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식물검역은 필수 안전장치다

  • 입력 2024.01.21 18:00
  • 수정 2024.01.21 18:47
  • 기자명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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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2024년 새해가 밝았고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바뀌었다. 농정을 대표하는 수장이 바뀌었으니 무엇인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짐작해볼 수 있다. 과거보다는 더 나은 내일을 희망하기에 혹시나 하는 기대감도 가져보지만, 21종의 수입과일 30만톤을 들여오기 위해 역대 최고 수준의 관세 면제와 인하라는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보고 이내 기대감을 내려놓았다.

사과, 배, 단감, 복숭아, 포도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과일은 저마다의 새콤달콤한 맛을 뽐내며 국민에게 큰 사랑을 받아 왔다. 하지만 증가하는 수입 과일과 기후변화로 과수농가의 상황은 녹록지 않아졌다.

바나나, 키위, 망고 등 많은 열대과일이 수입되면서 소비자는 더 당도가 높은 과일만을 찾게 됐고, 국내 과수농가도 이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기술교육, 품종개량 등에 안간힘을 썼다. 이에 맛과 효능 면에서도 뛰어난 평가를 받는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과일 중 특히 사과는 어릴 적부터 ‘최애’ 과일이었다. 기후가 변화하면서 사과농사도 더 힘들어지는 상황인데 특히나 지난해의 경우 4월 냉해부터 탄저병 피해까지 겪으며 수확량이 거의 전멸하다시피 할 정도로 농가는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사과를 재배하는 농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기후변화가 농민들의 삶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한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재해와 병해충으로 최악의 한 해를 보낸 사과 재배 농민에게 수입사과라는 불안감까지 불어닥치고 있다. 지금까지 수입에 의존해 왔던 정부 기조를 되돌아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할 일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사과 수입문제는 지금까지의 수입문제와 전혀 다른 뜻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식물검역의 문제다. 외래병해충으로부터 자국의 국민과 농산물, 더 나아가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지켜져야 하는 것이 식물검역이다. 식물검역은 우리 모두를 위해 꼭 필요한 안전장치이며 기후변화의 상황 속에서는 더욱 강화돼야 하는 절차이기도 하다. 검역 축소는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약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금지급 해충인 과실파리는 과실류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기 때문에 국내에 유입되지 않도록 검역을 통해 체계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연구에 따르면 사과, 배 등의 주요 외래병해충 중 하나인 과실파리류가 만약 국내에 유입된다면 수출도 불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그 경제적 피해는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천문학적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농산물 시장개방이 확대됨에 따라 매년 국내로 유입되는 동식물류의 수입량은 늘어나고 있다.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검역을 보강하고 수입요건을 강화해야지만 외래병해충의 유입을 적극적으로 막아낼 수가 있다. 동식물검역의 중요성이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는 이유다.

동식물위생검역조치(SPS)는 비관세조치 유형 중 기술적 조치의 대표유형이며, 비관세조치는 전 세계적으로 통상정책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국내 미발생 병해충이 유입되지 않도록 철저히 검역하는 것은 모든 국가에서도 적용되는, 국제무역에서 허용되고 있는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에 우리의 권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과수농가를 위협하는 요인 속에서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일이기 때문이다. 수입문제에서부터 현재 미흡한 재해대책을 어떻게 보완해 나가야 할지 모두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농민·농업이 지속 가능할 수 있는 환경을 더 늦기 전에 연구하고 모색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이 노력은 각자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몫이다.

시간이 지나고 경제가 발달할수록 정책은 사람을 위하는 방향으로 한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좋은 정책은 궁극적으로 사람을 위하는 사람을 살리는 방향이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식물검역의 가치와 중요성을 더 널리 알리는 계기로 만들고 이를 통해 우리 농업의 소중함을 다시 인식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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