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원칙보다 우선하는 관례·관습

  • 입력 2013.03.22 10:50
  • 기자명 어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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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협은 과거 박정희 정권시절 새마을 운동과 함께 기존에 건실하게 자리 잡고 있던 농촌 공동체를 없애고 그 자리에 근대국가와 자본주의를 심기위해 만들어졌다. 그들의 역할은 농촌의 상호부조 정신, 그에 따른 생활양식을 뿌리 채 뽑고 자본주의적 사고방식 및 생활양식을 심는 것이었다. 두레, 계, 품앗이 등 지역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공동체를 없애고, 그 자리에 농·축협을 필두로 한 국가가 자리 잡게 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역할을 충실히 해 온 농·축협이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은 당연하다. 과거 조합에서 권력을 가진 자는 협동조합의 원칙을 무시하고 법과 정관 위에 서서 권력에 아부하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 협동조합을 이용했다.

이들의 사고방식이 조합 전체의 사고방식이 되고 이들의 행동양식이 곧 조합 전체의 운영 방안이 된다. 그리고 그것이 계속 되풀이 되면서 ‘관습’이란 이름의 시멘트로 굳어져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번 호를 포함해 2주간 서산축협 기사가 협동조합 면을 가득 채웠다. 무엇보다 절망스러웠던 것은 ‘관습이란 시멘트’가 강고히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깡을 문제 삼는 이사에게 직원이 “다른 기관도 한다”고 답변하고, 조합장이 “관례적으로 하는 일”이니 당연하다는 듯 태도를 취하는 것을 보면 잘못된 관습이 이미 규범이 돼 사람 눈을 흐리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미풍양속과 악습은 엄연히 다르다. 이 차이를 유독 일부 협동조합 임직원들만 모르거나 모른 체 하는 것 같다.

지난 주 서산축협 기사가 나간 후 항간에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서산지역 농·축협 경제, 관리 상무들이 비상에 걸렸다고 한다. 여태 무사안일하게 법과 정관, 원칙을 무시하고 추상적인 언어들로 예·결산서를 채우면서 요리조리 빠져나갔던 과거 전력이 떠올랐는지도 모르겠다.

시대가 변했다. 군사독재 시대는 이미 지나 정치적 민주화가 이뤄졌고 이제는 생활 속에서 원칙과 상식에 따라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서로의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며 대화와 이해로 갈등을 조정·합의해야 하는 시대다. 이런 흐름에 따라 협동조합 기본법도 제정되지 않았을까 한다.

시대변화에 발맞춰 일부 농·축협의 임직원들도 악습의 시멘트를 깨고 협동조합다운 협동조합 건설에 힘 써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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