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의 빈번한 단호박 장기 외상거래, ‘문제 있다’

  • 입력 2013.07.19 10:51
  • 기자명 전빛이라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를 찌르는 악취. 전라남도 진도군의 A단호박 유통업체에 들어서는 순간 음식물이 썩어가는 냄새에 코를 틀어쥐었다.

악취의 근원은 업체가 수매한 단호박이 썩는 냄새였다. 충분한 저장창고를 확보하지 않은 채 농민으로부터 외상으로 수매한 단호박이 썩어가고 있었던 것.

업체에 단호박을 출하한 농가는 후숙 과정에서 상당량이 썩어버렸다는 이유로 기존 출하한 물량의 30%이상 감량 후 정산 받거나, 또는 정산이 무기한 미뤄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A유통업체 대표에게 이같은 단호박 농가의 어려움을 설명하자 “수매해 시장에 내려면 보름이 걸린다. 그 과정에서 썩는 걸 감수해야 한다. 농가 심정은 이해하지만 맛이 없으면 국내산 상품성만 낮아져 후숙을 해오지 않으면 그만큼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우리도 농가도 서로 너무 안타깝다”며 농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예상했던 대답이지만, 장마로 병해를 입어 상당한 단호박을 밭에서 썩히고, 나머지 물량마저 업체에게 떼먹히는 농민들의 심정보다 더 안타까우랴.

단호박 유통업체가 충분한 저장창고를 갖추지 못할 만큼 영세해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농민들도 모르는 건 아니다. 아니, 그렇다고 믿고 싶은 듯 보였다.

그러나 서울의 가락시장으로 내보내자니 만만치 않은 운송비, 운송 도중 썩는 문제 등으로 인해 경락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아 다른 방도가 없다는 것.

단호박은 저장성이 떨어지는 신선농산물이다보니 저장과정에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업체는 시장에 유통시키기 전 정산하면, 이후 변질돼 판매하지 못할 경우 모두 업체측 손해로 돌아오게 된다. 이같은 이유에서 업체는 기본감량 3~7%를 잡는다.

사실 이 감량에 손해비용이 들어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지금처럼 추가 감량을 잡으면 농민들이 업체의 저장부터 유통비용까지 이중으로 부담을 하고 있는 셈이 된다. 업체의 영세성을 고려하기 전, 업체측의 양심에서부터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닐까.

이같은 문제는 진도군 유통업체뿐 아니라 국내 대부분의 단호박 유통업체들에게 산재해 있었다. 최근 경북 예천의 한 단호박 재배농가는 함평의 B유통업체에 출하했다가 50%감량을 통보받고 다시 예천으로 가져온 일도 발생했다.

B유통업체는 이미 악명이 높았다. A단호박 재배농민은 “함평은 악명이 높아 한 번 냈던 사람들은 다시 안 낸다. 그런데 국내 단호박 재배면적이 늘어나면서 새롭게 단호박 농사를 짓는 농가들과 귀농인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함평에 출하하고 또 손해를 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전빛이라 기자>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