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밭떼기 거래까지? 상인과 같은 모습 보이지 말아야

  • 입력 2013.06.15 22:35
  • 기자명 전빛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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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양파가격이 높았을 당시 무안지역의 몽탄농협이 직접 밭떼기 거래를 하는 등 일반 상인들과 같은 행보를 보여 농민들의 공분을 산 일이 있다. (본지 6월 10일자 기사 참조)

농협이 계약재배를 통한 수매가 아닌, 포전거래와 창고거래 등으로 잇속을 챙겨 농가 사이에서는 농협 매취사업에 대한 불신마저 확산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농협 거래가격에 따라 상인과의 거래가격이 정해지는 만큼 농가 입장에서는 농협이 밭떼기 거래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일 수밖에 없다.

해당 농협 조합장은 이에 대해 “개인사유가 있는 조합원들의 요청에 의해 일부 포전거래를 한 것”이라며 “개인 상인들이 와서 가격을 낮추니 가격경쟁 지지 차원에서 농협에 포전거래를 요청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산지에서는 농협 매취사업이 끝났다는 분위기라는데, 전혀 아니다. 계약물량 수매에는 이상이 없다”고 덧붙이며 오히려 밭떼기 거래 사실여부를 확인하려는 기자에게 농협에서 발행하는 N신문 12일자 기사 참고를 요청하기도 했다.

내용인즉, 해남 땅끝농협이 마늘을 밭떼기로 매입한 뒤 주대마늘로 출하해 농가들의 일손부족 해소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

농촌인력 전반이 고령화되면서 일손부족 문제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농협이 영농지원 등을 이용해 일손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닌, 밭떼기 거래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은 농협에 있어 결코 자랑이 아니다. 밭떼기 거래를 하기 위한 하나의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무안에서 양파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민은 농협의 밭떼기 거래를 두고 “그럴 시간에 농협은 경제사업에 더 치중해야지 상인들처럼 직접 농약뿌리고 수확하고, 이건 안 될 말”이라며 “어떠한 경우라도 농협이 밭떼기 거래를 하면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에 전국농민회총연맹 무안군농민회는 지난 4월 농협 군지부를 통해 무안지역 농협의 2012년도 농산물매취사업 내역 공개를 공식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각 농협들에게 이에 대한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몽탄농협 관계자는 기자와의 첫 번째 통화에서 “농민들이 열람을 요청한다고 해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지만 10일자 본지에 관련 기사가 나간 후 두 번째 통화에서는 “농민회를 통해 자료 공개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 그런 요청이 있다면 전부 열람 가능하다”며 말을 번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정영호 무안군농민회 정책실장은 “처음 기자회견을 했을 당시인 4월 24일 그 주에 군지부에서 지역농협 조합장들을 모아 대책회의를 했다. 그런데 공개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농협과의 거래가격은 농민들에게는 그해 땀의 결실의 기준가격이 된다. 상인들은 이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농산물 가격을 정한다.

상인과의 거래에서 항상 ‘을’의 입장인 농민을 대상으로, 농민이 주인이라고 말하는 농협에서 밭떼기 거래까지 뛰어드는 것은 안 될 말이다. 농협은 그 설립목적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빛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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