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수매가로 농민들 뒤통수친 `여주통합RPC’

합의 기구 운영위가 결정한 수매가, 이사회가 밀실서 뒤집어

수매가·품종선정·판매 등 총체적 운영 부실, 이사진 책임져야

  • 입력 2023.10.06 09:06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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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지난 5일 경기도 여주시 세종대왕농협 앞에서 열린 ‘여주쌀 명성회복 및 벼 수매가 정상결정 촉구 세종대왕 농민 결의대회’에서 200여명의 농민들이 수매가 재결정을 여주통합RPC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5일 경기도 여주시 세종대왕농협 앞에서 열린 ‘여주쌀 명성회복 및 벼 수매가 정상결정 촉구 세종대왕 농민 결의대회’에서 200여명의 농민들이 수매가 재결정을 여주통합RPC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여주시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대표이사 윤주병, 여주통합RPC) 이사회가 최근 운영위원회의 벼 수매가 합의안을 밀실 파기하고 애초 합의안보다 수매가를 일방적으로 낮췄다. 이에 여주시 벼 농가들이 대대적으로 규탄에 나섰다.

지난 5일 여주시 농민 200여명이 가을걷이 일손을 놓고 여주시 세종대왕면 세종대왕농협(조합장 이명호) 앞에 모였다. 세종대왕면 6개 농민단체 연합인 ‘세종대왕면 농업인단체협의회(농단협)’가 마련한 ‘여주쌀 명성회복 및 벼 수매가 정상 결정 촉구 세종대왕 농민 결의대회’에 목소리를 보태기 위해서다.

결의대회에는 여주시농단협(회장 류병원), 한국농촌지도자여주시연합회(회장 서재호), 전국농민회총연맹 경기도연맹(의장 길병문)을 비롯한 농업 관련 단체장 및 강천면 등 인근 농민들이 함께했다.

문제는 여주통합RPC 이사회가 추석 연휴 하루 전인 지난달 27일 운영위와의 협의도 없이 추청‧진상 벼 수매가를 운영위 합의안보다 1만원씩 낮게 책정하면서 불거졌다. 여주통합RPC 벼 수매가는 그간 운영위(RPC 대표이사, 회원농협 조합장·이사, 생산자(농민단체장 2명, 농가대표 3명) 등 14명으로 구성)가 낸 합의안을 그대로 따라왔다. 이에 따라 8월 29일 추청‧진상 벼 수매가는 각각 8만2,000원‧9만2,000원으로 결정된 상황이었다.

소식을 접한 농민들이 항의하자 여주통합RPC는 지난 3일 또다시 운영위와의 협의 없이 임시 이사회에서 낮춘 가격에서 추청 5,000원, 진상 3,000원씩 올려놨지만, 농민들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여전히 애초 수매가보다 낮아 농가 당 수천만원 상당의 막심한 손해가 빤하고, 특히 그간의 벼 수매가 결정 원칙(운영위 합의)을 이사회가 무시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이를 “뒤통수쳤다”, “농민을 우롱했다”고 표현했다.

여주통합RPC는 7월 기준 90억원, 오는 연말까지 예상되는 100억원 상당의 적자 때문이라 하지만, 농민들은 적자의 원인은 벼 수매가가 아닌 여주통합RPC의 ‘방만, 부실 경영’이라 본다. ‘고품질 여주 쌀값을 후려쳐(수매가보다 싸게 판매해) 적자 폭을 늘렸고’, ‘검증되지 않은 가남1호와 생산량은 많으나 밥맛은 떨어지는 진옥종 보급 등 품종 선정 실패로 여주 쌀의 위상을 실추시켰다’는 거다. 이에 대해 전용중 흥천면농단협 사무국장은 이날 농협 홍보 현수막에 적힌 “함께한 50년, 나아갈 100년”에 빗대 “조합원 피땀 50년, 조합원 등골 100년”이라 일갈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임형선 세종대왕면농단협회장은 “쌀값도 중요하지만, 여주통합RPC 운영부실이 너무 심각하다. 이번에 바로잡지 않으면 힘들게 농사지어도 앞으로도 매번 벼값으로 싸울 수밖에 없다”면서 “윤주병 대표이사는 누가 뽑나. 8개 농협 조합장이다. 그러니 조합장들 눈치만 보면서 소신껏 일하지 못한다. 윤 대표를 사퇴시켜야 한다”고 규탄했다.

이어 그는 “수매품종을 조합장들이 마음대로 선정하는 것도 문제다. 작년에 보급한 가남1호를 심은 농가들은 1만평 심어 1,000평도 수확하지 못했다. 조생종이라며 올해 보급한 진옥도 이천시가 밥맛 없다고 팽개친 품종이다”면서 “우리가 많이 지어온 진상은 품질이 뛰어나고 추석 전 수확도 가능하다. 진상으로 밀고 나가면서 제값에 팔았다면 적자도 메꾸고 농민에게도 이익이 됐을 텐데, 여주통합RPC가 여주 쌀의 위상을 떨어뜨렸다. 윤 대표이사와 조합장들은 각성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류병원 여주시농단협회장은 “운영위가 옛날부터 해오던 것(벼 수매가 결정)을 유명무실하게 했다”면서 “새나 쥐가 (나락) 먹는 것보다 통합RPC가 방만 경영해서 떼어간 돈이 훨씬 많다. 통합RPC가 제대로 운영되도록 여러분이 힘을 많이 보태 달라”고 독려했다.

서재호 한국농촌지도자여주시연합회장은 “운영위는 생산농가를 대표하는 기구인데 이사회가 운영위를 무시했다는 건 결국 여러분을 무시했다는 거다”라며 “수매가가 문제가 있다면 다시 재조정하자고 운영위에 요구해야지 이사회가 수매가를 결정하는 게 어딨나”라고 비판했다.

이날 농민들은 5개 요구안(△운영위 벼 수매가 합의 존중, 수매가 재결정 △윤주병 대표이사 및 조합장들이 부실 운영 책임질 것 △수매 품종을 운영위가 협의하도록 규정 △벼 수매가 관련 운영위‧이사회 회의록 공개 △여주통합RPC를 탈퇴해 쌀 사업을 세종대왕농협 독자적으로 운영할 것)을 이명호 조합장에 대표로 전달했다.

한편 세종대왕면 농민들은 지난 4일부터 세종대왕농협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고, 인근 농민들도 각각 천막농성에 돌입하고 있다. 여주통합RPC가 수매가 결정을 제자리로 돌려놓지 않는다면 규탄 움직임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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