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물 할인지원 사업의 사각지대

  • 입력 2024.03.03 18:00
  • 수정 2024.03.03 19:17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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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진행 중인 `농축산물 할인지원' 사업에서 소농의 생산물이 소외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승호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진행 중인 `농축산물 할인지원' 사업에서 소농의 생산물이 소외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승호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 농식품부)가 장바구니 물가 부담 경감 명목으로 진행 중인 ‘농축산물 할인지원(농할)’ 사업. 일각에선 이 사업이 대형 유통단위에 초점을 맞춘 문제, 그에 따라 소농의 생산물이 소외되는 문제 등을 지적하고 있다.

농할 사업을 통해 소비자는 농할 대상 유통매장에서 농축산물 구매 시 1주일에 1만원 한도로 20%까지, 전통시장에선 1주일에 2만원 한도로 3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할인품목의 경우 농식품부 입장에서 특히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판단한 품목 위주로 선정된다.

농할 대상 유통단위는 대형마트 및 온라인몰, 지역농협, 중소형마트, 친환경매장, 전통시장 등이다.

문제는 농할이 적용되는 단위는 전통시장을 제외하면 전부 판매시점 정보관리(POS) 시스템이 연계된 유통단위들이라는 점이다. 즉, POS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품목 할인정보가 영수증에 표시되고, 할인 사실이 시스템에 반영되는 ‘규모가 크고 체계를 갖춘 유통단위’가 농할의 주된 대상이라는 뜻이다.

POS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점포가 많은 전통시장의 경우, 농식품부는 ‘제로페이 농할상품권’을 통한 소비자의 할인품 구매 촉진을 도모한다. 그러나 해당 상품권은 제로페이 가맹점에서만 이용 가능하기에 할인품목 접근성이 대형마트에 비해 낮다.

제로페이 농할상품권을 오직 모바일 기기로만 발급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모바일 기기 이용이 상대적으로 익숙치 않은 고령층은 농할상품권 발급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행 농할의 가장 큰 문제점으론, POS 시스템이 연계되지 않은 유통체계 속에서 거래되는 농산물이 사업체계에서 소외된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농부시장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하는 농산물이나 개별 농민이 오프라인에서 직거래하는 농산물처럼, 소농이 소규모 유통단위에서 판매하는 농산물이 소외되기 쉬운 구조다.

지역 생활협동조합과 관계를 맺는 생산자 중에도 농할 사업의 바깥에서 불합리한 상황을 겪는 이들이 존재하는데, 그중 한 사례를 살펴보자.

경기도의 한 지역에서 친환경 고구마 등을 재배하는 농민 N씨는 지난해 지역생협에 고구마 1kg 한 상자당 3만2,000원 가격으로 납품하려 했다. N씨가 속한 친환경영농조합은 전후 사정으로 인해 지역생협과의 독자거래만 진행하고, 해당 생협이 참여 중인 중앙 생협연합회와는 거래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해당 생협연합회에서 중앙물류센터를 통해 공급하는 물품들은 당시 농할 적용을 받고 있었으나, N씨가 (생협연합회의 중앙물류체계와 별개로) 지역생협과 독자거래하는 물품은 POS 시스템 미연계 등의 문제로 농할 적용을 못 받는 상황이었다.

한 상자당 3만2,000원에 고구마를 납품하려 했던 N씨는 납품에 차질을 빚게 됐다. 농할 적용으로 3만2,000원보다 더 싼 가격에 팔리는, 생협연합회 중앙물류체계를 거친 농산물이 생협 매장에 풀리는 상황에서, 가격 할인이 불가능한 N씨의 농산물을 받자니 지역생협 입장에선 난감했던 것이다. 소비자들로선 대부분의 농산물이 할인 적용을 받는 가운데 지역생협과 독자거래를 유지하는 N씨의 ‘할인되지 않은’ 농산물은 구매하기 꺼려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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