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농민들, 회복 기미 없는 월동무 가격에 결국 ‘자체 폐기’

소비 부진 여파, 지난해 대비 많게는 60% 하락
제주 전역서 140여 농가가 약 55만평 갈아엎어

  • 입력 2024.01.17 15:38
  • 수정 2024.01.17 15:42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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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5일부터 제주 전역에서 월동무 산지폐기가 진행됐다. 이번 산지폐기는 가격 회복을 위해 농민들이 자체적으로 실시했다. 제주월동무생산자협의회 제공
지난 15일부터 제주 전역에서 월동무 산지폐기가 진행됐다. 이번 산지폐기는 가격 회복을 위해 농민들이 자체적으로 실시했다. 제주월동무생산자협의회 제공

 

지난 15일 제주 전역서 제주월동무생산자협의회 소속 농민들이 자체적으로 월동무 밭을 갈아엎기 시작했다.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을 만큼 월동무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협의회 차원의 자체 폐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월동무생산자협의회는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된 가격으로 따지자면 지난해 대비 30~40% 하락했지만, 지방 공영도매시장 등까지 따지고 보면 50~60%까지 가격이 폭락했다. 소비 부진이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이유고, 물론 올해 물량이 많은 영향도 있다. 하지만 가격이 워낙 안 좋다 보니 산지에서 출하가 중단됐다 재개되는 경우가 많고 이 과정에서 물량이 뒤로 밀리며 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제주월동무생산자협의회는 자율적인 자체 폐기를 결정하게 됐다. 성산읍과 구좌읍 등 월동무 주산지를 포함해 제주 전역에서 140여 농가가 참여했으며, 지난 15일부터 3~4일 동안 약 55만평의 월동무 밭을 갈아엎을 계획이다.

1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강동만 제주월동무생산자협의회장은 “생산비 보장은 말할 여지도 없고 출하비에서도 적자가 나는 상황이다. 농민들이 출하를 중단했다 재개하는 식으로 출하량을 조절한 까닭에 지금 시장에 나가는 물량 자체가 월등히 많지 않은 데도 가격이 회복되질 않다 보니 자체 폐기를 시도하게 됐다”며 “자조금 등을 활용하면 농가 피해가 그나마 덜할 텐데 (정부 우려로) 자조금 활용이 불가능해 자구책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55만평 자체 폐기로 가격이 회복될 것이라고 크게 기대하진 않지만 정부 차원에서 대책이 나올 여지도 없고 농민 입장에선 어떻게 할 도리가 없으니 한 번 시도해 보는 거다”라고 밝혔다.

농가 자구책이 선행된 상황에서 정부도 수급 안정을 위해 수매비축을 추진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김춘진, aT)는 17일 6,000톤 규모의 월동무 수매를 시작한다고 전했다.

aT는 “조기 정식과 조기 출하 영향으로 1월 현재 평년보다 많은 양의 월동무가 공급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2월 출하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초과 공급에 따라 도매가격도 kg당 900원 수준으로 평년 대비 20% 이상 가격이 하락해 제주농가 피해가 심각한 상황인 만큼 정부 수매를 실시할 방침이다”라며 “이를 통해 월별 공급량 편차를 완화하고 생산농가 피해를 일부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비축한 월동무는 저온저장고에 보관한 뒤 한파로 인한 공급 불안 및 설 성수품 물가안정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월동무생산자협의회는 이번 55만평 자체 폐기를 끝마친 뒤, 정부 수매 등이 실시된 이후 시장가격 추이를 살펴보겠단 입장이며, 가격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에는 추후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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