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매가 합의 파기에 대규모 적자까지, ‘여주통합RPC’ 파행

트랙터 앞세우고 행진 나선 농민들 "윤주병 대표 해임시켜야" 일갈
여주시농민단체협의회 "터무니없는 할인판매로 눈덩이 적자 초래"
‘수매가‧수매량 낮추기’로 적자 책임은 농민에 ... 특별감사 촉구

  • 입력 2023.11.22 17:50
  • 수정 2023.11.23 16:13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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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22일 오전 경기도 여주시 여주시청 앞 대로에서 열린 '여주시조공법인 부실, 방만경영 진실규명 및 수매가 재결정 촉구 농민대회'에서 200여명의 농민들이 '윤주병 대표이사 해임 및 수매가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2일 오전 경기도 여주시 여주시청 앞 대로에서 열린 '여주시조공법인 부실, 방만경영 진실규명 및 수매가 재결정 촉구 농민대회'에서 200여명의 농민들이 '윤주병 대표이사 해임 및 수매가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2일 오전 경기도 여주시 여주시청 앞 대로에서 열린 '여주시조공법인 부실, 방만경영 진실규명 및 수매가 재결정 촉구 농민대회'에서 200여명의 농민들이 '윤주병 대표이사 해임 및 수매가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2일 오전 경기도 여주시 여주시청 앞 대로에서 열린 '여주시조공법인 부실, 방만경영 진실규명 및 수매가 재결정 촉구 농민대회'에서 200여명의 농민들이 '윤주병 대표이사 해임 및 수매가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여주 농민들이 22일 여주시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대표이사 윤주병, 여주RPC)의 적자운영을 규탄하고 수매가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농민대회를 열었다.

여주RPC 이사회가 운영위원회에서 합의한 벼 수매가를 기습 파기한 데다 올해 여주RPC 적자 규모가 지난해에 이어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서다. 여기에 지난 15일 운영위에는 내년도 수매량을 평년보다 7,000톤 줄이겠다는 안건까지 올라와 벼 농가의 분노가 터졌다.

농민대회가 열린 여주시청 앞 대로(농협중앙회 여주시지부 앞)에 ‘수매가 재결정’이라 적힌 깃발을 매단 트럭과 트랙터가 늘어선 가운데 여주시농민단체협의회(회장 류병원, 농단협) 소속 농민 200여명이 모여 △수매가 원상회복 △여주RPC에 특별감사 실시 △윤주병 이사 및 임원진 즉각 사퇴를 외쳤다. 각 지역 농단협 임원들과 정병관 여주시의회 의장 등 시의원 4명도 자리했다.

여주RPC를 향한 농민들의 분노와 토로는 1시간 넘게 이어졌다. 농민들은 대회 뒤 트럭을 몰고 시내를 돌았다.

류병원 농단협 회장은 “기후위기와 물가 인상에 겨우겨우 농사지었지만 여주RPC는 운영위 합의안을 수용하긴커녕 수매가를 쥐락펴락하며 농민 생존권을 무시했다”라며 “RPC운영의 책임은 이사진들에게 있는데 적자 책임을 농민에게 떠넘기니 우리의 분노는 높아졌다”라고 규탄했다.

정병관 여주시의회 의장(국민의힘)도 강도 높게 규탄했다. 정 의장은 “어느새 농협은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기업, 농민은 처분만 기다리는 ‘갑을관계’가 됐다. 농민 편이어야 할 농협이 농민들 뒤통수치고 비수를 꽂는다면 농민이 기댈 곳은 어디에도 없다”라고 일갈했다.

이어 정 의장은 “오락가락하는 수매가로 농민들이 실망이 큰데, 거기에 경영책임마저 농민들에게 떠넘기고 농민들을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배제하니 그 어느 때보다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라며 “RPC는 경영혁신 방안을 마련하고 농민과 합의된 수매가로 재책정해 상생, 소통, 협치하며 농민을 위한 기관이란 초심으로 돌아가라”라고 요구했다.

가남농협 이사로 운영위에 대표로 참석한 농민 고석재씨는 ‘적자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경영과 회계에 관한 감사와 컨설팅’을 촉구했다. 임형선 세종대왕면 농단협 회장은 ‘지역에 맞는 품종, 여주쌀 이미지 제고를 위해 품종 선택 과정에서 농민과 반드시 협의하고 농민 의견을 반영하라’라고 요구했다.

22일 오전 경기도 여주시 여주시청 앞 대로에서 열린 '여주시조공법인 부실, 방만경영 진실규명 및 수매가 재결정 촉구 농민대회'에서 농민들이 '윤주병 대표이사의 해임 및 수매가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2일 오전 경기도 여주시 여주시청 앞 대로에서 열린 '여주시조공법인 부실, 방만경영 진실규명 및 수매가 재결정 촉구 농민대회'에서 농민들이 '윤주병 대표이사 해임 및 수매가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이날 농민들이 제기한 문제의 핵심은 이렇다.

먼저 수매가 일방적 파기와 재결정 문제다. 여주시 벼 수매가는 그간 운영위(RPC대표이사, 회원농협 조합장‧이사, 생산자(농민단체장 2명‧농가대표 3명) 등 14명)의 합의를 이사회가 수용하는 방식으로 결정했는데,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9월 27일 이사회가 운영위와 사전 조율 없이 합의한 수매가(진상‧진옥 9만2,000원 / 추청 8만2,000원)에서 1만원씩 낮춰버리면서 농민들의 반발을 샀다. 각 지역 농협 앞 천막농성 등을 통해 결국 지난 15일 진상‧진옥 8만6,000원, 추청 7만8,000원으로 협의했으나 애초 합의안으로 회복되진 못한 상태다.

다음은 2년 연속 100억원에 이르는 적자다. 10월 31일 기준, 여주RPC 적자는 88억원에 이른다. 적자는 대규모 할인판매 행사에서 생겼다. 50여억원 상당은 국내 주요 대형마트 3사와 최대 온라인 쇼핑몰 C사에 들어간 할인행사 물량에서 나머지(30억원)는 농협양곡, aT센터 등에 판매한 원료곡 물량에서 발생했다. 농민들에 따르면, 여주RPC 경영진은 적자 해소를 위해 ‘수매가 대폭 삭감’을 주장하지만, 농민들은 적자가 ‘터무니없는 할인판매’ 때문인 만큼 ‘수매가는 보장돼야 하고, 적자의 원인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날 농민대회에 참석한 길병문 전국농민회총연맹 경기도연맹 의장은 “쌀값이 오르는 추세에서도 9만원(40kg당)에 수매한 나락을 4만5,000원에 판 셈(이를 10kg 쌀값으로 환산하면 6만2,500원이나 대형마트 할인행사 판매가는 2만5,000~2만7,000원대였다. 할인율이 57~60%에 이른다.)이니 말도 안 되는 값에 팔아넘긴 셈이다. 적자가 빤한데도 그리 팔았으니, 의도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라며 “문제는 이런 할인이 RPC 임의인지 조합장들과 합의로 한 건지 알 수가 없다는 거다. 회의록, 운영기록 등 관련 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다”라고 전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쌀값은 지난 9월 소폭이지만 꾸준한 오름세였다(정곡 20kg 기준으로 9월 5일 전회(8월 25일)보다 1.2% 오른 4만9,851원에서 시작해 10월 5일 5만4,388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10월 중순부터 하락세를 보여 11월 15일 기준 4만9,820원이다.

한편 농단협은 “운영을 책임지지 않는 조합장들의 행태로 볼 때 농협 임직원이 십수 년을 맡아온 여주RPC 감사를 믿을 수 없다. 운영위원이 참관하는 특별감사를 즉시 실시하라”라고 촉구했다. △RPC 정관례에 따라 각 농협 감사 중 1인씩 추천해 감사 선출 △각 농협 감사의 협력 감사 및 결과를 각 농협 대의원총회에 보고하는 방식으로 감사제도 개선도 주문했다.

농단협은 지난 9월말부터 각 지역농협 앞에 설치했던 천막농성장을 철거하고 나락이 담긴 톤백을 적치한 뒤 특별감사를 촉구하는 각 지역 대의원들의 서명운동에 돌입한다.

22일 오전 경기도 여주시 여주시청 앞 대로에서 열린 '여주시조공법인 부실, 방만경영 진실규명 및 수매가 재결정 촉구 농민대회'에서 200여명의 농민들이 트랙터를 앞세우고 차량행진에 나서고 있다. 한승호 기자
22일 오전 경기도 여주시 여주시청 앞 대로에서 열린 '여주시조공법인 부실, 방만경영 진실규명 및 수매가 재결정 촉구 농민대회'에서 200여명의 농민들이 트랙터를 앞세우고 차량행진에 나서고 있다.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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