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과 수입하려 식물검역 완화하나

  • 입력 2024.01.14 18:00
  • 수정 2024.01.14 18:39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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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로 농업재해가 늘어나고 있다. 농업재해는 그 해의 수확량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으로 과일은 지금까지 4월의 냉해가 가장 컸지만 지난해에는 잦은 비, 태풍, 우박에 탄저병까지 발생하면서 수확량이 급감했다. 특히 사과의 경우, 30%도 수확하지 못할 만큼 피해가 컸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입 압력마저 거세지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재배기술, 품종개발 등으로 사과 품질을 향상시켜 온 농민들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식량자급률이 100% 이상인 주요 농축산물 수출국은 자국에서 생산한 잉여 농축산물을 적극적으로 수출하려 하고, 그들에게 식량자급률이 낮은 대한민국은 좋은 먹잇감이다. 우리나라 농림축산식품 수출입 현황을 보면 2022년 기준 20억4,240만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2조6,964억원의 과실류가 수입됐다. 바나나·오렌지·포도·키위·버찌·파인애플 등 다양한 종류의 과일이 미국·필리핀·콜롬비아·칠레·호주 등에서 수입되고 있다.

수입의 형태도 다양하다. 신선 과일뿐만 아니라, 건조·조제저장처리·주스·혼합주스 등으로 수입되고 있다. 사과는 배·단감·감귤·포도·복숭아 등과 함께 우리나라 대표 과일이지만 칠레·미국·스페인·중국 등의 국가에서 주스 형태로 수입되고 있다. 사과는 민감품목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협상 예외 품목에 포함되기도 했지만, 한-EU·한-미 FTA 등에서 후지 계통 품종이 협상 품목에 포함돼 관세가 철폐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신선 사과가 수입되지 않은 데에는 명백한 이유가 있다. 바로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SPS) 때문이다. 사과는 대표적으로 지중해과실파리, 과수화상병, 사과빗자루병 등이 검역상 주요 관심 병해충이며, 식물방역법에 따라 검증 절차가 완료된 식물, 유해병해충 검역조건이 충족됐을 때만 수입할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국내에 과수화상병이 창궐하면서 사과·배 과수농가가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과수화상병은 우리나라, 일본 등에서 금지식물병으로 분류될 정도로 전염력이 매우 높은 세균병이다. 치료제가 없고 너무 빠르게 확산되는 특성이 있다. 과수화상병에 걸리면 나무를 매몰해버려야 한다. 이처럼 외래병해충은 농작물에 심각한 피해와 자연생태계를 교란하고 파괴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일시적인 가격상승을 핑계로 식물검역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 식물검역 조치가 변경될 경우 신선 사과·배 수입이 증가할 것은 자명하고 국내 생산량 감소와 농업GDP 피해도 커질 것이다. 국내 생산기반이 붕괴된다면 결국 더욱더 수입에 의존하고 물가마저 상승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식물검역 장치가 붕괴된다는 것은 질병, 병해충, 오염물질로부터 국민과 동식물을 보호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정부는 사과 검역 완화에 대한 논의를 중단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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