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3학년 무렵의 어느 날, 우리 동네에 새끼 꼬는 기계가 처음 들어왔다. 나는 까까머리 동무들과 그 앞에 쪼그려 앉아서, 낱 가닥의 볏짚이 순식간에 새끼줄이 되어 나오는 요술 같은 모습을 넋을 잃고 구경하였다. 기계라고 했지만 단순하였다. 두 개의 조그만 나팔이 나란히 붙어서 회전하고 있었는데, 그 나팔 주둥이에다 각각 볏짚 몇 올씩을 넣으면 두 가닥이 따로따로 돌다가 이윽고 합쳐져서 꼬아지는 방식이었다. 그 기계의 역할을 수 세기 동안 사람의 맨손바닥이 해내고 있었던 것이다.나는 그 날, 볏짚 두 가닥이 결합하여 새끼줄이 되자면 사전에 각각 낱 가닥인 채로 충분히 몸을 비트는 예비 작업이 있어야 한다는 원리를 깨달았다. 위대한 발견이었다.손바닥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경쾌한 소리가 박수라
해마다 본격 농사철로 접어들기 전인 이맘때에는 지역농협이나 기술센터에서 작목별로 영농교육을 실시합니다. 교육을 주관하는 단위에서는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교육이 되고자 검증된 강사를 초빙합니다. 나름 그 분야 최고 권위자를 모시기도 하고 연구자를 모시기도 합니다. 자주 들어도 들을 만한 내용이 많은지 농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은 편입니다.이곳 남해는 단호박 생산량이 전국 5위쯤 되는 곳입니다. 바닷가 경관 좋은 언덕이 많은 남면이나 서면은 농지가 넓지는 않지만 경사진 땅의 밭농사로는 습을 싫어하는 호박농사가 적격입니다.일전에 인근 농협에서 실시하는 미니 단호박 재배교육에 다녀왔습니다. 다른 교육은 조금 들어봤으나 호박교육은 처음인지라 호기심을 가지고 인근마을의 몇몇 언니들과 함께 참석했습니다
구좌읍 김녕리에서 농사를 지은지 20년이 넘었다. 양파, 마늘, 배추 등을 관행적인 농사로 짓다가 유기재배로 당근, 감자 및 하우스에서 깻잎, 얼갈이 등을 재배하고 있다.토종종자에 대한 관심은 전여농이 토종사업을 시작한 2000년부터 가지고 있었고 전여농 제주도 연합 식량주권 위원장을 맡으면서 하우스 주변에 토종 물외, 수박, 고추 ,옥수수, 고구마 등을 심기 시작했다. 채종포 사업을 하면서 푸른독새기콩, 선비잡이콩, 오리알테 등을 재배했다.푸른 독새기 콩은 제주에서 자라는 콩 중에 제주지역 환경에 잘 맞는 콩이고 대부분 콩은 개량종에 밀려 사라졌지만 푸른 독새기 콩은 지금도 제주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콩이다. 제주 방언으로 달걀을 독새기라고 부르는데 이 콩 모양이 달걀형에 푸른색 띄어서 푸른 독새
어르신들은 늘상 말한다. “나는 아직 마음은 젊다.” 그렇다. 노인들의 마음 속 푸르름은 젊은이들 못지않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살면 언제까지 살겠느냐” 하는 우울한 정서를 내포하고 있다. 예금 만기가 되어 은행을 찾은 노인에게 직원이 만기 1년 연장을 권하자 노인이 화를 버럭 냈다고 한다. 노인에게는 만기 1년이 앞으로 살 수 있을지 아님 세상을 떠났을지 모르는 일인데 그런 쓸데없는 걸 권한다며 직원을 타박한 것이다. 노인 정서에 깔리는 우울함은 노화와 함께 찾아오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인간의 숙명 아니겠는가.하지만 해마다 급격하게 증가하는 노인의 자살문제는 최근 사회문제가 될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치매에 걸린 배우자를 지극정성 돌보던 노인이 결국 긴 투병을 이기지 못해 배우자를 살해하고 자살
삼촌은 정말로 호중의 멱살을 잡고 그의 집으로 가서 한 바탕 난리를 피웠다. 선택이 그런 삼촌을 구슬리고 다른 일가붙이들까지 나서서 겨우 삼촌의 노여움이 풀렸다. 말린다고 했지만 실상 정씨가의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삼촌의 편을 들어 천호중의 집안을 혼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일로 기가 죽은 호중은 이튿날 바로 군대로 돌아갔고 얼마 안가 제대를 했다. 그리고 마음껏 허세를 부리던 모습은 간 데 없이 얼마 안 되는 농사에 매달리는 신세가 되었다.호중이 제대하기 두어 달 전, 한창 봄 농사에 바쁠 때에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군인들이 나라를 뒤집어 엎었다는 소식이었다. 마을의 오종 대에 달린 스피커에서 하루 종일 똑같은 뉴스를 전했지만 그 뜻을 제대로 새길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대체 이게
“나는 국민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단 한 권의 동화책도 읽지 않았다.”진심으로 한 고백인데도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성인 대상의 소설 말고도 동화 창작도 함께 한다는 사람이 설마 그런 삭막한(?) 소년기를 보냈겠느냐, 하는 반응이다.물론 내가 한 말에는 잘못된 표현이 있다. 나는 동화책을 안 읽은 것이 아니라 없어서 못 읽었다. 1960년대에 농촌의 빈한한 집에서 소년기를 보낸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당시에는 책값을 감당하기 어려워서 교과서마저 ‘주요과목’인 국어, 산수, 사회, 자연 외에는 구입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았다.그 시절의 농촌 아이들은 대부분 한글 자모도 익히지 못한 상태에서 입학을 했지만 나는 일찌감치 글자 공부를 시켜준 아버지 덕분에, 입학 전에 한글을 더듬더듬이나마 읽을 줄
마을마다 마을회관이 있습니다. 마을회관은 마을의 대소사가 이뤄지는 곳입니다. 면체육대회 음식준비나, 음력 10월 마을 동제 때, 또 연말 마을대동회 때면 마을회관에서 온 마을 사람들이 넉넉히 먹을 음식을 장만하여 푸짐하게 나눕니다. 때문에 마을회관 창고에는 왠만한 식당 만큼의 조리기구들이 정돈돼 있습니다. 온 마을 사람들이 앉아 먹을 수 있는 교자상이며 접시와 그릇, 수저 등이 말끔하게 쌓여져 있습니다.마을회관 창고에 차곡차곡 정리된 그릇을 보노라면 마을회관 공용물품도 세상의 변화를 고스란히 겪어 왔음을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써오던 무거운 쇠그릇에서 간편한 플라스틱 용기까지 가지런히 정리돼 있습니다. 바로 부녀회원들의 손에서 손으로 정리돼 온 것입니다. 부녀회원들은 마을물품을 관리하
“어? 땅개가 헌병 명령에 고개만 까딱 혀? 일어나서 차렷한다. 실시!”이런 등신 같은 놈, 하고 속으로 혀를 차면서도 선택은 한 번 더 참았다. 이번엔 아예 고개도 돌리지 않고 들은 척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호중이 비틀거리며 선택에게 다가오더니, 손바닥으로 뒤통수를 후려치는 것이었다. 고개가 앞으로 고꾸라질 만큼 센 손속이었다. 순간, 선택은 꼭지가 돌고 말았다. 벌떡 일어난 선택이 그대로 몸을 날려 호중의 얼굴을 머리로 받아버렸다. 억, 하는 비명과 함께 쓰러진 호중의 배 위에 올라타서 선택은 사정없이 그의 뺨을 후려쳤다.“이 쌍놈의 새끼가 어디다 손을 대? 이 불쌍놈의 자식이.”연신 뺨을 후려치는 선택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거푸 쏟아져 나왔다. 본래 상스런 욕을 입에 담지 않는 선택에게서
찬바람 속에 따뜻함이 살짝 묻어져 나오는, 봄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계절이 바뀌면서 일교차도 심해지고 공기도 건조해지기 때문에 감기나 기관지 질환의 발생이 빈번해질 수 있다. 또, 겨울동안 찬 기온에 긴장되거나 굳어있던 근육과 관절들이 풀리면서 근골격계 질환들도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최근 다양한 원인으로 손 저림을 호소하여 내원하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일반적으로 손 저림은 혈액의 순환문제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겨울이나 눈, 비가 올 때처럼 기온이 떨어지면 혈액 순환 문제가 원인이 되어 손 저림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손 저림은 손 자체가 원인이 되기보다는 목이나 팔에 원인이 있어 나타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증상을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손
[이 주의 말말말]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불어 터진 한국농업이 불쌍하다. 한국농업은 숨통이 막히고 퉁퉁 불어 터져 회생의 가능성마저 닫히고 있다.” _ 지난달 2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늑장 처리된 경제관련 법안을 두고 “퉁퉁 불어터진 국수, 경제가 불쌍하다”라고 빗대자 이를 반박하며.이예열 춘천원협 대의원 "국민은 국민 수준에 맞는 대통령을 갖듯이 조합원은 조합원 수준에 맞는 조합장을 갖는다." _ 농협 개혁이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며.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농협 조합장과 가까이 지내는 여야 의원들이 법 개정에도 소극적이다." _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농협 조합장 후보 정책선거 실천 협약식에서 예비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을 가능케 한 선거법 개정이 무산
구좌읍 김녕리에서 농사를 지은지 20년이 넘었다. 양파, 마늘, 배추 등을 관행적인 농사로 짓다가 유기재배로 당근, 감자 및 하우스에서 깻잎, 얼갈이 등을 재배하고 있다.토종종자에 대한 관심은 전여농이 토종사업을 시작한 2000년부터 가지고 있었고 전여농 제주도 연합 식량주권 위원장을 맡으면서 하우스 주변에 토종 물외, 수박, 고추 ,옥수수, 고구마 등을 심기 시작했다. 채종포 사업을 하면서 푸른독새기콩, 선비잡이콩, 오리알테 등을 재배했다.푸른 독새기 콩은 제주에서 자라는 콩 중에 제주지역 환경에 잘 맞는 콩이고 대부분 콩은 개량종에 밀려 사라졌지만 푸른 독새기 콩은 지금도 제주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콩이다.제주 방언으로 닭을
[그 시절 우리는]정초가 되면 도회지 가정의 방문 위쪽 벽에 울긋불긋한 장식을 단 조리가 내걸린다. 복을 부른다는 ‘복조리’다. 그러나 조리가 있어야 할 본디의 자리는 문설주 위쪽이 아니라 부엌이다. 그 기능도 쌀을 일어서 돌을 골라내는 구실이었다.벼를 베어서 논바닥에 널고, 그것을 볏단으로 묶고, 지게나 수레로 운반해서 낟가리로 쌓고, 홀태로 탈곡을 하고, 알곡을 멍석이나 혹은 신작로 바닥에다 널어 말리고, 그것을 다시 정미기로 도정하고…그런 과정들을 생각하면 쌀에 돌이 안 들어 있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조리질은 대개 어머니나 누이들의 몫이었다. 씻은 쌀을 물에 담근 상태에서 조리로 살랑살랑 물결을 일으켰다가 위로 떠오르는 쌀알을 내꿔 채듯 건져서 다른 용기로 옮기는 방식인데, 손목의
[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집 뒤 경사진 언덕에 100평에서 200평 사이의 자그마한 밭들이 많습니다. 하다보니 농사철이면 그야말로 풀과의 전쟁입니다. 게다가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농민운동하면서 친환경에 관심을 조금 가지게 되었습니다.어설픈 환경지기가 되어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다보니 일은 일대로 많고 풀은 풀대로 많습니다. 그러니 자연히 농사도 풀과 경쟁해서 잘 견디는 그런 종류를 선호하게 됩니다. 그러던 차에 인근 마을의 언니가 호박농사를 권했습니다. 김매기를 덜 해도 된다하니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요지역농협에 호박작목반이 있습니다. 작목반에 가입하는 것이 작은 소원이었던 차에 나는 호박농사를 준비하면서 주저 없이 가입했습니다. 물론 모종 값의 일부를 지원해주는 부차적인 이유도 있었습니다.
어머니와 삼촌에게서 막상 결혼 이야기를 들으니 아직 생각이 없던 선택도 문득 결혼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같았다. 사실 그 쪽으로는 제대로 연애 한 번 해보지 못한 숙맥이나 다름없었다. 고등학교에 다니느라 한규네 집에 머물렀을 때, 친 오빠나 되는 것처럼 대해주던 한규 여동생 순옥이가 언뜻 여자로 보이기도 했지만 그걸로 그만이었다. 언제부턴가 연애 놀음 따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게 머릿속에 박혀 있었다. 하지만 결혼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이제 때가 된 것이었다.선택이 그런 눈치를 보이자 어머니와 삼촌은 이리저리 알아보는 눈치였다. 간혹 연애결혼도 있긴 했지만 거개가 중매로 짝을 맺었으므로 연줄로 처자를 찾거나 매파를 놓는 게 보통이었다. 선택은 되어가는 대로 보자는 생각이었다. 비록 제 혼
음력 시월상달엔 5대 이상의 조상 산소에서 제사를 지내는데 그 제사를 시제라고 한다. 지금은 시제를 구경하지도 못하고 지내지만 어렸을 때 외가에 가면 외할머니가 시제의 음식을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 시제 음식이 어떤 것이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유일하게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것은 과질(현재의 유과)이었다.찹쌀을 한 달 정도 물에 담가 발효시켜서 만드는 것으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음식이 유과인데 발효를 통해 부드러운 질감과 특별한 향과 맛을 가진다. 찹쌀을 삭히고 아랫목에 말리는 작업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일이므로 마을의 여자 어른들 누구나 하는 일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외할머니의 유과 솜씨는 이웃마을까지 소문이 나서 추수가 시작되면 시제 준비를 위해 일을 미리 부탁하러 오곤 하였다
찌라시는 주의·주장이나 사물의 존재 가치 따위를 여러 사람에게 널리 전하거나 알리기 위해 만든 종이쪽지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국어사전은 전한다. 일본말 ‘ちらし’에서 온 말이다. 순화된 말로는 전단지, 광고지, 종이쪽지 등으로 쓸 수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 심심찮게 찌라시 파동이 일고 심지어 대통령까지도 청와대 문건을 찌라시라고 하니 세간의 입에 오른 말이 분명하다.찌라시는 거기 담긴 정보가 허위나 과장으로 제 잇속만 차리려고 하는데서 공적 도구라 할 수 없다. 국회에서도 제 패거리들의 잇속을 챙기려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종이쪽지를 돌리기 일쑤니 그를 일러 찌라시라고 하는 것이다. 청와대의 문건도 공공의 이익엔 부합하지 못했는지 대통령이 직접 찌라시로 규명한 것일게다.사람들은 사회적 공기라 할 수
부정교합은 증상이 다양한 만큼 그 원인 또한 다양합니다. 이 중에서 치아 수, 크기, 형태의 이상이나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인한 부정교합은 원인의 발견이 빠를수록 증상이 심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영구치의 수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경우를 과잉치라고 하는데 이러한 과잉치는 상악 중절치(가장 먼저 나오는 앞니)사이에 생기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과잉치는 정상적으로 나와야 하는 영구치의 공간을 침범하거나 혹은 영구치가 나오는 과정을 방해하기 때문에 부정교합을 유발하게 됩니다. 영구치가 나올 시기가 되면 방사선 사진 촬영을 통해 과잉치의 존재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으며, 만약 과잉치가 문제가 되는 위치에 있을 경우는 영구치의 정상적인 맹출을 위해 외과적인 발치가 필
많은 사람들이 찬 것에 이가 시리다는 증상을 호소하며 치과를 내원합니다. 시리다는 증상은 하나의 말로 표현이 되지만 원인은 여러 가지에서 기인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시린 증상이 심하다고 느껴진다면, 치과에 내원하여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하지만 많은 경우에 시린 증상은, 충치나 다른 병적인 원인과 별개로, 외부 자극에 대해 예리하고 일시적인 통증이 나타나는 현상인 지각과민증에 해당합니다. 대개 차가운 음료수에 증상을 호소하는데, 뜨거운 것에 통증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온도 자극 외에도 치아의 건조, 젓가락 같은 물질과의 접촉, 달거나 신 음식을 통한 삼투압 등의 자극에 의해서도 통증이 나타나기도 합니다.지각과민증은 성인의 8~57%가 경험하는 흔한 증상이며, 치주질환을 가진 경우
겨울이 다 가도록 선택은 면내의 여러 청년들을 만나고 다녔다. 차분히 책이나 읽으려던 계획은 어느새 고향에서 농촌운동을 해보자는 쪽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별로 배움이 없고 농촌운동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는 이들이 대다수였지만 무언가 변화에 대한 열망이 피어나고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고인 물처럼 변화가 없던 농촌에 그들이 새로운 활력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 윗세대들은 그들대로 젊은이들이 날뛴다며 혀를 찼지만 어차피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기 마련이었다. 젊은이들끼리 뭉치는 일이 잦아지자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정보가 교환되고 농사짓는 일부터 마을 일을 해나가는 데까지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그런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택은 제일 많이 배운 사람이었다. 어차피 한
며칠 전 후배들과 함께 겨울 식재료 탐방이라는 명목으로 남해안을 돌았다. 썰렁한 녹차밭들, 바람이 매운 바닷가, 재래시장의 부산하던 술렁임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와 같이 온 것은 보성 득량면에서 나온 쪽파 한 단이다.이상하게도 나는 어렸을 때부터 파 종류는 모두 좋아했다. 남들은 상추와 쑥갓을 겹쳐 올려 쌈을 쌀 때도 어린 나는 상추 위에 실파를 한 두 뿌리 얹어 쌈을 쌌다. 상추의 쌉스레한 맛에 실파의 매운맛이 더해지고 된장에 의해 구수한 맛으로 종결되는 그 쌈을 입이 미어지게 먹었었다.대파는 대파대로 좋다. 고기를 구울 때도 굵게 썰어 같이 구우면 육류의 기름이 느끼하고 지겨워질 무렵 구운 대파의 맛과 향이 그 지루함과 느끼함을 없애준다. 국을 끓일 때도 찌개를 끓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