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할당관세 통한 수입과일 가격 인하 ‘성과’ 홍보 … 농민들 “발상 자체가 잘못”

`소비자 물가 관리에만 혈안' 비판 못 면해

  • 입력 2023.12.29 12:00
  • 수정 2023.12.31 16:35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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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최근 잦은 저율관세할당(TRQ) 수입 및 할당관세 인하 등으로 ‘본연의 업무보다 소비자 물가 관리에 혈안이 돼 있다’는 비판을 받고있는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가 이번엔 할당관세 적용으로 바나나·망고 등의 가격이 하락했다고 성과 홍보에 나서 농민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할당관세는 수입물품의 일정 할당량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관세로, 국내외 여건에 유동성 있게 대처하기 위한 탄력관세의 일종이다. 정부는 지난 11월 14일 관련 대통령령을 개정하며 △바나나 △망고 △자몽 △자몽농축액 △전지·탈지분유 △버터 △치즈 △코코아 △닭고기 △대파 등 10개 수입과일과 식품원료에 대한 관세를 인하했다.

바나나·망고·자몽 등에 부과된 0%의 할당관세는 12월 31일까지 △바나나 3만톤 △망고 1,000톤 △자몽 1,300톤 등을 대상으로 운영되며, 할당관세가 적용되고 지난 18일 기준 바나나 1만8,076톤, 망고 902톤, 자몽 693톤이 국내에 도입된 이후 시장에서 판매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농식품부는 지난 25일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최근 생산 감소로 가격 강세를 보이는 과일류에 대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산지 출하 확대, 할인지원 등과 함께 수입과일 할당관세를 적용 중이며 관세 인하 이후 바나나·망고·자몽 등의 도매가격이 9~23% 수준 하락했다”고 자평했다.

아울러 “할당관세의 영향으로 3개 품목 도·소매가격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2월 상순 도매가격은 전월보다 바나나 9%, 망고 23.5%, 자몽 17% 하락했으며, 망고의 경우 소매가격이 전월보다 14.1% 하락했다”고 전하며 “수입·유통업체 모두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하는 분위기다. 할당관세 도입에 따라 주요 바나나 수입업체가 11월 납품가격을 11~14% 인하한 데 이어 할당관세 운영 기간 동안 인하된 가격을 계속 유지할 거란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업체 역시 할당관세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당 품목에 대한 가격 인하와 최대 33%의 할인행사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전한 상태다.

김종구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수입과일에 대한 할당관세가 실제 소비자가격 인하로 연결되고 작황부진으로 공급이 감소한 국내 사과·배 부족량을 메우는 효과를 내고 있다”며 “국산 과일 수급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못난이 과일 등 상품화 가능한 산지 물량을 최대한 발굴·공급하고 할인지원과 할당관세 등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과수 재배 농민들은 “관세 낮춰 수입과일 가격 떨어진 걸 농식품부가 홍보할 일인지 묻고 싶다. 관세를 0%로 없애 수입했으니 가격이 그만큼 하락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하며 “국산 과일 부족량을 수입으로 채운다는 농식품부의 발상 자체가 잘못된 부분이고, 관세를 낮춰 수입과일을 지속적으로 수입하다 보면 소비자 입맛 변화가 가속화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과일 시장 수급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농산물 관세 인하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농민들은 “농산물을 물가 정책으로 활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거다”라며 최근 지속 추진 중인 정부의 농산물 수입 일관 정책에도 쓴소리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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