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매일같이 쏟아내는 ‘천정부지 딸기값’의 실체

이상기후·출하물량 부족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
농가 수취가격-소비자가격 간 차이도 적지 않아
농민들 “거듭 증가하는 생산비, 반드시 감안해야”

  • 입력 2024.01.21 18:00
  • 수정 2024.01.21 18:59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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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충남 논산시 상월면에서 딸기를 재배 중인 연규헌씨가 하우스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충남 논산시 상월면에서 딸기를 재배 중인 연규헌씨가 하우스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천정부지 딸기값’에 대한 언론 보도가 끊임없이 계속되는 가운데 현장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농민들은 정작 적자를 걱정하는 실정인 것으로 파악된다. 농민들은 “최근의 딸기값 상승은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며, 농가가 수취하는 가격과 소비자가격 간 격차가 매우 큰 편이다. 또 한 번 오르면 절대 내려가지 않는 인건비·전기요금 등을 감안할 때 지금의 가격으로도 생산비를 보장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문영표, 서울시공사)에 따르면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서 지난 1월 2주차에 거래된 2kg 딸기(설향) 평균가격은 2만9,109원으로 파악된다. 전주 대비 18%, 전월 대비 23% 하락했으나, 전년과 5년 평년과 비교해선 각각 12%, 8% 오른 값이다.

이에 대해 지난 15일 충남 논산시 상월면에서 만난 딸기 재배 농민 연규헌씨는 “최근 딸기값이 높게 형성된 건 이상기후 영향으로 9월 정식 후 모종이 많이 죽고 모종 상태도 많이 안 좋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생산량이 20%가량 줄었다. 또 모종을 다시 정식하는 과정에서 출하물량이 감소하는 시기가 있었고, 소비가 계속되는 대신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가격이 오른 거다”라며 “2월 초부터는 출하물량이 늘어 딸기값이 떨어질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아울러 언론 등에서는 상승한 딸기값만 강조하는데 딸기값이 지난해보다 오른 건 맞지만, 지난해 대비 기름값도 오르고 인건비도 오르고 비룟값도 전부 올랐다. 딸기값은 상승했다가도 출하물량이 많아지면 다시 떨어지기 마련인데, 한 번 오른 비룟값, 인건비, 전기요금 등의 생산비는 절대 내려가질 않는다”고 강조했다.

연씨에 따르면 시설하우스 보온·난방 등에 사용하는 가스와 등유, 전기(수막) 모두 전년과 평년 대비 가격이 상승했고 모종을 키우기 위한 상토를 비롯해 묘목값도 약 1.5배 인상됐다. 양액재배에 필수적인 비룟값도 지난해보다 10%가량 올랐고, 매일 수확을 해야 하는 품목 특성상 인건비 역시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연씨는 유통 과정을 고려하더라도 ‘농가가 수취하는 가격’과 ‘소비자 구매가격’의 차이가 너무 크다고도 지적했다. 연씨는 “농협과 계약재배를 해서 작목반을 통해 딸기(설향)를 납품하고 있는데, 10일마다 가격을 정해서 알려준다. 2kg에 3만원 정도로 정산을 받았는데, 마트에선 5만원 넘게 거래되는 걸 봤다. 유통 단계를 거친다고 해도 좀 지나친 거 아닌가 싶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연규헌씨는 “딸기를 비롯해 대부분 농산물의 가격결정권이 농민에게 없다. 정부는 가격이 폭락할 땐 시장경제에 모든 걸 맡기겠다 하면서도 가격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소비자 물가에 호들갑 떨며 수입 과일을 관세 없이 들여오거나 관세를 낮춰 주고 있다”면서 “화방교체기 등 물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해 발생하는 가격 상승을 침소봉대하며 정부가 자꾸 시장에 개입하면 농민들은 더 큰 규모의 적자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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