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사과 병해는 모른 체, ‘전형적 비관세장벽’ 운운

사과·배, SPS 아래서도 과수화상병으로 극심한 피해 누적

  • 입력 2024.01.21 18:00
  • 수정 2024.01.21 18:46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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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발생하고 있는 과수화상병은 발병 시 영농지속 여부를 가를 정도로 심각한 위협요소다. 서효원 농촌진흥청 차장이 지난 11일 충남 지역 과수 농가를 방문해 과수화상병 사전 예방을 위한 겨울철 궤양 제거 작업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매년 발생하고 있는 과수화상병은 발병 시 영농지속 여부를 가를 정도로 심각한 위협요소다. 서효원 농촌진흥청 차장이 지난 11일 충남 지역 과수 농가를 방문해 과수화상병 사전 예방을 위한 겨울철 궤양 제거 작업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보수언론·경제지를 중심으로 물가안정을 위해 사과 수입을 추진하자는 주장이 고개를 들면서, 우리나라가 식물위생조치(SPS) 규범을 단순히 의도적으로 활용해 수입을 막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과수산업이 현재 외래 병해로 입고 있는 극심한 피해를 생각하면 이를 그저 ‘전형적 비관세장벽’으로 치부해 그 필요성을 평가절하하기엔 큰 무리가 있다.

과수산업 외래 병해를 이야기하자면 역시 과수화상병을 빼놓을 수 없다. 과수화상병은 배와 사과나무에 발병해 나무를 고사시키는 세균성 병해로, 지난 18세기 북미 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전파 매개체·치료법 등에 대해 지금까지도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는 ‘불치병’이다. 현재로선 일단 발병해버리면 나무를 파묻는 방법밖엔 없어 우리나라에서는 과원을 통으로 매몰하고, 방제활동과 관련 연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병의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2015년까지만 해도 과수화상병이 보고된 적 없는 청정지역이었다. 그러나 첫 발병 이후 확산세가 급속도로 증가해 지난 2020년엔 한 해 동안에만 총 395.1ha를 매몰하는 등 과수산업에 큰 타격을 입혔다. 정희용 국회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과수화상병 발생으로 인한 피해액은 2018년 이래 2,000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간 피해는 충북에서 가장 컸으며(최근 5년간 582.2ha) 전국적으론 지난해까지 약 1,100ha에 육박했다.

2022년 이후 피해농가·면적은 매년 약 200가구·100ha 대로 감소했다. 그러나 발생주율 5% 미만 시엔 과원 매몰이 아닌 부분방제로 변경되는 등의 정책의 변화, ‘한번 뚫리면 망해 폐원한다’는 인식 속에 신고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 같은 수치적 변화만 믿고 안심을 하기엔 이르다는 평가다. 화상병이 발병해 과원 매몰 절차에 이르게 되면 해당 농가는 7~8년 넘게 수입을 얻을 수 없어 적극적으로 신고하기 어려운 구조다.

지난해엔 사과 재배량이 늘어나고 있는 경기도 양평·남양주 및 강원도 정선·양구 등지에서도 처음 발생했으며, 최근 충남 천안에선 49농가에서 무더기로 의심증세가 보고되는 등 전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권혁정 전국사과생산자협회 정책실장은 지금의 조치 아래서도 결국 외래 병해 유입을 막지 못해 피해가 극심한 상황에서, 완전히 규제가 사라질 경우 더 큰 피해를 낳지 않을까 걱정하는 농가들의 심정을 전했다.

권 실장은 “원물이 들어오면 과수화상병, 미국선녀벌레에 이어 또 어떤 병균이 들어오고 번져서 과수농가를 망칠지 모르는 일이다. 일단 발생하면 사실상 사과농사를 더 이상 지을 수 없어 신고를 꺼릴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국내 농가들은 해외에 우리나라에 없는 어떤 병해가 있는지 등의 정보를 제공받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SPS에 따른 조치는 과수농가 생존권의 문제로, 단순 비관세장벽의 활용 여부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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