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하는 로컬푸드 매장은 상점일 뿐이다

  • 입력 2013.05.13 01:43
  • 기자명 어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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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은 지난달 3일 로컬푸드를 농산물 유통 혁신을 위한 핵심전략으로 삼고 올해 20개소, 2016년까지 100개소의 로컬푸드 직매장을 개장한다고 밝혔다. 이에 김포농협은 4월 19일 용진농협을 벤치마킹한 로컬푸드 직매장 2호점을 냈다. 농가소득을 높이고 농산물 유통구조상 농민들을 을의 입장에서 다소 벗어나게 해준다는 점에서 두 손 들어 환영할 일이다.

농협은 올해 사업계획을 확정하기 전인 지난 2월 농협중앙회 대회의실에서 산지유통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토론자로 참여한 김현대 한겨레신문 선임기자는 “로컬 푸드, 꾸러미 사업 등은 현재 시민사회단체, 생협 등이 추진하는 것과 경합하려 하지 말고 상호보완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김포시 북변동에서 큰 길 하나를 가운데 두고 가까이에 마을기업의 로컬푸드 매장과 농협의 로컬푸드 매장이 영업을 하면서 지역민들에게 로컬푸드는 단순 농산물을 파는 상점의 상호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역 농민과 소비자를 연결해준다는 로컬푸드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퇴색되고 ‘로컬푸드 간판을 건, 목재로 내부 인테리어를 한 식품가게’가 되어버린다. 애써 찾은 농산물 유통구조의 대안이 단순 장사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현재 김포에서 로컬푸드 매장을 운영하는 ㈜엘리트농부와 김포농협은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 바로 소비자에게 신선한 지역농산물을 공급하면서 농가소득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굳이 이들이 소비자에게 경쟁업체로 보이는 일은 사전에 피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

로컬푸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생산자 농민은 작부체계를 다품목 소량생산으로 전환해야 하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얼굴을 인식하면서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농사를 지었는지까지 느껴야 한다. 로컬푸드는 단순히 농산물을 판매하는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문화적 기능까지도 겸비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로컬푸드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서로 경쟁할 것이 아니라 가치를 공유하고 협력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에서 로컬푸드가 ‘문화’로서 확산되고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농협은 NGO, 생협 등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사업을 고민하면서, 그 안에서 농협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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