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라시의 음모

  • 입력 2015.02.15 01:07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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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는 주의·주장이나 사물의 존재 가치 따위를 여러 사람에게 널리 전하거나 알리기 위해 만든 종이쪽지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국어사전은 전한다. 일본말 ちらし에서 온 말이다. 순화된 말로는 전단지, 광고지, 종이쪽지 등으로 쓸 수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 심심찮게 찌라시 파동이 일고 심지어 대통령까지도 청와대 문건을 찌라시라고 하니 세간의 입에 오른 말이 분명하다.

찌라시는 거기 담긴 정보가 허위나 과장으로 제 잇속만 차리려고 하는데서 공적 도구라 할 수 없다. 국회에서도 제 패거리들의 잇속을 챙기려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종이쪽지를 돌리기 일쑤니 그를 일러 찌라시라고 하는 것이다. 청와대의 문건도 공공의 이익엔 부합하지 못했는지 대통령이 직접 찌라시로 규명한 것일게다.

사람들은 사회적 공기라 할 수 있는 신문을 가끔 찌라시라고 부른다. 신문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지 못한 기사나 논조를 보이면 독자들은 즉각 반응한다. 놀랍게도 우리나라에는 자신들의 속을 채우기 위해 정권에 빌붙거나, 재벌의 광고를 수주하려고 올바른 정보를 올리지 않고 왜곡된 정보로 자기주장을 하는 거대 찌라시급 신문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이 신문들은 일제치하에서 한 줄의 논평을 위해 감옥을 마다않고, 군사독재 하에서도 정확한 사실 보도를 위해 목숨을 건 기자들이 지켜온 유구한 전통의 신문들이다. 신문이 아직도 존재할 수 있는 이유가 이런 역사적 사실에 기인하는 바가 클 것이다.

조선일보가 사설을 통해 쌀생산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해 농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농업에 대해 이런 막말을 할 수 있으려면 충분한 논거가 있어야한다. 마감시간에 쫓겨 이런저런 경황 살피지 않고 무턱대고 쓴 글인지, 막걸리 먹고 쓴 글인지, 말인지 막걸린지, 유치하기 짝이 없다.

논조인즉 운동장에 남아도는 쌀이 썩어가고 있는데 보조금 줘가며 쌀을 생산하는 것은 세금 낭비란 것이다. 대안으로 콩이나 잡곡 채소들로 대체하면 된다고 했다. 지금 그걸 대책이라고 내 놓은 것인가. 잡곡생산으로 농가가 유지되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이는 음모다. 분명. 정부는 올해도 700억 정도의 식용쌀 수입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 이는 이후 쌀 협상에서 상대국가들을 달래기 위한 재료로 쓰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식량주권을 주장하는 농민과 정부간의 대립과 갈등은 뻔한 이치다. 또 한 TPP도 4월 설이 나돌고 있는 것으로 보아 쌀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는 국민들을 상대로 간보기를 하고 있다. 여론을 떠보고 동시에 여론을 조성하려는 음모인 것이다.

식량주권의 중요성을 조선일보에게 가르치는 것은 사치다. 이런 찌라시는 휴지통에 쑤셔 넣어야 한다. 한 국가의 운명이 식량에 있다는 사실은 소련이 해체될 때 학습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무엇 때문에 일어났는지도 모르는가. 식량주권을 생각하는 국민 모두가 음모 가득한 찌라시와 결별을 고할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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