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새해 영농교육을 다녀와서

  • 입력 2015.03.14 10:45
  • 수정 2015.03.14 10:50
  • 기자명 구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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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점숙(경남 남해군 삼동면)
해마다 본격 농사철로 접어들기 전인 이맘때에는 지역농협이나 기술센터에서 작목별로 영농교육을 실시합니다. 교육을 주관하는 단위에서는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교육이 되고자 검증된 강사를 초빙합니다. 나름 그 분야 최고 권위자를 모시기도 하고 연구자를 모시기도 합니다. 자주 들어도 들을 만한 내용이 많은지 농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은 편입니다.

이곳 남해는 단호박 생산량이 전국 5위쯤 되는 곳입니다. 바닷가 경관 좋은 언덕이 많은 남면이나 서면은 농지가 넓지는 않지만 경사진 땅의 밭농사로는 습을 싫어하는 호박농사가 적격입니다.

일전에 인근 농협에서 실시하는 미니 단호박 재배교육에 다녀왔습니다. 다른 교육은 조금 들어봤으나 호박교육은 처음인지라 호기심을 가지고 인근마을의 몇몇 언니들과 함께 참석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어랍쇼? 뒷문 앞에 생각보다 많은 여성농민들이 자리하고 계셨습니다. 여성농민들의 관심이 많은 작물인가 여겨졌습니다. 작년 봄 고추재배교육보다 비율이 조금 높은 편이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뒤에서 세 줄까지 정도만 여성농민들이 앉았고 그 앞에서부터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뭘까요? 왜 여성농민들은 배우는 자리에서도 뒤편에 앉는 것일까요? 혹자들은 부끄러움이 많아서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오랫동안 그렇게 해왔던 관습이라고도 할 것입니다. 당연한 것을 굳이 구별해서 본다며 유별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오랫동안 그렇게 구분지어 살아왔고 사람들의 앞쪽에 나서는 것을 조심하는 것이 지혜로운 여성으로 인정되었던 바, 그렇게 하는 것이겠지요. 조신하고 또 조신하며 살아온 여성농민들은 자신을 낮추는데 한없이 익숙해져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나이들 수록 ‘내 탓이오’라며 우울증을 많이 앓게 되는 것일까요?

그리고 교육내용은 말하자면 들을 만 했습니다. 호박농사의 특성과 사양관리까지 꼼꼼하게 교육을 했습니다. 그런데 연배가 있어서 할머니로 불러도 손색없을 만한 분께서 교육 중에 뒤쪽에서 자꾸 제게 물으십니다. “흰가루병에 무슨 약을 치라 카노?” “한 평에 몇 포기를 심어라꼬?” 자료집에 적혀있는데도 말입니다. 실은 그 평이한 교육이 어려웠던 것입니다. 문자에, 전문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이기도 하거니와 교육훈련도 자주 접하지는 못 했겠지요.

그래서 말입니다, 제안을 드리자면 여성농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따로 하는 것이 어떨까요? 기왕에 농사의 사양관리를 대부분 여성농민들이 많이 하는데, 보다 쉽게 이해하고 실행하도록 여성농민교육을 한다면, 한국 농업의 질적 발전이 따르지 않을까요? 특히 새로 당선된 조합장님 여러분! 품목별 교육도 그렇게 시행해봄직 하지 않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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