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순수 농축산물’ 무역적자 20조원 육박

농식품부, 연신 “역대 최대 수출실적” 홍보하지만

농축산물 수출실적은 후퇴 … 농민들 이익과 무관

수입실적과 비교해보니 적자액만 ‘19조215억원’

  • 입력 2024.01.01 00:00
  • 수정 2024.01.01 00:15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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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해 농축산물 무역적자가 2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가 연신 ‘농식품 역대 최대 수출실적’을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 농축산물 무역 상황은 농민들의 삶을 무겁게 억누르고 있다.

농식품부는 근래 몇 년 농식품 수출실적을 꾸준히 홍보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수차례 홍보성 보도자료가 배포됐으며 연말을 맞이해 “농식품 수출액 90억달러 돌파(3% 증가)”라는 정리 보도자료가 재차 등장했다.

하지만 농식품 수출실적은 늘상 수입농축산물을 원료로 하는 가공식품(라면·음료 등)이 견인해왔고 신선농축산물 수출은 큰 의미없는 성장에 그쳐왔다. 심지어 ‘역대 최대’라는 지난해 농식품 수출실적에선 신선농축산물 수출실적이 오히려 4.2% 감소했다. 지난해부터는 가공식품에 더해 전후방산업(스마트팜 설비 등)까지 실적에 포함시켜 “수출액 100억달러 돌파”를 주장하기도 하지만, 가공식품도 전후방산업도 농민이 아닌 기업의 영역이다. 신선농축산물 수출실적이 줄어든 마당에 가공식품·전후방산업 수출실적을 치적 삼아 홍보하는 건 농업을 관장하는 부처로서 부적절한 처사라는 지적이 따른다.

수출실적을 수입실적과 비교해보면 상황은 더욱 처참하다. 본지는 농식품부가 제시한 실적과 별개로 신선농축산물의 수출·수입실적을 자체 파악해봤다(관세청 자료). 농식품부 실적에 세부 조사항목이 공개돼 있지 않아 조사 기준은 농식품부와 많이 다르지만, 농축산물 무역의 커다란 흐름은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관세청 통계의 대분류상 신선농축산물(곡물·채소·과실·견과·육류·낙농품·계란 등)만 따졌을 때 지난해(1~11월) 총 수출액은 5억112만달러(23만7,838톤), 수입액은 151억9,520만달러(1,813만8,008톤)이다. 제분류, 채유용 곡물·과실, 커피·차, 농축산물가공식품, 담배, 사료 등을 일체 제외하고 순수 농축산물만 따진 실적이다.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제분류·채유원료·사료 등을 제외하고도 무역적자액이 146억9,408만달러(한화 19조215억원)에 달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 무역적자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146억9,408만달러라는 적자액은 역대 최대였던 2022년(176억2,345만달러)보다는 적지만 역대 두 번째에 해당하는 액수다. 2017년까지 100억달러대를 유지하던 적자액이 2018년부터 110억달러대로 올라섰고 2021년부턴 3년 연속 140억달러를 훌쩍 넘고 있다.

농식품부의 ‘농식품 수출실적 성장’ 홍보는 농민과 국민에게 오직 장밋빛 미래만을 보여주고 있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농민들이 짊어지고 있는 부담이 여실히 드러난다. 지지부진한 농축산물 수출실적도, 천문학적인 농축산물 무역적자도 농식품부가 꾸밈 없이 정면으로 바라보고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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