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굴데굴 구르던 계란이 벌떡 일어나 “나도 이제부터 게임 체인저야!”라고 한다면 북한의 ICBM이 코웃음 칠 일일까? 계란 파문 이후 계란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 결코 가볍지 않다. 겨우, 오늘 저녁 밥상에 올릴 좋은 계란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를 가지고 망할 길과 살 길을 이야기한다면 너무 과한 일일까?첫째, 계란은 닭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좋은 계란을 낳으려는 의지는 닭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닭이 자라는 환경이 중요한 것인데 일찍이 우리는 맹자의 어머니로부터 이 중요성을 배운 바 있다. 계란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총합이 아니다. 생명을 품고 있는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유정란이든, 무정란이든 영양학적으로 똑같다는 주장은 동의할 수 없다. 삶에서 죽음에 이르는 어느 과정
9월 25일은 고(故) 백남기 농민이 사망한지 1주기가 되는 날이다. 돌이켜보면 촛불혁명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바로 고인이었다. 고인이 사망하자 박근혜정권은 경찰력을 투입해 강제로 시신을 부검하려 했으나 분노한 농민과 시민이 장례식장을 에워싸고 고인의 시신을 지키면서 결국 부검을 막아냈다.그리고 이어진 고인의 장례식 날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국민들은 “우리가 백남기다”를 외치며 촛불을 들었다. 이렇게 시작된 거대한 촛불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촛불혁명을 이루었다.이렇듯 고인의 죽음은 이명박-박근혜정권하에서 고사되기 직전에 놓여 있던 이 땅의 민주주의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새 정부는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아넣었던 이 사회의 뿌리 깊은 적폐를
들판의 벼들은 고개를 숙이며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벌써 조생종 벼는 수확을 시작했다. 그러나 쌀값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농민들의 애를 태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우선지급금 환수 문제로 인해 농민들이 쌀값을 걱정할 겨를이 없었다.그러나 이제 수확기가 다가오면서 농민들의 근심은 올해 쌀값이다. 지난해 수확기와 비교해 약간의 회복세라고 할 수 있지만 이제 겨우 13만원 선을 넘어선 상황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쌀값은 14만 원을 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쌀값 문제에 대해 정부 역시 심각함을 인식해 핵심 농정과제로 삼고 있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올해 쌀값을 15만 원 선으로 회복시키겠다며 구체적 쌀값 목표를 제시하는 등 나름 선제적 대응에 나
문재인 대통령 기조연설에 대한 소회문재인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대로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연설 전문을 보면 한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동북아경제협력의 비전을 제시하고 상호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그런데 언론매체를 통한 대대적인 홍보성 보도기사를 제외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연설 내용을 들여다보면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내용이다. 에너지, 자원, 물류, 농업, 수산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동북아지역 경제협력을 확대하고 강화해 나가자는 전체적인 방향과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을 내세우며 장밋빛 비전을 홍보했지만 실질적인 진전이 없이 10여년 이상 제자리걸음 상태를
30년 만의 개헌을 앞두고 현재 국회 개헌특위에서는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권역별 국민대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맨 처음 부산에서 권역별 국민대토론회가 열리던 날, 1시간 전에 부산시청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30분 전에 토론장으로 갔지만 토론회 장소인 대회의실은 문이 잠겨있었다. 벌써 인원이 다 차서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토론회에 참가하려고 왔던 많은 국민들이 밖에서라도 보게 해달라고 출입문을 열고 함께 토론하자고 했지만 경찰 2~3명이 지키고 선 출입문은 국민들에게 열리지 않았다.수백만명이나 되는 부산·울산·경남을 한데 묶어놓고 겨우 150~200석 규모의 작은 공간에서 국민 대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정작 국민은 들어갈 수가 없었다.미리 들어갈 사람이 마치 정해져 있었던 것처
추석이 가까워 오니 ‘채솟값 폭등’, ‘장바구니 물가 비상’처럼 익숙한 제목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정상가격 혹은 심지어 폭락가격마저 폭등이라 호도하던 예년의 기사들에 비하면, 올해는 그래도 농민들의 억울함이 덜한 편이긴 하다.배추·무 가격이 하락세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양파·대파 가격은 꾸준히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중이고, 최근에 건고추 가격이 근당 1만2,000원선을 넘기 시작했다. 현재 주요 채소류 중 가격이 ‘높다’고 할 수 있는 품목은 딱 이 정도인 것 같다.경제지나 일간지의 독자층은 절대다수가 도시소비자들이다. 농산물에 관해선 단편적 소비가격 변동이 가장 큰 관심사일 수 있다. 하지만 농업에 대한 진지한 이해가 없이 평면적인 기사들만이 반복되는 모습엔 깊
살다살다 올 여름만큼 오랜 더위는 처음이었다. 작은 모래사장엔 놀러온 피서객들로 꽉 차 있고 농사용 차, 트랙터가 늘 다니는 마을길엔 그들이 타고 온 차들로 어지럽다. 다들 조심한다고는 하는데 짜증이 나는 건 더위 때문만은 아니다.밭에서 일을 끝내고 땀에 절은 몸을 바닷물에 담는 것을 나는 ‘바닷물 소독’한다고 한다. 몸에 묻은 흙이며 풀에 긁힌 가려움, 농기계에 까진 손이며 다리까지 한꺼번에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새하얀 모래 위에 바닷물이 있고 그 위에 떠 있는 나, 밭에서 죽을 둥 살 둥 일을 했던 건 다 잊고 “아이고 좋다” 할 뿐이었는데, 하얀 살들 속에 흙때 묻은 얼굴로 섞이는 게 싫은 것과 자꾸 누군가에게 내몰려진다는 것으로 나에게 그런 여름 바다는 이제 없을 듯하다.
어느덧 가을이다. 농민들에게 이 가을은 노랗게 고개 숙인 나락을 거두는 결실의 계절이다. 지난 계절 동안 참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2013년부터 쉬지 않고 떨어진 쌀값은 여전히 20년 전 가격인 채로 농민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에게 폭락한 쌀값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뚜렷한 정책이 보이지 않았다. 이는 며칠 전 발표된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마찬가지이다.2018년도 정부예산안은 2017년 400조5,000억원에 비해 7.1% 증가한 429조원의 슈퍼예산이 확정됐다고 한다. 그에 반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보다 0.04%, 아주 미미하게 증가된 수준에서 그쳤다.뿐만 아니라 국가전체예산에서 농식품부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1995년 농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농수산물 가격안정을 위해 유통구조 개선을 추진해 왔지만 6~7단계에 이르는 도매시장의 복잡한 유통단계는 축소되지 않고 있다. 이같은 유통구조가 마치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오인되기도 하지만 사실은 정부가 법으로 정해 강제한 것이다. 정부는 1976년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을 통해 현재의 농산물 유통구조를 직접 만들었다.법이 정한 공영도매시장의 거래원칙은 도매시장법인의 수탁판매를 강제하는 의무상장제도다. 그동안 상장경매를 통해 거래의 공정성은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볼 수 있으나 유통비용이 과다하고 가격변동성에 따른 산지 중간상인의 투기적 행위가 근절되지 않을 뿐더러 물류효율화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지나친 규제로 인해 유통주체 간 경쟁부재와
공학을 전공하고 관련 분야에서 활동하다가 정년퇴임을 맞이했던 가까운 지인이 정기 건강검진을 받고 폐에서 1cm가 넘는 덩어리를 발견했다. 평소 폐 기능이 좋지 않아 주변에서 담배 끊기를 권하던 분이었기에 본인을 포함해서 주변에서도 우려하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당연히 의학 기술이 좋다고 생각되는 서울대 병원에서 조직검사도 받고, 최신의 다양한 MRI나 다중 검출 CT 등 고액의 첨단 분자영상 검사도 받았다.그런데 문제는 환자의 불안을 풀어 줄 것으로 예상했던 다양한 첨단검사를 받은 후 생겨났다. 폐 속에 생긴 세포 덩어리는 조직검사에서 암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애매한 검사결과가 나왔고, 이는 수백만 원을 들여 받은 각종 영상검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흉부외과의 전문의도 수술을 해야 할지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농협 조합장 모임 정명회는 지난 2014년 2월 창립했다. 정명회는 창립취지문에서 “농협의 외형적 성장과 달리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조합원의 주인의식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농협이 ‘협동조합의 정의, 가치, 원칙을 운영과정에 구현함으로서 농업·농촌·농민이 처한 위기를 헤쳐 나가는데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정명회 탄생 이후 개혁적 성향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일종의 탄압도 받았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창립 취지에 맞게 농협 개혁을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2015년 1월엔 3.11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정책선거가 이뤄질 수 있도록 메니페스토 운동을 이끌었고, 이어 6월엔 농협중앙회장 조합장
농촌진흥청이 GM 작물의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아울러 GM 작물연구개발단도 해체하기로 했다.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합의서가 농촌진흥청과 ‘GMO 개발반대 전북도민행동’ 사이에 체결됐다.이로써 농촌진흥청이 GMO 작물 개발 및 상용화를 추진하면서 GMO 개발반대를 요구하는 농민단체 및 시민사회 사이에 불거졌던 갈등이 일단 수습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전북도민행동이 GMO 개발반대 천막농성을 시작한지 132일 만에 이뤄낸 성과이다.정부가 GM 작물의 개발 및 상용화를 매우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농민단체와 시민사회가 연대해 이를 막아낸 것이다. 생산자 농민과 소비자 국민이 힘을 합쳐 GMO 반대운동을 벌였고 작지만 소중한 성과를 거뒀다.국내에서 GMO 작물이 개발돼 상용화되는 것을
문재인정부 출범 4개월이 지났지만 농민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변해가고 있다. 촛불민심으로 만들어진 이 정부는 농민들에게는 정권이 바뀌었다는 것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달 17일 야심차게 출범한 농정개혁위원회에 작은 희망을 걸어보고 있지만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은 767호에서 올바른 개혁을 위해서는 개혁 세력을 중심으로 한 농정개혁위원회가 구성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금의 농정개혁위원회는 위원 다수가 개혁적이지도 못하고,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이러한 농정개혁위원회는 발족 후 처음으로 열린 식량분과위원회에서 실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날 주제는 현안인 ‘수확기 쌀 대책’이었다. 그런데 두세 개 농민단체 위원들만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고 나머지 위원들은 전혀 자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를 놓고 고창과 영광, 전남북 반핵(탈핵) 활동가들이 토론회를 열었다. 고준위 핵폐기물은 핵발전소에서 쓰고 남은 사용 후 핵연료를 말한다.2003년 고창에 핵폐기장을 건설하려던 정부 계획이 백지화된 지 14년, 나로서는 실로 오랜만에 핵발전 관련한 가장 거창한 토론회에 참여한 셈이다. 고창 핵폐기장 건설 계획이 백지화되기까지 3~4년간 고창 사람들은 참으로 빡세게 싸웠고 그 앞장에 농민들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간 이 문제와 담을 쌓고 살아왔다. 어쩌면 잊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문재인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공론화를 통해 사용 후 핵연료 정책을 재검토”하겠다 밝혔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에는 이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사실 박근혜정부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겨울이 오고 있다. 계절적 변화만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먹거리 공포증’이 계란뿐 아니라 전 농업계를 뒤덮으려 하고 있다.국민은 먹거리 안전에 불안하고 농민은 농업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앞장서 이 불안감을 부추기기만 할 뿐이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농림축산식품부 핵심 정책토의에서 “동물복지형 축산이 시대적 추세인만큼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키우고 생산하느냐로 축산업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때”라고 말했다.근본적인 대책과 거리가 있는 발상이다. 생산을 줄이면 자급률이 감소한다. 자급률이 감소해 농축산물 수입이 늘어나면 농축산물 안전성 문제도 더 깊어질 것이다.“왜 축산농가들이 이른바 ‘공장식
‘먹거리 포비아’란 말까지 등장했다. 살충제 계란에 이어 간염 소시지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먹거리에 대한 대중의 불안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표현까지 등장한 것이다. ‘안심하고 먹을 것이 없다’는 식으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이 난무하는 이 상황이 정상적인 모습인가의 여부는 일단 따지지 않기로 한다.여기서는 계란, 소시지 등의 파문이 우리에게 농업과 먹거리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 현실을 바꾸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가 먹거리 불안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정부를 비롯한 일각에서는 축산물의 친환경 인증제도를 개선하고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단계별 안전성 검사를 강화하는 것이
정기국회가 임박해 오면서 지난 2월 무산된 농업회의소 법 제정이 일부 지지자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농업회의소 법은 국회심의 과정에서 누더기가 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법이 됐다. 그럼에도 무조건 법부터 만들고 보자는 주장이 계속 되고 있다.지금 논의되는 농업회의소는 농민들을 대표할 수 없기에 여기서 중단해야 한다. 농업회의소는 지난 7년간 시범사업을 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낸 곳이 거의 없다. 한 두 지역 사례를 모범이라고 하지만 그 지역 내에서도 긍정과 부정의 평가가 혼재한다.그렇다면 왜 시범사업의 성과가 이렇게 미미한가를 살펴봐야한다. 이는 법이 없어서가 아니다. 농업회의소에 대한 농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없기 때문이다. 농업회의소의 필요성을 느끼는 농민이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바빴다. 계란 때문이다. 기실 정초부터 계란 때문에 바빴다. AI가 산란계를 휩쓸면서 계란 값이 올라가자 그때부터 시장이, 아니 세상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를 따질 필요도 없다. 역시 계란이 먼저다. 고기닭인 육계에 내려친 벼락보다는 산란계에 내려친 벼락이 더 셌다. 계란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1961년에는 한 사람이 일 년에 31개 정도의 계란을 먹었지만 지금은 256개 정도를 먹는다. 생활의 진보는 섭취한 계란의 양만큼 이뤄낸 것이다.팔당 두물머리에 다녀왔다. 이명박의 4대강 싸움으로 유명한 그곳 맞다. 살충제 계란 사태에 팔당생명살림영농조합 농민들도 시달리고 있었다. 양계 농민이 아니어도 ‘친환경의 배신’ 이란 말이 여기저기에서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입추의 여지가 없이 빽빽하다. 분홍색 스카프를 곱게 두른 여성농민 700여명이 450석 정원의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을 가득 메웠다. 좌석 옆 통로와 회의실 문 앞 복도까지 꽉 메운 말 그대로 인산인해다. “여성농민 전담부서 설치 와아~”, “밥쌀수입 중단 쌀값보장 와아~” 30대의 젊은 ‘언니’부터 70~80대의 늙은 ‘언니’까지 카랑카랑하고 질서정연한 여성농민들의 목소리가 사자후가 되어 대회의실에서 울려 퍼졌다.땅의 주인으로 묵묵히 살아온 세월, 밭 매는 일의 고통도 잠시 잊고 소밥 주고, 집밥 챙기는 일의 고단함도 날려버린 채 분홍색 스카프를 머리 위로 흔드는 여성농민들의 얼굴엔 예의 그 선한 미소가 피어올랐다.‘여성농민 권리보장을 위한 국회 대토론회’에
지난 23일 전국 곳곳에서 모인 여성농민들의 함성이 여의도와 국회를 가득 메웠다. 도시에 비해 모든 것이 열악한 농촌에서 여성으로 살면서 농업노동과 가사노동의 부담에 짓눌린 자신들의 목소리를 알리기 위해서다.많은 주장과 의견이 나왔지만 그들이 가장 힘주어 말한 것은 여성농민 전담부서를 설치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여성농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여성농민에 맞춤형인 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하라는 것이었다. 국회에 울려 퍼진 그들의 목소리는 단호하면서도 간절했다. 그만큼 여성농민 전담부서 설치가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다.현행 여성농어업인육성법에 의하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여성농민에 관한 종합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필요한 재정 지원을 해야 하는 의무가 부여되어 있다. 하지만 여성농민에 관한 종합적인