마킹한 로컬푸드 직매장 2호점을 냈다. 농가소득을 높이고 농산물 유통구조상 농민들을 을의 입장에서 다소 벗어나게 해준다는 점에서 두 손 들어 환영할 일이다. 농협은 올해 사업계획을 확정하기 전인 지난 2월 농협중앙회 대회의실에서 산지유통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토론자로 참여한 김현대 한겨레신문 선임기자는 “로컬 푸드, 꾸러미 사업 등은 현재 시민사회단체, 생협 등이 추진하는 것과 경합하려 하지 말고 상호보완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가락시장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시설현대화사업을 추진하면서 관련 유통인들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 공사가 소통이라고 말하는 공청회나 관련 회의들은 모두 형식적일 뿐이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공사가 3월 안으로 무조건 시행하겠다고 밀어붙인 무 하차경매가 결국 시행되지 못한 이번 사례는 유통인들이 공사와 ‘소통의 어려움’을 겪은 가장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하역개선을 위해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쳐 열린 하역개선위원회 회의는 매번 ‘도로아미타불’. 이어지는 회의마다 백지부터 시작하는 공사의 행태에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겠다는 유통인들의 반응이 이를 증명한다. 오죽하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제주도에서부터 올라온 한 출하자는 회의가 끝난 후 “공사가 탁상공론만 하지 말
농·축협은 과거 박정희 정권시절 새마을 운동과 함께 기존에 건실하게 자리 잡고 있던 농촌 공동체를 없애고 그 자리에 근대국가와 자본주의를 심기위해 만들어졌다. 그들의 역할은 농촌의 상호부조 정신, 그에 따른 생활양식을 뿌리 채 뽑고 자본주의적 사고방식 및 생활양식을 심는 것이었다. 두레, 계, 품앗이 등 지역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공동체를 없애고, 그 자리에 농·축협을 필두로 한 국가가 자리 잡게 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역할을 충실히 해 온 농·축협이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은 당연하다. 과거 조합에서 권력을 가진 자는 협동조합의 원칙을 무시하고 법과 정관 위에 서서 권력에 아부하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 협동조합을 이용했다. 이들의 사고방식이 조합 전체의 사고방식
겨우내 언 땅에 온기가 찾아들자 엄니들에게도 할 일이 생겼다. 평균 연령 70세. “요새 누가 이런 일을 한간디~?” 말꼬리를 높이며 사과묘목을 지탱해주던 강선을 힘차게 뽑아낸다. 지난해 접을 해 1년을 키워, 곧 분양을 앞둔 사과묘목이다. 이른 아침, 아침밥 먹는 둥 마는 둥 일바지 입고, 챙 나온 모자와 머리를 감싸줄 보자기까지 챙겨 이집, 저 집에서 하나 둘 모여 봉고차에 몸 싣고 찾아온 곳, 예산능금농협. 때로는 엄니 키만 한, 혹은 엄니 키를 훌쩍 넘는 사과묘목에 행여 생채기 날 새라, 조심조심 강선을 잡아 뽑으려 하는데 겨우내 박혀 있던 강선이 쉽게 뽑힐 리가 만무, 망치로 요리조리 치고 좌우로 흔들기를 몇 번, "앗" 하는 엄니의 탄성과 함께 강선이 쑤욱 빠진다.그렇게 뽑아내야 할 강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