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정책 동상이몽…헛다리 짚는 정부와 근본대책 촉구하는 농업계

농산물 가격 호도하는 언론과 그에 장단 맞춰 예산 쏟아붓는 정부
물가 안정 위한 1500억원 긴급 투입 및 추가 조치 즉시 시행 발표
전농 ‘근시안적 수급정책 추진 중단 및 생산 안정대책 수립 촉구’

  • 입력 2024.03.19 17:05
  • 수정 2024.03.21 13:22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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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농산물 가격과 물가에 대한 정부 및 농업계의 엇갈린 시각차가 더욱 확연해지고 있다. 물가에 우선해 농산물가격을 하락시키기에 바쁜 정부와 달리 농업계는 농산물 가격의 상승 원인을 정확히 따지고, 이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근본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과값에 대한 자극적인 보도가 끊임없이 쏟아지며 농산물이 물가폭등의 주범인 양 지속적으로 호도되자 이에 장단을 맞춰 정부는 연일 ‘특단의 조치’를 펴내고 있다. 출범 이후 농산물 수입 확산 정책을 본격화한 윤석열정부는 최근 이를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한 관세 인하 및 제도 완화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상당한 예산을 들여 농축산물 할인지원 사업 등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일시적인’ 물가 상승이 지난해 이상기후와 재해로 인한 생산량 급감에 기인한 것인 만큼 정부 바람과 달리 물가는 안정되지 않고 있을뿐더러 정부를 향한 농업계의 근본대책 수립 요구 또한 거세지는 실정이다.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 과일매대에서 한 고객이 사과를 살펴보고 있다. 최근 사과값에 대한 자극적인 보도가 잇따르고 정부가 농산물 수입 및 농축산물 할인 지원 등을 대책으로 내세우자 농업계에선 근시안적 물가대책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 과일매대에서 한 고객이 사과를 살펴보고 있다. 최근 사과값에 대한 자극적인 보도가 잇따르고 정부가 농산물 수입 및 농축산물 할인 지원 등을 대책으로 내세우자 농업계에선 근시안적 물가대책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5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가 관련 긴급현안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최상목 장관을 비롯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송명달 해양수산부 차관 등은 당·정에서 결정한 1500억원 규모의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을 긴급 투입해 △농산물 납품단가 지원 확대 △농축산물 할인예산 확대 △관세 인하 수입 과일류 품목·물량 확대 등을 즉시 시행키로 결정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정부는 농산물 납품단가 지원 규모를 기존 204억원에서 959억원으로 대폭 늘린다. 지원 대상도 현재 사과·감귤 등 13개 품목에서 배·포도 등 8개 품목을 추가한 21개 품목으로 확대하고, 품목별 지원단가도 최대 2배 수준으로 상향할 방침이다.

이밖에 대형마트 등 전국 1만6000개 유통업체에서 농축산물 구입 시 최대 1~2만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는 농축산물 할인 예산도 대폭 확대한다. 3~4월 할인지원 규모를 당초 23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2배 이상 늘리고, 명절 한정 운영하던 전통시장 농산물 할인상품권(30% 할인)도 3~4월에 180억원가량 추가 발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역시나 수입 관련 정책이다. 정부는 현재 관세를 인하한 바나나·망고·파인애플 등의 과일류 31만톤을 신속히 도입하고, 현재 24종인 관세 인하 품목에 체리·키위·망고스틴 등을 추가하는 한편 적용 물량도 ‘무제한’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직수입하는 품목도 기존 바나나·오렌지 2종에서 파인애플·망고·체리를 추가한 5종으로 확대하고, 3월 중 이들 물량이 공급되도록 신속히 수입을 추진할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윤석열대통령은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들러 “농산물 가격이 평년 수준으로 안정될 때까지 기간·품목·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고 납품단가와 할인 지원을 전폭적으로 시행하겠다”며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 1500억원을 즉각 투입하고 필요한 경우 지원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하원오, 전농)은 지난 18일 ‘유통자본 배 불리고 농민만 때려잡는 근시안적 물가정책 중단하고 생산·공급 안정 근본대책 수립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며 정부의 행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전농은 “정부와 여당이 온 역량을 투여해 물가폭등의 책임을 농산물에 뒤집어씌우고 십자포화를 가하는 모양새다. 윤석열정권은 취임 첫해부터 하락하는 쌀값을 방관해 ‘45년만의 최대 쌀값 폭락’이라는 재앙을 일으켰고 사시사철 수확기마다 저율관세할당물량(TRQ)을 실시해 농산물 가격을 폭락시켜 농민 소득을 파탄냈으며 명절 등을 앞두고는 할인행사를 지원해 대형마트 등 유통자본의 배만 불렸다”고 꼬집었다.

이어 “취임 이후 윤석열정권은 물가폭등 대책이라며 오직 농산물가격만 잡으려 애쓰고 있고, 이번에 발표한 대책 역시 지난 2년간 펼친 정책과 판박이다. 근본대책 없이 당장의 가격에만 천착해 근시안적 물가정책에 집착했기 때문에 정작 잡아야 할 물가는 잡히지 않았고 실효성 없이 농민들만 때려잡았다”라며 “농산물 가격이 불안정한 근본적인 이유는 생산과 공급이 불안정해서다. 최근의 ‘금사과’ 역시 지난해 연이어 발생한 이상기후와 탄저병 등의 병충해로 생산량이 급감했기 때문인데, 윤석열정권에선 근본적인 대책에 대한 고민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고 깨진 독을 내버려 둔 채 물만 쏟아 부어대며 생색만 내는 꼴이다”라고 일갈했다.

덧붙여 전농은 “농산물을 가격 통제의 대상으로만 보는 물가정책만 낼 게 아니라 정부는 가격이 오르는 근본 원인을 찾고 이를 해결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밥상 물가를 잡기 위한 관점을 바꿔 생산·공급을 안정화할 수 있는 근본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농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냉해 면적은 4만4765ha에 달하나, 냉해를 예방하기 위해 올해 편성된 정부 예산은 20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반해 정부가 이번에 배정한 납품단가 지원과 3~4월 할인지원 예산은 각각 755억원과 270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전농은 겨우내 잦은 눈비와 일조량 감소로 딸기, 멜론, 고추, 오이, 참외, 수박 등의 시설채소와 사료작물, 양파·마늘 등의 노지작물이 벌써부터 생리장해와 습해 등의 피해를 입고 있는 만큼 생산·공급을 안정화할 안전망 마련이 시급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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