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히 ‘물가’에 매몰된 ‘농식품부’ 설 성수품 수급안정 대책

역대 최대 공급 및 할인지원 확대 등 강조
가격 폭락에 ‘자체 폐기’하는 현장선 ‘분통’

  • 입력 2024.01.19 10:00
  • 수정 2024.01.21 19: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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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설 성수품 가격을 지난해보다 낮게 관리하겠다는 농식품부의 입장에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가락시장 경매장에서 출하된 사과의 품질을 확인하는 모습. 한승호 기자
설 성수품 가격을 지난해보다 낮게 관리하겠다는 농식품부의 입장에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가락시장 경매장에서 출하된 사과의 품질을 확인하는 모습. 한승호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가 “설 성수품 가격을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이미 윤석열정부 취임 이후 농업·농촌·농민 여건보다 소비자 물가만을 우선한 채 관세 면제·인하를 통한 농산물 수입을 지속해 농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폭락으로 자체 폐기하는 농민들의 실정마저 아랑곳 않고 △역대 최대 규모 성수품 공급 △역대 최고 수준 할인지원 등을 골자로 한 ‘설 성수품 수급안정 대책’을 내놓자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실정이다.

농식품부의 설 성수품 수급안정 대책은 10대 성수품(배추·무·사과·배·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계란·밤·대추) 공급을 평시(11만7,000톤) 대비 1.65배 늘려 19만4,000톤으로 확대하고, 농축산물 할인지원 규모를 지난해 263억원 대비 2배 많은 590억원 수준으로 늘리겠단 내용으로 구성된다. 농식품부는 “기상재해 등으로 생산이 감소한 과일류를 제외하고 설 성수품 수급은 대체로 안정적인 상황이나 향후 한파 발생 및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등에 따라 채소류와 계란 등의 수급 변동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라며 수급안정 대책을 통해 배추·무 농협 계약재배 물량을 우선 공급하고 추후 수급 상황에 따라 정부 비축 및 출하조절시설 가용물량 약 4만5,000톤(배추 3만7,000톤·무 8,700톤)을 탄력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사과·배는 계약재배 및 전국 농협물량 등 총 7만4,000톤(사과 3만8,000톤·배 3만6,000톤)을 집중 출하하고, 소·돼지고기는 수요 증가에 대비해 농협 계통출하 물량을 활용해 평시 대비 공급량을 각각 1.8배·1.3배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계란도 일일 공급량이 4,500만개 수준으로 많은 편이나 수급안정을 위해 공급물량을 확대하고 할당관세를 적용한 미국산 계란 112만개를 시범 도입해 시중에 공급 중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농식품부는 “농축산물 수요가 집중되는 설 명절을 맞아 국민 장바구니 완화를 위해 설 3주 전인 1월 19일부터 설 연휴 전인 2월 8일까지 ‘수급안정 대책반’을 가동해 품목별 공급 상황과 가격 동향을 매일 점검하고 불안 요인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하는 등 수급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면서 “설 명절 기간 먹거리 전반의 수급 안정을 위해 생산자뿐만 아니라 유통업계 및 가공식품·외식업계의 적극적인 동참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생산자들은 이에 울분을 토해내는 실정이다. 지난 15일부터 가격 회복을 위해 자체 폐기에 돌입한 월동무 생산농민들은 “산지에선 밭을 갈아엎고 aT에선 정부 수매를 시작하는데 농식품부는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발표를 하고 있다”며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이무진 전국배추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도 “시장가격이 싸든 비싸든 눈에 쉽게 보이는 품목들을 생각 없이 수급안정 대책에 끼워 넣은 것 같다. 정상 수준이던 배추가격이 최근 하락했고, 설 명절에 소비가 크게 늘지 않는데도 설 수급안정 품목에 배추를 포함시킨 게 도저히 이해되질 않는다”고 일갈했다.

축산농가들의 상황 역시 이와 다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돼지가격이 kg당 4,000원 초반 수준으로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관련해 대한한돈협회는 지난 10일 “경기침체에 따라 돼지고기 소비가 크게 위축돼 돼지고기 전 부위의 재고가 늘고 있는 가운데 돈가가 급락하고 있다. 현재 돈가로는 턱없이 높은 생산비를 감당하기 불가능한 위기에 직면했다”며 ‘저돈가기 긴급 한돈경영안정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한편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정부는 기후위기에 노출된 농민들에 대한 대책 없이 소비자 물가를 잡는다고 일방적인 대책만 내놓고 있다. 산지에선 월동무를 자체 폐기하고 있는데 현장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지난해보다 가격이 조금 비쌌으니 올해도 해당 품목을 수급안정 대책에 포함시킨 모양새다. 탁상행정의 표본이다”라며 “기후위기로 지난해 대부분 품목의 수확량이 형편없이 떨어졌고 물량이 없다 보니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가격이 올랐어도 수확량이 급감한 농가는 수익을 얻을 수조차 없다. 그런데 저장 물량과 수입으로 부족한 물량을 메꾸겠다는 농식품부의 정책까지 농민을 괴롭히고 있다. 이러한 정책이 계속된다면 어느 농민이 계속 모든 걸 감내하고 농사지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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